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 직원입니다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 홍만춘 저자 인터뷰
항공 지상 직원으로 일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자,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인으로서의 경험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 작가 홍만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2023.01.18)
최근 미디어에서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공황장애'라는 병이 꽤나 자주 등장했다. 그래서인지 공황장애는 평범한 우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사무실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들 중에도 이 병이나, 비슷한 감정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유명인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공황장애'를 대중의 시선으로 옮겨 온 책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가 출간됐다. 항공 지상 직원으로 일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자,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인으로서의 경험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 작가 홍만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항공 지상 직원으로 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리 해고를 당한 불운의 공황장애인1 역할의 홍만춘입니다.
이번에 내신 책이 첫 책이라고 하던데요. 첫 책을 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사실 제 책이 출간되면 엄청 눈물도 나고 감격스럽고 세상이 바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한 것 같아요. 딱 토하지 않을 만큼 수정하고, 보고 또 봐서 그런지 무뎌졌나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제껏 만져본 물건 중 가장 아름다운 물체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공황장애를 겪으셨다고 했는데, 작가님이 겪으신 공황장애는 어떤 병이었나요?
'불안장애의 일종인 우울증을 포함한 공황장애' 이것이 제 병명이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공황발작을 일으키고 시도때도 없이 우울한 병이었어요. 하루는 대학 기숙사 사감실에서 과호흡을 일으키며 쓰러져서 사감 선생님을 크게 놀래켜 119에 '학생이 곧 죽는다'는 전화를 하게 만들기도 하고 길바닥에서 쓰러져서 지나가던 행인이 119를 불러준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공황발작인지 몰라서 심장 검사를 받아보려고도 했는데, 응급실에 실려갔더니 교수님이 오셔서 나중에 심장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고 한 다음, 귀찮아서 다음부터 병원에 안 갔어요. 저 같은 사람이 없길 바라봅니다.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의 제목과 표지가 인상적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하던 시절에는 <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입니다>라는 브런치북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마누스 출판사를 만나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 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 직원입니다>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게 되었고요. 제목의 '패닉'은 코로나를 맞이한 공항의 상태가 될 수도 있고, 공황장애의 영문명인 'Panic disorder'의 '패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공황장애'와 '공항직원'에서 의도했던 언어유희가 바뀐 제목에도 잘 녹아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표지는 마누스 출판사의 만능 디자이너님께서 뭉크의 절규를 이용한 귀여운 '패닉이' 캐릭터를 만들어 제작해 주셨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암살 교실>의 주인공 선생님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데 언뜻 닮은 것도 같아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표지 제작 당시 출판사에 위트있고 통통 튀는 느낌의 표지를 원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저 지나가는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 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꼭지가 있다면 어떤 꼭지일까요?
유쾌한 꼭지들을 너무 좋아해서 그 중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하다 제 마음에 너무나 깊숙이 박혀버린 꼭지가 있어 그걸 소개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바로 「자유의 감옥」인데요, '엄마'와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하엘 엔데 작가의 『자유의 감옥』에서 제목을 가져왔어요. 제 자의로 산 첫 번째 책이었고 그에 관한 이야기가 살짝 책에 언급됩니다. 사실 이 꼭지는 3년쯤 전에 한 공모전에 제출하려고 쓴 글이었습니다. 공모전엔 낙선되었지만 이렇게 무사히 책에 실리게 되었네요. 엄마가 이 글을 꼭 천국에서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공황장애는 나아지셨나요? 작가님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이 있나요?
약을 끊은 지 1년이 넘었네요. 이제 거의 만 2년이 되어갑니다. 저는 평소에도 상상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설레는 상상'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길을 가다 곤경에 처한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 회장?!', '차에 치일 뻔한 소녀를 구해줬는데 알고 보니 모 재벌집 손녀딸?!', '로또 1등 당첨되면 어떡하지? 뭐부터 하지?' 등등, 주로 같잖지만 재밌고 인생 펴는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이 없었는데 이렇게 <채널예스>로 독자님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제 코가 석자라 감히 독자님들께 뭐 당부의 말씀 이런 건 분수에 맞지 않는 것 같고요. 평소에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2023년은 계획하셨던 모든 리스트에 체크를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그리고 계획하신 게 따로 없다면 지금 이대로 무탈히, 그리고 또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홍만춘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진단을 받고 나서 생활 반경 침대 플러스 마이너스 2미터 생활을 전전하다 아픔을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하며 침대 밖 50리로 레벨업하였다. 국내 O기업 계열사의 항공 지상 직원으로 근무하며 공항에서 겪었던 일들을 하나둘 주워 담아 글로 제련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라는 보스몹의 등장으로 실직했지만, 언젠가 보스몹을 때려잡고 다시 공항으로 되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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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우울 #공황장애 가 있는 공항 직원의 널뛰는 인생 ‘불안장애의 일종인 우울증을 포함한 공황장애.’ 어느 날, 이 책의 작가에게 내려진 병명이다. 이 병명은 꽤나 익숙할 수도 있다. 요즘 이 병명이 자주 미디어에 오르내리곤 하던데. 연예인 누구였더라. 예술가 누구였더라. 그럼 이 책의 작가는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