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창원아동문학상 수상 작가 윤해연의 신작 『녀석의 깃털』
『녀석의 깃털』 윤해연 저자 인터뷰
『녀석의 깃털』의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나와 타인의 어떤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2022.12.26)
내 귀에 생긴 구멍이 사실 퇴화된 아가미의 흔적이라면? 친구의 등에서 날개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차례에 놓인 제목만 보아도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되는 흥미로운 상상이 시작된다. 청각, 시각, 후각, 촉각.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깨우는 여섯 편의 단편이 한데 묶였다. '입시'라는 통로를 향해 달리던 청소년들이 문득 마주한 꿈과 외로움, 상처와 아픔 등이 놀라운 발견과 목격을 통해 드러난다. 『녀석의 깃털』의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나와 타인의 어떤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2022년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윤해연 작가의 신작이다.
『녀석의 깃털』은 신체의 이상 징후를 목격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인데요. 이 이야기들의 시작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가장 처음 집필하신 단편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작업한 단편은 「전이개누공」이에요. 실제로 제 이야기입니다. 저는 5%만이 가진 전이개누공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어렸을 때 이 구멍으로 인해서 몇 번 아픈 시술을 한 경험도 있고 수영을 그만두기도 했죠. 저는 아직도 이 구멍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구멍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퇴화한 아가미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수영에 소질은 없었지만 이 구멍과 관계가 있다고 믿었어요. 작가가 되어서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제작인 「녀석의 깃털」에는 '나는 것이 꿈'이라는 녀석의 등에 진짜 깃털이 자라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요. "사람 몸에 난 깃털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녀석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깃털'에는 녀석의 꿈을 상징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신체의 변화라든지 상징 같은 것에 가장 흥미를 가질 나이가 청소년기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그랬고요. 나만 아는 내밀한 흔적, 혹은 미숙한 몸과 내가 가진 꿈은 참 많이 닮아 있어요. 혹시 비난받거나 시시한 거라 감히 꿈이라고 말하지 못했다면 깃털을 품어 보세요. 계속 뽑아야만 하는 단점이 어느 날 날개가 되어 줄지도 몰라요. 날개에 비하면 아주 작은 털이지만 날개도 시시한 깃털 하나에서 시작되거든요. 이 날개로 인해서 더 멋진 비상을 한다면 좋겠어요. 날개로 인해서 추락의 속도가 줄어든다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테니까요.
작가님이 이 단편집을 통해 청소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을까요? 그 메시지가 가장 잘 담긴 단편을 뽑으신다면요?
단연코 표제작인 「녀석의 깃털」입니다. 누구나 숨겨진 깃털이 있어요. 혹시 이 단편을 읽고도 그것을 의심하진 않겠지요? 보이지 않으니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여러분의 깃털에 집중하세요. 지금, 이 순간 날갯죽지가 간질간질하고 어깨가 뻐근하다면 이제 날개를 키워 보세요. 곧 비상할 시간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신체의 이상 징후를 느끼신 적이 있으세요?
이상 징후인진 몰라도 전 글을 쓸 때 비슷한 감정을 느껴요. 재미난 이야기를 쓰거나 드라마틱하게 갈등 상황을 잘 그려냈거나 몹시 풀리지 않았던 어느 구간을 지났을 때, 그것도 썩 괜찮게 말이죠. 그럴 때 가슴이 울렁거려요. 제 깃털은 아마도 가슴에 있지 싶어요.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촉각, 시각, 청각 등 신체의 여러 감각 중에 작가님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감각은 무엇인가요?
저도 이 작품을 하면서 그 생각을 했어요. 「퍼펙트 센스」라는 영화를 오래전에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바이러스로 인해서 감각을 하나씩 잃어가면서 생겨난 일들을 그린 영화인데 로맨스 영화라기보다는 제가 보기에 재난 영화에 가까웠어요. 영화에선 감각을 잃을 때마다 매우 끔찍한 상황이 벌어져서 어느 한 감각을 꼽기가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굳이 꼽으라면 청각인 것 같아요.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는 것이 청각이라고 들었어요. 듣는다는 것은, 보고 느끼고 냄새까지도 상상할 수 있게 하죠. 죽어가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 죽음이 조금은 덜 무서울 것 같아요.
단편 동화집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로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셨는데요. 그 후로도 장편뿐만 아니라 단편집 작업을 꾸준히 하셨지요. 단편 쓰기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단편을 매우 사랑해요. 니즈가 있어서 장편도 쓰고, 쓰고 보니 장편을 쓰는 매력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단편을 사랑하는 게 틀림이 없어요. 짧은 서사 안에서 주는 상징이나 반전, 여운 같은 것들이죠. 요즘은 주로 장편을 쓰지만 장편을 쓰는 틈틈이 단편 소재를 찾아요. 일상에서 느끼는 특별하거나 재미난 일들을 메모했다가 이야기로 터지는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려요.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라는 단편집으로 등단을 한 것도 우연은 아닌 거죠.
「작가의 말」에서 강연 중에 만난 학생 이야기를 언급하셨는데요. 실제로 청소년 소설을 쓰실 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지도 궁금해요.
딱히 어느 한 부분에서 소재를 찾진 않아요. 이것저것 많이 기웃거리고 영화나 음악,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요.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흥미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봐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로 이런 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죠. 그런데 강연에서 만난 이 친구는 특별했어요. 반드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그 친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뻐요. 책이 나오자마자 이 친구에게 보냈어요. 뭐라고 답했는지는 노코멘트입니다. 다음 작품은 청소년 장편 소설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2, 3년간 청소년 소설이 꾸준히 나올 예정이에요. 사이사이 장편 동화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동화에 대한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여전히 전 동화 작가이니까요.
*윤해연 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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