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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박사 박현숙 "대자연 안에 혼자는 없어요"

『마이코스피어』 박현숙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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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오래 산 저자는 곰팡이를 연구하며, 그들의 소통과 공생의 메시지에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작은 곰팡이가 전하는 큰 위로가 페이지 곳곳에 저자의 삶과 겹쳐 잔잔한 울림을 준다. (2023.01.06)

박현숙 저자

"항생제는 세균만 죽이지만, 항진균제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병원성 곰팡이를 연구하는 저자는 최근 출간한 『마이코스피어』에서 감염병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곰팡이의 위협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벼와 밀, 커피와 바나나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농작물이 걸리는 질병의 80퍼센트가 곰팡이에 의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부터, <아바타>에 나온 거대한 나무들의 연결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곰팡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전한다.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오래 산 저자는 곰팡이를 연구하며, 그들의 소통과 공생의 메시지에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작은 곰팡이가 전하는 큰 위로가 페이지 곳곳에 저자의 삶과 겹쳐 잔잔한 울림을 준다.



곰팡이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생명체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럽고 지저분하다는 선입견이 강한데요. 사람들이 『마이코스피어』를 재미있게 읽을 방법을 하나 제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곰팡이에 대한 선입견을 누그러뜨리고 생물학을 잘 모르는 독자들도 곰팡이에게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이 가진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곰팡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13장의 곰팡이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각 장은 '도입부 - 질문하기 - 질문에 답하기 - 깊이 생각하기'의 틀을 기초로 썼습니다. 어찌 보면 생물학 연구 과정인 '관찰 - 질문 - 해답 찾기'의 순서와 비슷합니다. 독자들도 이런 흐름을 따라 제가 제시한 질문과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사람에게 큰 위협이 아니었던 곰팡이가 최근 들어 무시무시한 질병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2022년 10월에는 국제보건기구(WHO)에서 '병원성 진균 리스트'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책에도 이들 리스트에 올라 있는 곰팡이가 여럿 나오는데, 곰팡이병이 인간에게 얼마나 심각한가요?

곰팡이병(진균증)은 면역 체계가 저하된 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치명적인 감염질환입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면역 체계가 곰팡이의 침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곰팡이병이 심각한 질환으로 대두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급속한 의학 기술의 발달 때문입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항암 치료나 장기 이식, 그리고 각종 만성 질환으로 면역 체계가 약해진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이 환자들의 면역 체계가 약해진 틈을 타 곰팡이 감염이 생기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스테로이드 때문에 면역 체계가 저하된 환자들이 곰팡이병에 걸리는 일도 생겼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곰팡이 감염을 피할 수 없습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면역 세포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그 결과 구강 상주균이던 캔디다 감염이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 곰팡이가 늘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이  곰팡이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곰팡이병에 걸리게 되면 치료가 매우 어렵습니다. 피부나 국소 감염의 경우에는 항진균제를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호전되다가 심각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기 때문에 완치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면역 체계가 저하된 환자들이 혈액이나 전신 곰팡이병에 걸리는 경우입니다. 이 환자들은 항진균제를 사용하더라도 사망률이 50퍼센트 이상이고, 항진균제의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식물이 걸리는 병의 80%가 곰팡이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인 벼를 비롯해, 이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커피나 바나나까지 곰팡이병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데요. <인터스텔라>에서 밀밭을 태우는 장면도 곰팡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앞으로 농작물의 곰팡이병은 더욱 심해질까요?

현재의 농업은 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기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개체만을 선택적으로 재배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에 다양한 유전자 풀이 보존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품종이 곰팡이에 감염되었을 때 유전적으로 획일화된 식물들이 모두 병원균에 취약해지는 것은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농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녹색 벽'을 세운다는 프로젝트는, 황사와 미세 먼지로 매년 고생하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건조하고 삭막한 땅에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균근의 힘이 정말 놀랍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에도 이런 녹색 벽을 세우길 원할 듯합니다. 이런 녹색 벽 프로젝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균근을 적극 활용해서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식물의 생장을 돕는 농법이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생물 재료를 이용하는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위적으로 활용하는 균근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가 균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균근의 생태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기초 연구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버섯으로 만든 포장재와 가구는 정말 이름 그대로 '친환경'이라는 생각입니다. 다 쓰고 나면 자연으로 자연스레 돌아갈 테니까요. 곰팡이로 만든 바이올린도 산업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곰팡이 관련 산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곰팡이를 이용한 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제 책에서도 소개했듯이 곰팡이의 이차 대사산물에서 의학적으로 유용한 성분을 찾아내는 연구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최근 들어 곰팡이의 다양한 대사 작용과 효소를 응용한 공해물질 분해는 물론, 마이코우드를 이용한 산업, 그리고 곰팡이를 이용한 친환경 자재 산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다양한 분양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응용하려면 곰팡이 연구에 관심을 갖는 젊은 과학도가 많아져야겠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에코베이티브 디자인(Ecovative Design)'같은 젊은 스타트업을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생물학은 외울 게 많은 암기 과목이라고 지루해합니다. 책에서는 미생물 학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잠깐 말하셨는데, 생물학을 보다 재미있는 과목으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네요. 사실 저는 모든 과목이 처음에는 용어와 개념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이나 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이나 음악을 배우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머리로 외우는 것과 몸으로 외우는 것의 차이일 뿐이겠죠. 생물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려면 학생들이 개념을 암기하기보다는 현상을 먼저 보는 데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 스쳐 지나가는 생명현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왜 그럴까?"라고 질문하는 호기심과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연습한다면, 누구나 생물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물학 수업도 이런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면 생물학 수업 시간이 재미있어 질 것 같습니다.

큰 나무가 어린 나무와 소통하며 건강한 숲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는 동화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 실험으로도 밝혀졌다는 글을 읽고 놀라웠습니다. 곰팡이를 통한 생물 간의 소통은 활발한 공생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연에 혼자는 없다. 서로 소통하며 공생한다'는 메시지와 정말 잘 어울리는 내용입니다. 곰팡이의 공생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부대끼고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 어느 하나 분리된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독립생활을 하는 세포이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서로를 접촉하고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고 협력하고, 또 경쟁하기도 합니다. 또한 생물의 공생 관계에는 상대방이 전적으로 내 편인 경우도, 또 전적으로 나의 적인 경우도 없습니다. 그 와중에 무언가를 나누어 갖기도 하고, 서로 빼앗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다른 행동들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생명체들은 적응하고 진화합니다. 

우리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이고, 어떤 식으로든 생태계의 다른 생명체들과 다양한 관계에 얽혀 있습니다. 그 동안 인류의 삶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든 생태계의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고, 생태계의 지극히 작은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죠. 이 책에서 그려낸 곰팡이 이야기들을 읽고 독자들이 곰팡이의 다양한 모습과 그에 더불어 사는 다른 생물들의 삶을 통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박현숙

어릴 적 과학 잡지에 소개된 글을 읽고, 유전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이화여대 생물과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4년 동안 동물과 식물을 배웠고, 졸업할 무렵 효모라는 귀여운 곰팡이를 알게 되었다. 얼결에 진학한 박사 과정에서 효모 유전학에 재미를 붙여 공부하다 보니 곰팡이 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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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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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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