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온라인 세상 속에서 '예스 키즈존' 가꾸기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김아미 저자 인터뷰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은 플랫폼의 문턱이 낮아지며 위험이 급증한 2020년대 미디어 환경 속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회생활을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인 김아미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2023.01.20)
사이버 폭력, 그루밍 성범죄로 얼룩진 온라인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은 플랫폼의 문턱이 낮아지며 위험이 급증한 2020년대 미디어 환경 속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회생활을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인 김아미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했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은 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교육 없이도 쉽게 적응해낼 '신인류'가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이지 않는 구성원'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나 방치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새로운 미디어 리터러시일 것이다. 저자는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통해 하나의 커다란 놀이터가 된 인터넷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규칙을 세우고, 손을 내밀어야 할지 그 실마리를 제시한다.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이 출간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처음 책을 내고 난 후에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하던 연구 작업들, 책을 썼던 과정을 알고 있던 지인들은 드디어 책이 나와서 기쁘다는 축하 인사를 많이 전해주었습니다. 동화 작가이자 어린이 책을 만드는 동생이 제 책의 첫 번째 독자였습니다. 원고를 쓰는 동안 벽에 부딪혔을 때 동생이 많이 도와줬는데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쌓여가는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책이 나왔을 때 1장만 보려다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 버렸다는 감상평을 주었어요. 그 말을 듣고 '다행이다'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책 디자인이 예뻐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가 묵직한 내용 때문에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아이들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책의 외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볼까요? 탐구 시리즈의 책들은 손에 들어가는 사이즈에 빨간 외피, 상징적인 이미지 스티커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듯한데요. 책 표지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예쁘다! 그런데 가볍지 않아서 좋다'가 첫인상이었어요. 외피 중간에 꽃 하나가 강렬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꽃 이미지 속 표정도 마냥 해맑지 않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꽃의 표정이 온라인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았어요. 뒷표지로 돌려보면 도트로 꽃밭 같은 느낌을 주는 이미지가 있지요. 그 이미지가 '온라인 예스 키즈존'이라는 슬로건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원고'라는 날것의 글자로 시작한 이야기가 '책'이라는 물질의 이미지와 색으로 강화되고 의미를 덧입는 과정이 정말 신기하고 흥미로웠어요. 여기에 독자분들의 해석과 경험과 이야기가 덧붙으면 어떤 모습이 될까 많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빨강과 초록의 대비와 그 안에 있는 노란 꽃잎 색의 조화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이 출간된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가까워서, 책이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거든요.
책이 출간되기 전에 새로 연결되고 싶은 독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 출간 이후에 어떤 독자들과 연결되었나요?
그간 제가 썼던 글의 독자는 주로 교육자, 학부모·양육자, 정책 입안자처럼 어린이·청소년을 가깝게 만나되, 실질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이번 책은 온라인 세상을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온라인 세상의 문화를 바꿔 나갈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젊은 세대와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썼습니다. 처음으로 중학생들을 만나 미디어 문화 연구를 시작했던 것이 2000년대 중반인데, 그때 제가 진지하게 버디버디와 휴대폰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던 청소년들이 벌써 30대가 되었더라고요. 이제 성인이 된 그 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계기가 되면 더없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이 미디어 환경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책이 나온 후 도서관, 평생 학습관 등 문해력에 대한 논의를 만들어 가고 싶어하는 기관에 소속된 분들과도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저술 활동을 통해서 학문과 연구 기관 내에서 연구한 내용을 밖에서 이야기하는 작업, 학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셨습니다. 이 경험이 연구자로서, 저자로서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학문 기관이나 연구 기관 내에서 이야기할 때에는 같은 분야 사람들을 독자로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상세한 설명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이번 작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미디어를 연구하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부가 설명 없이 통용되는 말인데요, 책을 쓰면서 용어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요청을 받고 답이 당장 술술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아, 내가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정밀하게 규정하고 사용하지 않았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고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책 집필 작업은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을 진짜 알고 있는 것인지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도록 그간 퉁명하게 던졌던 주장들을 정련하고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어요.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집필하며 탐구 시리즈 저자, 동료 연구자, 필진 등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를 참조하는 시간이 있었지요.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나 저자가 있다면요?
탐구 시리즈의 취지 중 하나가 현재 한국 사회를 말하고 있는 다른 저자, 연구자와 연결점 찾기였지요. 평소 글을 쓸 때는 대체로 제 글의 독자만 고려하고, 전공 분야의 선행 연구나 논의들을 주로 인용했던 것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여태까지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연구자로 살아왔다면, 이번 집필을 통해서는 동시대 필자들과 대화를 시작한 느낌이랄까요. 미디어 환경이나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저자들을 더 알게 되었고요. 특히, 독회나 세미나, 두 차례의 학술 대회를 통해 동료 필자들을 만나면서 기술·정치·문화·철학·기후 등 그분들이 깊이 있게 연구하는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큰 수확입니다.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분야이자 관점임에도 전문 영역이라는 진입 장벽 때문에 섣불리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그런 장벽이 조금 낮아진 셈이에요.
책을 쓰는 중에도, 쓴 이후에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계신 만큼,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 과제들을 마주하고 계실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작년 말까지 두 편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디지털 아동 권리 보장 방안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계정을 만들면서 처음 디지털 세상에 발을 들이고, 자신의 계정을 운영하면서 켜켜이 쌓인 데이터들이 앞으로 경험할 환경에 영향을 주지요. 알고리즘의 추천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위험한 콘텐츠들을 마주치기도 하고요. 이에 대한 어린이·청소년의 경험·인식·요구를 탐색하고, 그들과 함께 디지털 아동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교육·정책·실천 방안들을 도출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연구는 청소년·청년이 경험하는 온라인 괴롭힘과 갈등 사례를 청년들과 함께 수집하고, 이에 대한 교육적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두 연구 모두 어린이·청소년·청년이 성장하고 경험하는 온라인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 특히 어린이·청소년의 경험과 목소리에서 출발하고자 했습니다. 연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야기가 끝없이 길어질 것 같아요. 이 연구 결과와 경험에 대해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는 여러 계기를 또 찾아봐야겠어요.
탐구 시리즈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며 주목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연구도 이어가고 계시고요. 독자와 공유하고 싶은 새로운 문제 의식이나 실천 과제가 생겼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과연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온라인 세상이 한창 자신을 찾아 나가고, 시행착오를 겪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성장하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친화적인 공간일까요? 성인을 주요 이용자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할 안전장치는 너무 부족하지 않나요? 나와 소통하던 온라인 지인이 알고 보니 어린이거나 청소년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간의 행동을 돌아보게 될까요? 저는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통해 지금의 온라인 세상이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이 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김아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 서울대학교에서 불어교육학을 전공하고 언론정보학을 부전공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석사학위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육학 연구대학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빅데이터혁신공유대학 연구교수로, 확장된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 정립과 데이터 리터러시, 디지털권리 및 디지털 윤리, 아동주도 미디어 문화연구 방법론 등을 주된 연구 주제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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