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 VS 갱년기 엄마, 관계 개선 프로젝트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남현주 저자 인터뷰
사춘기와 갱년기가 충돌하며 일어난 폭풍 속을 걸어가고 있는 부모와 자녀라면, 자신의 이야기라며 복받치는 울음으로 읽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에 담았다. (2023.01.19)
사춘기와 갱년기가 부딪치면 어떤 일상이 펼쳐지는지, 아이와 부모는 어떻게 서로에게 상처 입히고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들려주고 싶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힘들고 고달픈 긴 여행을 마치고 이제 소파에 편하게 누운 부모와 자녀는 "그땐 그랬지"라며 웃으며 읽을 것이며, 현재 사춘기와 갱년기가 충돌하며 일어난 폭풍 속을 걸어가고 있는 부모와 자녀라면, 자신의 이야기라며 복받치는 울음으로 읽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에 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결혼 전에는 대학에서 식품 영양학과를 전공하여 영양사로 일했고, 학원에서 아이들도 가르쳤습니다. 결혼 후에는 2012년부터 초등 돌봄 전담사로 일하고 있으며 고3, 중3 두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파주 교하에 정착해 살며, 토끼 같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요. 사실, 저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아이의 사춘기를 잘 극복할 줄 알았습니다. 아이에게 진심을 다하면 엄마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딸이 사춘기 절정일 때는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차갑고 거친 말투와 행동이 엄마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혔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저 눈물만 흘리게 되더라고요.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건 그저 이론일 뿐, 막상 아이의 쌀쌀맞은 반응 앞에서는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사춘기 초반에는 엄마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냥 견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사춘기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전문가들이 쓴 책을 읽다 보니 더 우울해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가 힘든 것은 다 부모의 잘못이고, 부모가 현명하지 못해서라고 하니, 안 그래도 사춘기 아이 때문에 상처 입은 마음이 더 의기소침해졌어요.
물론, 전문가들의 말처럼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 개선은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관계든 일방통행은 쉽게 지치고 말죠. 사춘기 아이도 엄마, 아빠가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딸 때문에 오늘도 마음고생하는 엄마들, 꼰대 같다고 생각하는 부모를 이해하고 싶은 사춘기 자녀들이 같이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사춘기 딸과 이야기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현재 모녀 관계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딸의 사춘기가 오고 제일 힘들었던 것이 바로 딸과 대화하는 것이었어요. 사춘기 딸의 반항적인 태도와 거친 말투는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 엄마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말문도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딸은 언제나 엄마 곁에서 쫑알쫑알 이야기를 하던 활달한 아이였는데, 사춘기가 오고 딸은 무뚝뚝하고 쌀쌀맞은 아이로 변했어요. 겨우 마음을 다잡고 아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해도 사춘기 딸은 엄마와 이야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또 엄마가 무슨 잔소리를 하나?'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요즘 아이들의 신조어는 알아듣기가 어려웠어요. '별다줄(별결 다 줄인다)'과 같은 용어도, 욕도 참 듣기가 거북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사춘기 딸과 이야기하려면 아이의 말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춘기 딸의 마음을 알고,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려면 대화를 해야 하니까요. 우선,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를 공부하며 사춘기 딸이 쓰는 말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개'자를 붙이는 것, 불평하는 말, 비하하는 단어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렇게 노력하니 저와 사춘기 딸의 대화 문이 조금씩 열렸어요.
중학생이 되고부터 시작된 사춘기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 중입니다. 올해 고3 수험생이 되는 사춘기 딸과 갱년기를 지나는 엄마는 지금도 크고 작은 문제로 부딪치며 자주 싸우고 또 화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사춘기 절정일 때보다는 지금이 좀 더 화목하지만, 여전히 사춘기 딸과의 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요즘 사춘기는 옛날 사춘기와 다르다고들 합니다. '신(新)사춘기'와 '구(舊)사춘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엄마들에게 요즘 자녀들의 사춘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40~50대 엄마들이 모이면 입을 모아 "우리 때는 안 그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부모 무서운 줄 알아서, 눈치껏 반항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부모 무서운 줄도 모르고 부족한 거 없이 자라서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지금은 정신 수양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엄마들도 사춘기를 겪었습니다. 자신들의 사춘기도 지금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신(新)사춘기와 구(舊)사춘기를 나누는 기준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예전보다 사춘기 시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제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사춘기라는 것을 포장하거나 감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표현합니다. 요즘 엄마들이 제일 많이 실수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사춘기와 아이의 사춘기가 똑같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엄마와 아이가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아이의 사춘기를 예전에 자신이 겪었던 사춘기로 생각하지 말고 현재 시점에서 아이들의 사춘기를 다시 배워야 합니다.
