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일이 재미있어지는 방법
책읽아웃 - 이혜민의 요즘산책 (316회) 『일놀놀일』
이 책이 제시하는 키워드와 질문은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고, 그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22.12.14)
이혜민 : 상훈님은 워라밸이 잘 지켜지고 있나요? 일과 생활이 어느정도 분리가 되세요?
김상훈 : 회사 일에만 한정해서 말한다면, 제가 다니는 회사의 큰 장점은 정시 퇴근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회사 일과 일상의 분리는 잘 지켜진다는 장점이 있죠.
이혜민 : 반대로 일과 생활이 섞이는 순간도 많지 않으신가요?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김상훈 : 일에는 회사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팟캐스트 만드는 사이드프로젝트와 책 큐레이션 모임을 운영하는 활동, 일상적으로 늘 책과 서점에 대한 정보를 살피고 읽는 활동은 계속 병행하고 있어서 사실 일과 생활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런데 그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기보다 정말 좋아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럴 때 '아, 나에게 책과 관련된 일과 활동이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해요.
이혜민 : 기사를 찾아보니 요즘 직장인 2명 중 1명은 사이드프로젝트 경험이 있대요. '워라밸'을 넘어 '워라블'의 시대가 되었고, 퇴사보다는 직무를 바꾸며 '덕업일치'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김상훈 : 오늘의 산책길도 관련이 있나요?
이혜민 : 네. 오늘 산책길은 바로 '일이 재미있어지는 방법'이에요. 장안의 화제인 책 『일놀놀일』을 가져와 봤어요. 김규림, 이승희 두 마케터 동료가 함께 쓴 책이고요. 일놀놀일, '일하듯 놀고 놀듯이 일한다는 뜻'이라고 해요. 제목처럼 두 사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듯이 일에 몰입했던 순간들에 대해 담은 책입니다. 저는 워라블이 출퇴근 없는 프리워커들에게 필요한 거라고 이야기하곤 했었는데요. 저자 분들이 프리워커와 직장인 둘다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일놀놀일'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김상훈 : 두 저자에 대해서 좀 더 소개해 주세요.
이혜민 : 김규림 님은 '뀰'이라는 별명이 있고 『아무튼, 문구』, 『도쿄규림일기』 등의 책을 쓴 문구인이기도 하죠. 이승희 님은 '숭'이라는 별명이 있고 『기록의 쓸모』, 그리고 요즘산책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별게 다 영감』을 쓰셨죠. 두 사람은 '배달의 민족'에서 5년간 마케터로 함께 일했던 동료였는데 함께 퇴사를 했어요. 한때 '두낫띵클럽'이라는 백수 듀오로 활동하기도 했었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모든 걸 하는 활동으로 웃음을 줬고 '모베러웍스'와 콜라보로 진행한 행사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줄을 세우기도 했어요. 그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뀰 님은 다시 원래 회사로 재입사해서 싱가폴 해외 지사로 파견 근무를 가 있고요. 숭 님은 몇몇 회사를 거쳐 지금 N포털 마케터로 일하고 있죠. 그러니까 지금은 둘 다 직장인이라는 거예요.
김상훈 :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이혜민 :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1장은 '「일하듯이 놀기」 - 일하듯이 놀기- 일터의 단어들로 생각한 것들', 2장은 '「놀듯이 일하기」 - 일상의 단어들로 생각한 것들'을 다루고 있고요. 목차를 보면 총 25개의 키워드와 질문이 담겨 있어요. 1장 「일하듯이 놀기」 파트에서는 규칙, 꼰대, 동료, 마감, 성장, 시간, 장래희망, 재능, 일놀놀일 등에 대해 쓰여있고, 2장 「놀듯이 일하기」 파트에서는 공간, 글쓰기, 기록, 덕질, 물건, 소비, 영감 등에 대해 쓰여 있어요. 같은 주제에 대해서 규림님은 그림과 만화로 기록을 했고 승희님은 에세이를 썼어요.
이 책은 '일놀놀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얘기하는 자기 계발서는 아니에요. 두 저자도 그 부분을 강조하더라고요. 이 책은 앞서 말했다시피 두 사람이 놀듯이 일에 몰입했던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제시하는 키워드와 질문은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고, 그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특히 공감이 갔던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싶어요. 우선 '동료' 파트예요. 이 파트에서 규림님은 그림 일기로 자신의 버킷리스트가 재입사였다고 말해요.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와 다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도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대요. 지금은 정말로 재입사를 해서 다시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요. 그만큼 좋은 동료가 되는 것, 또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 일을 재미있게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상훈님은 자신이 어떤 동료라고 생각하세요?
김상훈 : 이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스스로 내가 어떤 동료인지 알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좋은 동료였을 테고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겠죠. 무엇보다 현재 어떤지는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다만 전에 일하던 동료들과 아직도 계속 만나고 있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걸 생각해 보면 '나를 함께하고 싶은 존재로 생각해 주는구나, 그래도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였구나' 정도로 추측하게 되네요.
이혜민 : 그러면 동료와의 관계를 잘 만들기 위해서 처음 입사를 하거나 팀을 옮겼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김상훈 : 저는 일도 일인데 우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있잖아요. "일 잘하는 것과 좋은 사람인 것은 다르다." 저는 이 말을 강력하게 부정해요. 일터에서 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언행 하나하나 일 하나하나도 섬세하고 꼼꼼하게, 절차를 중시해가며, 타인과 원활히 소통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면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과 당연히 협업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상대가 인간으로서 별로이고, 일 처리가 섬세하지 않고 꼼꼼하지 않고 절차도 중시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면 저도 그에게 똑같이 대하긴 해요.
이혜민 : 저는 동료들과 못 지낸 것도 아니었지만, 회사를 다닐 때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들과의 관계였어요. 정말 스타일이 안 맞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특히, 초년생 때는 상사들이 더 많기 때문에 나를 압박하거나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때는 '일만 잘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게 하는 게 많지?', '왜 꼭 저 행사에 참석해야 하지? 그냥 일만 하면 안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제가 이번에 저자 두 분을 요즘사 채널에서 인터뷰했을 때도 이 부분을 질문했어요. 그런데 숭 님은 '일단 동료를 좋아하고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규림 님은 이런 말까지 했어요. '동료를 좋아하는 것도 일이다'라고요. 아무리 좋은 일도 싫은 사람과 함께 하면 싫은 일이 된다고요. 이 말이 정말 뼈를 때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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