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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들어가는 약속, 정치에 관하여

『우리를 바꾸는 우리』 조무원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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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바꾸는 우리』는 민주주의 사상의 중요한 축인 사회 계약론을 재해석하며 정치적 무력감을 돌파하려는 이들에게 '친구냐 적이냐'는 이분법을 넘어 일상적인 갈등을 풀어나갈 관점을 제시한다. (2023.01.26)

조무원 저자

선거 때마다 울리는 거창한 구호, 한숨으로 이어지는 매일의 정치 뉴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현실은 달라질 수 있을까? 미투 이후 새로운 세대의 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독립 연구자 조무원의 『우리를 바꾸는 우리』는 민주주의 사상의 중요한 축인 사회 계약론을 재해석하며 정치적 무력감을 돌파하려는 이들에게 '친구냐 적이냐'는 이분법을 넘어 일상적인 갈등을 풀어나갈 관점을 제시한다. 페미니즘 논쟁, 난민·어린이 혐오 등의 사회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이들에게 언어와 자원을 건네는 '정치와 약속' 탐구다.



『우리를 바꾸는 우리』 출간 이후 한 달 정도 지났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출간 직후에 첫 책을 낸 자긍심과 부끄러움이 공존한다고 어딘가에 답했어요. 책에 쓴 말들이 정말로 내가 해야만 했던 말들인지 문득 고민하면서 그런 감정들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쓴 리뷰를 온라인 공간에서 간간이 접하면서는 책이 다양하게 읽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불안하다가 다시 평온해졌다고 할까요. 저 스스로도 독자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 실물을 받아 보고는 어떠셨어요? 탐구 시리즈의 특징은 한손에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에 강렬한 빨간 외피, 앞표지에 들어가는 이미지 스티커인데요. 파랗고 빨간 이미지의 첫인상도 궁금해요.

제 책은 지난해 6월 탐구 시리즈가 처음 출간된 이후 두 번째 출간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책의 앙증맞은 사이즈를 알고 작업했어요. 그래서 원고를 쓰면서도 그런 판형에 맞게끔 읽기 좋은 리듬감을 주려고 애쓰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정작 제 글이 담긴 책을 받고서는 너무 작아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결국 너무 좋았어요. 무엇보다 이 책의 키워드인 '정치'나 '약속'을 어떻게 이미지로 보여 줄 수 있을지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파란색 스티커가 찢어지면서 책의 속표지가 보일 것 같은 이미지는 오늘날 정치에 대해 우리가 갖는 분노와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지 않나 싶어요.

책을 통해 새로 연결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동안 접한 글에 관한 반응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국내에서 한국어로 쓰인 정치 사회 책들 중에는 정파적 독자들을 상정한 책들이 많고 더 많아진다는 문제의식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어요. 그게 정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를 항상 공회전시킨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치가 늘 익숙한 반복이라는 무력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우선 이 책을 읽어 주었으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특정한 정파의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들도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아직 많은 반응을 접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시민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이라는 리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앞서 정파의 논리라는 표현도 썼지만, 사실 어떤 순간에는 누구나 그런 논리 안에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언제든 개인으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건넬 수 있을까, 특히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들이 앞선 세대로부터 교육과 보호를 받으면서도 어떻게 자율적인 시민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이 책의 후반부를 썼는데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피드백이었습니다.

『우리를 바꾸는 우리』를 쓰면서 연구한 내용을 좀 더 넓은 독자들과 이야기하는 작업, 학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셨는데요. 이 경험이 연구자로서, 저자로서 어땠는지 궁금해요. 책을 집필하며 탐구 시리즈 저자, 동료 연구자, 한편 필진 등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를 참조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나 저자가 있는지도요.

처음 탐구 시리즈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탐구? 그렇다면 내가 요즘 탐구한 내용을 책 분량으로 써야지' 정도로 생각했어요. 당시 사회 계약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를 약속으로 다뤄 보고 싶다 정도의 구상이 있었고요. 하지만 초고를 보내자 편집부에서 아연실색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던 것 같아요. 정치를 이론적으로 다루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서 다양한 비유와 사례를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을 견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소재들은 다시 연구로 가져가 논의를 확장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연구와 탐구가 선순환되는 느낌이 듭니다.

책을 쓰는 동안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를 내신 전현우 선생님 그리고 앞으로 탐구 시리즈로 책을 내실 박진영 선생님과 교류를 하게 됐습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과학 기술에 대한 조예와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싶어요. 두 분야에 대해서 모르던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두 분 모두 자기만의 현장을 가진 연구자라는 데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정치는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전투구의 장이기도 한데, 저는 언제나 그런 현장과 거리를 두면서 구체적인 장면들을 추상화하는 작업을 하는 편이거든요. 탐구 시리즈의 일환으로 제 책을 쓰는 일은 그런 이론적 언어들이 합의되지 않은 장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내가 추상화하는 현장이 어디인지 상기해 보는 연습을 조금 더 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우리를 바꾸는 우리』에는 그동안 연구했던 것들이 명시적인 방식으로, 앞으로 연구할 것들은 좀 덜 명시적으로 방식으로 담겨 있는데요. 그 가운데 '국가'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지금 연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국가가 우리의 대표자들이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로서 일종의 신과 같은 이름값을 지닌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 맥락을 『리바이어던』에서 독해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더불어 책에서 우리의 정치적 기원을 찾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최근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정치적 기원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연구해 볼 수 있겠다는 구상을 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한국 저자 한 사람을 꼽는다면 누구인가요? 책도 한 권 꼽아 주세요.

인류학자 권헌익을 한국 저자라고만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사회 이론과 민속지학을 연결하는 그의 연구들은 국가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인류 학도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정치 학도에게도 언제나 지적 자극을 줍니다. 권헌익과 정병호의 『극장국가 북한』은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적 권위가 어떻게 세습되는지 클리포드 기어츠의 극장국가 개념을 연결시켜 탐구하는 책이에요. 권력의 상징적 재현에 관심을 가진 기어츠의 국가 개념은 베버의 국가 개념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사상가를 연결시키는 질문을 구상한 연구자의 역량에 감탄하게 돼요. 

그동안 제가 탐구한 주제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국가의 영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의 연구 주제가 보다 넓은 이론적 맥락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점에 고무됐던 것 같습니다. 이상한 나라 북한의 이야기이지만, 정치가 이상적인 도덕 세계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일로 자주 변해 버리는 오늘날 한국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우리를 바꾸는 우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책은 우리가 우리라는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끊임없이 그 경계를 바꿔야만 당면한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그 핵심에는 우리가 동등한 사람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때 정말로 정치적 존재로서 우리가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고요. 우리 사회나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들은 많지만 정작 현실 정치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두고도 끊임없이 다툴 수 있죠.

함께 문제를 풀려면 일단 우리가 존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서로가 동등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 속에서 우리가 매일 수행하는 많은 일들 가운데 나의 동의를 명시적으로 구하지 않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떠올려 봅니다. 집에 돌아와 조용히 혼자 생각할 때면 찝찝하고 뭔가 바보가 되는 기분. '내가 사실은 동의하지 않았던 목록'을 작성해 보고 가정과 일터에서, 친구와 동료 사이에서 그 목록을 공유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 목록을 작성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좋아질 것 같기도 합니다. 타자와 대화를 시도한다면, 오로지 누구나 죽고 죽일 수 있다는 동등함만 남게 되는 자연상태가 도래하지 않도록 물론 심대한 노력을 기울여야겠죠.



*조무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치권위의 정당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권과 법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연구하며 정치이론과 사상사를 공부하고 있다.




우리를 바꾸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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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원 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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