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김준호 아나운서가 알려주는 40가지 말의 철학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 김준호 아나운서 인터뷰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수상 20년 차 아나운서가 알려주는 마음을 사로잡는 공감의 언어를 말하는 법 (2023.01.04)
말은 곧 그 사람의 품격이다. 삶의 구원이 되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우리는 누군가의 은인이 되기도 하고, 생각 없이 내뱉은 말로 누군가의 영혼을 생채기 내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말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 이렇듯 사람 사이와 관계를 가깝게도, 멀게도 만드는 '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는 단순히 좋은 목소리를 내는 법이나 스피치 기술에 국한해서 말하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20년 차 앵커로서 그동안 언어에 대한 철학과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며, 좋은 관계를 만드는 '말하기'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해 온 저자는 좋은 말이란 상대방에게 잘 들리는 말이며, 이는 곧 '공감의 언어'라고 설명한다. 또한, 공감의 언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로 독자 분들을 만나게 되셨어요.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OBS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준호입니다. 2004년 한국경제TV 앵커로 데뷔해서 현재까지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7년간 정치 시사 생방송 <뉴스 오늘>의 진행을 맡았으며, 공로를 인정받아 제45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앵커상을 수상했습니다. 각종 기업 및 대학 면접 스피치 특강도 10년 넘게 진행해오고 있어요.
책 제목이 너무 좋아서 제목만으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에요.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말이란 무엇인가요? 또 이런 좋은 말은 왜 필요한 걸까요?
말은 결국 듣는 사람을 향합니다. 상대를 공감하는 말을 통해 궁극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듣는 이의 가슴에 오랜 여운을 남긴다면 그보다 좋은 말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좋은 말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받고, 또 그 에너지가 많아진다면 세상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겠죠.
그런데 요즘은 많은 사람이 외출 후 소위 '기 빨린다'라는 말을 합니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일이 나날이 버거워지는 것 같아요. 왜 이런 경우가 많아지는 걸까요?
말은 한 사람의 영혼이라고도 하죠. 말에는 그 영혼이 내뿜는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은 서로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강하게 내뿜는 시대입니다. 그래야 주목받고, 주목받는 것이 곧 권력과 인기, 그리고 돈이 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죠. 말이 칼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 싸움에서 이기려 기를 쓰다 보니 집에 돌아온 저녁 시간이 더 힘겨울 수밖에요. 성룡의 취권처럼 유연하게 상대의 말을 받으세요. 그리고 필요할 때는 태극권처럼 강하지만 부드러운 말로 되받으시면 됩니다. 대신, 먼저 귀를 열고 상대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준비를 하세요.
기성세대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간 불통도 사회적으로 꾸준히 이슈입니다. 이 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어의 두 기능인 관계와 내용을 가지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과거 세대는 관계 중심적인 대화를 했다면, MZ세대는 내용 위주의 대화를 합니다.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말을 들어줄 사람, 그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 겁니다.
상대방을 향한 마음을 말로 잘 표현하기란 늘 어려워요. 특히나 요즘은 진지하게 마음을 드러내면 오글거린다고 놀림을 받으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더욱 난감합니다. 제 진심을 센스 있게 잘 전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직진성이 강한 마음을 사전 작업 없이 내놓으면 당연히 상대도 당황할 수 있습니다. 스몰 토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듣는 상대 역시 더 내밀한 이야기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화에는 단계가 아주 중요합니다. 아무리 하고 싶은 얘기가 명확해도, 탁구처럼 핑퐁이 중요한 것이 대화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받고,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을 들려주고요. 그런 자연스러운 단계를 거쳐야 진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겠죠. 이 과정이 정말 어렵다면 가끔은 술의 힘을 빌려 관계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취중진담이라 하잖아요. 물론 항상 그것에 의존하면 안 됩니다.(웃음)
지금까지 '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살면서 작가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말은 어떤 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너는 좋은 사람이니 결국엔 다 잘 될 거야", "네가 좋은 사람이니 항상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거야" 이렇게 저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는 말들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이 말들을 남들에게 돌려주고 있어요. 제가 얻었던 힘을 그들도 받길 바라면서요. 진심은 항상 옳습니다. 믿음과 칭찬은 모두를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만드는 마법의 단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언제부터인가 유행어처럼 기분과 태도를 언급하는 말들이 많아졌어요. 다들 살기 어렵다 보니 본인의 불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태도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불만과 불평, 그리고 불신이 가득한 사람에게서 좋은 태도를 기대하긴 어려워요. 당연히 말도 곱게 나올 리가 없죠. 뛰어난 화술은 사실 2차적인 문제입니다. 결국은 진솔하고 친절하게 말하는 습관이 제일 중요해요.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말을 하게 되고, 그런 말들이 많아져야 세상도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당신의 마음에도 분명 좋은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좋은 말을 많이 피워주길 바랍니다.
*김준호 OBS 아나운서로, 경희대학교 학사와 연세대학교 석사를 취득했다. 2004년 한국경제TV 앵커로 데뷔해 현재까지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상파 최초로 스포츠피싱 MLF 중계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OBS 메인뉴스인 과 토크 프로그램 <인사이드 스토리>를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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