빛과 글로 담아낸 연꽃의 생명력
『생명 연에서 찾다』 최병관 저자 인터뷰
연(蓮)의 비밀을 찾아보려고 15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집중적으로 찍었습니다. 그 연속에서 삶, 죽음, 윤회, 사후 세계의 비밀이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2023.01.31)
『생명 연에서 찾다』는 15년 동안 주로 시흥시 관곡지에서 연꽃을 찍고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오래도록 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의 신비로움을 연에서 찾은 덕분이다. 연(蓮)은 찍으면 찍을수록 더 깊게 그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연의 신비로움에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볼 때면 그것은 우아하고 도도하면서도 겸손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연을 찍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엄숙해지면서 생명의 신비로움에 빠져든다.
자연 속의 수많은 소재 중에서 연(蓮)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30여 개 주제를 선정해 놓고 끊임없이 사진을 찍습니다. 그중 하나가 연(蓮)입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연꽃이 국화인 나라도 일곱 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 연(蓮)의 비밀을 찾아보려고 15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집중적으로 찍었습니다. 그 연속에서 삶, 죽음, 윤회, 사후 세계의 비밀이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단한 일인데, 거기에 더해 15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연'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찍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일 텐데요. 계속해서 연을 찍으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신비로움'이었습니다. 연꽃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만한 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불교의 상징이 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게 바로 연입니다.
연에는 연꽃뿐만 아니라 연근, 연잎, 연대, 수련, 연밥 등 다양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연이 피고 지는 과정 속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때그때 모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싹이 움틀 때, 꽃봉오리, 만개한 연꽃, 잎, 대, 그리고 죽은 연까지 모두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장의 사진을 찍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느낌이 있는 사진, 이야기가 있는 사진입니다. 또한 사진가의 영혼을 불어넣은 사진, 거짓이 없으며 간결하고 감동을 주는 그런 사진을 말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디지털 시대에도 일체의 트리밍이나 후처리를 하지 않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오직 카메라 하나만으로 좋은 사진을 찍으실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저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도 일체의 트리밍이나 후보정을 하지 않았고, 보조 기구를 사용해서 사진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가 탄생하면서 기능은 더 좋아졌으며 카메라 자체만으로도 완성된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있지요. 저의 원칙이 있습니다. 노(no) 트리밍, 노 후보정, 노 후드, 노 컬러 필터. 그러니까 카메라 외에는 삼각대조차 사용하지 않습니다. 빛의 강약, 빛의 각도, 자세, 시간, 날씨에 따라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자연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찾는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사진뿐만 아니라 꾸밈없이 진솔한 글 역시 눈길이 갑니다.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실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사진을 찍기 전이나 사진 찍을 대상을 만났을 때 순간적으로 떠오릅니다. 때로는 한밤중이나 길을 걷다가도 영감이 떠오릅니다. 그런 때는 즉시 사진을 찍고 그때의 느낌을 바로 메모해 두었다가 글을 씁니다. 그래서 글과 사진이 일치하게 됩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나만의 사진이 아닌 남을 위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 삶이 고단한 사람, 외로운 사람, 고독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그런 사진을 찍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 책을 볼 때는 글을 먼저 읽고 사진을 봐야 합니다. 글과 사진의 이야기가 일치하다는 것을 알게 되실 때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올 겁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님도 제 책을 보시고서 저를 청해 이야기를 나누며 "글과 사진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감상을 전해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연을 찍어온 작가 입장에서 연꽃의 인연으로 독자와 맺어진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최병관 사진가이며 시인이다. 인천 남동구 산뒤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면서 사라져가는 고향 풍경을 끊임없이 사진으로 남기며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사진은 노 포토샵, 노 트리밍, 노 후드, 노 컬러 필터, 네 가지를 원칙으로 자연 속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다. 그의 사진은 색이 곱고 간결하며 볼수록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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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곡지 연(蓮)의 사계절이 그려내는 탄생과 죽음, 그리고 재생. 자연의 빛만으로 자아내는 마술같은 색채의 사진과 진솔한 글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무심하게 그려낸다. DMZ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려 이제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병관 작가가 15년 동안 주로 시흥시 관곡지에서 연꽃을 찍으며 쓴 글과 그 사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