아이가 자기 주장을 하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면 이제 아이가 정상적으로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 상처받지 마시고 울지 마세요. 나가서 공원 한 바퀴 돌고, 친구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세요. 그렇게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지나면 아이도 조금 성장해 있을 거예요.
딸은 사춘기를 어떻게 극복했고 엄마는 갱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는 아직도 성숙해지는 중이며 극복해 가는 중입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숱하게 싸우고 화해하며 눈물의 시간을 보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아직도 계속 싸우고 화해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사춘기 딸은 엄마가 자신을 온전히 다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바라고, 갱년기 엄마는 딸이 사춘기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서 자신에게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 줄 것을 바랍니다. 딸과 엄마는 세상 그 누구보다 서로를 닮은 존재니까, 그만큼 기대가 큰 것이겠죠.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조금씩 채워질 때 딸과 엄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사춘기와 갱년기는 호르몬에 의한 변화, 인생의 격동기를 의미한다는 것에서는 비슷하지만 사춘기는 성장을, 갱년기는 노화를 향한다는 것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두 시기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사실 완전 반대 방향인 셈이죠. 사춘기는 오르막으로, 갱년기는 내리막으로 가는 길목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도, 내리막을 걷기도 모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춘기와 갱년기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해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가지고 계신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가 서로를 이해하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소통 기술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춘기 딸과 잘 지내는 방법은 제 책에도 내용이 있지만 밀고 당기기를 잘하는 것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해야 합니다. 뜻이 서로 통하고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상대는 들을 준비가 안 되었는데 한쪽에서 상대에게 소리 지른다고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죠. 사춘기 딸은 엄마와 많은 대화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눈치 없이 사춘기 딸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혼자 울고불고합니다. 아이는 아직 마음의 문이 안 열렸는데 말이죠.
엄마는 사춘기 딸의 비언어적인 행동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도움을 구하는지, 가만히 내버려 두기를 원하는지 눈치껏 살펴야 합니다. 사춘기 딸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면 무조건, 이유 없이 도와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거리를 두면 아이를 믿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엄마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기분 좋을 때, 아이에게 엄마도 힘들다고 얘기해보세요. 다 알 것 같지만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됩니다. 강하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자기만큼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단단하게 얼었던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녹을 거예요.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는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공감을 자아낼 것 같습니다. 오늘도 사춘기 자녀와 말다툼을 하고 후회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엄마도 실수를 합니다. 그것도 자주 합니다. 처음에는 사춘기 자녀의 버릇없는 말투나 거칠고 투박한 행동 때문에 혼을 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됩니다.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기도 하고, 엄마의 감정이 폭발해서 욕을 하고 심지어는 손찌검을 하는 일도 있습니다. 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 개선에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자녀와 말다툼하다가 이렇게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나 행동을 했다면 되도록 빨리 사과해야 합니다. 아이가 엄마의 사과를 받아줄 때까지 진심으로, 여러 번 사과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한다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부모가 자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면 오히려 아이가 부모를 믿고 마음의 문을 빨리 열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들에게 아이의 사춘기는 반드시 지나간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엄마가 아이보다 먼저 지치면 엄마가 우울해지고 그럼 가정의 평화도 깨지고 말아요. 엄마는 아이에게는 '태양'입니다. 있을 땐 존재 가치를 모르지만 없으면 금방 어두워집니다. 그러니, 아이의 말과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오늘도 잘 먹고 운동도 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세요.
작가님,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를 접할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글을 쓰면서 저와 같이 사춘기 자녀, 특히 사춘기 딸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춘기 딸 때문에 마음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매일매일 가족 몰래 울고 있는 엄마들은 어디 가서 속 시원히 말을 할 수도 없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엄마, 아빠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사춘기 딸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는 엄마, 갱년기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사춘기 아이들이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를 읽으면 분명 마음에 위안이 될 것입니다. 올겨울, 사랑하는 사람들과 힐링 에세이 한 권 나눠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남현주 1977년생, 광명에서 자랐지만 결혼 후 파주 교하에 자리를 잡았다. 2005년 딸을, 2008년 아들을 낳고 엄마가 되었다. 딸, 손녀, 아내, 며느리, 영양사, 학원 선생님 등 모든 역할에 서툴렀지만 그중 엄마가 제일 서툴렀다. 특히, 딸의 사춘기를 맞이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며 매일 울었다. '강한 자가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자가 강한 자이다'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무조건 버티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이 시간이 지나서 좋을지 나쁠지는 모르니까 그냥 버틴다. 삶이 힘들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내게는 버티는 힘이고 희망이었다. 사는 의미를 묻는다면 이렇게 버틸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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