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펼쳐지는 열세 살 소녀의 엄마 찾기 프로젝트
『안녕, 엄마 안녕, 로마』 김원아 작가 인터뷰
세상에 '가족'처럼 모순적인 사이가 또 있을까? 내가 선택한 적 없으나 나와 가장 밀접하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너무 싫으면서도 동시에 깊게 사랑하는 관계. (2022.12.07)
세상에 '가족'처럼 모순적인 사이가 또 있을까? 내가 선택한 적 없으나 나와 가장 밀접하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너무 싫으면서도 동시에 깊게 사랑하는 관계. 열세 살 승아에게 엄마가 바로 그런 존재다. 승아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와 자신을 두고 혼자 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다. 엄마를 다시 한국에 데리고 오겠다는 생각에 로마까지 가지만, 어쩐지 엄마는 한국이 아닌 로마에서 더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안녕, 엄마 안녕, 로마』 속 인물들은 복합적이고 현실적이다. 승아의 엄마는 갑자기 가족을 떠난 다소 무책임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딸을 아끼고 사랑하며 그렇기에 스스로의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입체적이며 현실적인, 그래서 공감가는 주인공들이 책 속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말이다.
『안녕, 엄마 안녕, 로마』를 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짧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단숨에 몰입해서 읽었는데요. 작가님께서 이 이야기를 구상하고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안녕, 엄마 안녕, 로마』는 딸이 세 살 되던 해에 구상한 원고입니다. 육아는 대단히 힘들었지만, 딸아이가 응원하듯 매 순간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제가 어떤 모습이라도 아이는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주었어요.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의 말간 얼굴을 보다가 문득 '이렇게 예쁜데 헤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을 떠올려 보았어요. 만약 헤어짐을 선택한다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여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가족을 향한 다양한 감정들, 사춘기 때만 느낄 수 있는 복잡한 감정들이 주인공 승아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나 마음의 상태를 글로 담아내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가족에 대한 양가감정을 균형 있게 담고 싶었습니다. 사춘기가 오면 나 자신과 가족을 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가족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혼이라는 상황까지 가지 않아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일들이 꽤 많습니다. 부모님 언성만 높아져도 불안해지는 게 아이들이니까요. 그리고 사춘기를 만나면 쌓아 둔 불만이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부족한 점이 보이면 탐탁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와 거리를 두고 더 모진 말을 해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철없는 행동을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복합적인 감정이 감당이 안 될수록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위로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걱정하지 마, 너만 그런 건 아니야. 모두 각자의 고민을 다루며 성장하고 있어. 라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배경이 로마인 점도 참 인상 깊었어요.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만들고, 이 작품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많은 여행지와 많은 도시 중에 로마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로마는 시간의 깊이가 느껴져서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제가 살아온 시간은 로마의 시간에 비하면 정말로 짧습니다. 로마의 유구한 세월에 비하면 인간의 삶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짧은 만큼 시간을 헛되이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아도 정말로 본인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느꼈으면 하여 로마로 보냈습니다.
승아 엄마의 이야기도 부모, 어른들이 많이 공감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승아 엄마는 '어머니' 이면서 '나'입니다. 부모가 된다고 하여 개인의 본질적 특성이 변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든 ‘나’라는 성질은 유지되고 미성숙한 특징도 여전합니다. 승아 엄마도, 아빠도 미성숙한 부분이 아직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나라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라는 마음은 공감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때 어른들은 모든 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존재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나이만 더해질 뿐 획기적으로 성숙해지지는 않더라고요. 이미 성숙하신 분은 부모로도 성숙하실 테지만 미성숙한 사람은 부모가 되어도 갈 길이 멉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도움이 되는 적절한 사랑을 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요? 부모가 된다는 건 유독 어려운 과제라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비록 이상적으로 완성된 부모는 아니지만, 부모가 되기를 선택했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좀 서툴더라도 아이의 걸음에 맞추어 가고 있다면 가족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책을 덮으며 승아와 승아 엄마의 앞날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두 사람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방학 때마다 어디서 만날지 실랑이를 벌이며 여전히 티격태격하지 않을까요? 단번에 두 사람의 갈등이 풀리지는 않을 겁니다. 승아는 두고두고 틈이 날 때마다 엄마한테 서운함과 불만을 털어놓을 거예요. 그러다 또 손을 잡고 새로운 도시를 거닐다가 사이좋게 밥을 먹으러 갈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작품마다 신선한 소재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요. 최근에 눈여겨보고 있거나 앞으로 작품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소재가 있다면 살짝 들려주세요.
어른에게는 익숙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요즘 제게 가장 흥미로운 건 딸의 일상입니다. 저한테는 익숙하기만 한 일들이 어린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신기한가 봐요. 저는 새로운 일을 경험하려면 갖가지 노력을 해야 하는데, 딸은 '처음'을 일상 속에서 수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무척 즐거워 보여 좀 부럽기도 합니다. 어떤 일들이 아이에게 큰 기쁨을 주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어요. 특별한 소재를 발견하면 재미있게 써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녕, 엄마 안녕, 로마』 독자들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피치 못할 이유로 헤어져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순간이 오면 서로 위로를 충분히 주고받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헤어진다는 건 큰 상흔을 남기는 일이라 가족 구성원 모두 위로를 받아 마땅합니다.
승아의 아빠도, 엄마도 힘든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어른인 이유는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삶의 무게를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여기던 안전 기지, 즉 가정이 변해 버리면 무력감과 불안이 몰려옵니다. 따라서 어린이의 경우에는 각별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자주 만날 수 없더라도 사랑을 수시로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함께하는 시간도 더 가지려고 노력하고요. 따뜻한 순간을 어떻게든 많이 쌓아야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적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순간을 많이 만듭시다.
*김원아 현재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로 제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저학년 부문 대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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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기다려. 내가 간다." 엄마를 찾아서 로마로! 세상에 '가족'처럼 모순적인 사이가 또 있을까. 내가 선택한 적 없으나 나와 가장 밀접하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너무 싫으면서도 동시에 깊게 사랑하는 관계. 열세 살 승아에게 엄마가 바로 그런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