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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빨리 감기와 스킵의 시대

책읽아웃 - 이혜민의 요즘산책 (312회)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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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를 '빨리 감기'라는 현상으로서 요목조목 짚고 있는 책이에요. (2022.11.30)


김상훈 : 최근에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 있으신가요? 추천 좀 해주세요.

이혜민 : 한국 드라마는 <슈룹> 재밌게 보고 있어요. 김혜수 배우의 연기도 좋고 다른 사극이랑 느낌이 좀 달라요. 그리고 넷플릭스로 가끔씩 힐링하려고 보는 작품이 있는데, <나의 첫 심부름>이에요. 아이들의 책임감도 느껴지고, 그거 볼 때 막 뭉클하고 힐링돼요.

김상훈 : 저는 요즘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재밌게 보고 있고요. 장안의 화제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도 재밌게 봤어요. 그런데 요즘엔 그런 생각도 들어요. SNS에서 화제가 된 작품은 남들이 보니까 나도 봐야 될 것 같고,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나는 별로인데도 재미있다고 생각해야 될 것 같다는 강박이 느껴져요.

이혜민 : 맞아요. SNS 때문에 오롯이 내 감상을 말하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산책길도 이런 얘기와 관련되어 있을 것 같은데 맞나요?

김상훈 : 그럼요. 오늘도 질문으로 시작해 볼게요. 집에서 콘텐츠를 볼 때, 빨리 감기나 스킵을 해보신 적 있나요?

이혜민 : 원래는 진짜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서 볼 게 많아져서 그런지 드라마도 스킵할 때도 있고요. 그리고 요즘 제가 수영을 하잖아요. 유튜브로 수영 영상도 진짜 많이 보는데 그건 스킵을 많이 하면서 봐요. 제가 필요한 정보만 딱 얻고 싶으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김상훈 : 오늘 산책길은 바로 '빨리 감기와 스킵의 시대'입니다. 콘텐츠를 감상 혹은 소비하는 우리의 환경과 습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 거예요.

이혜민 : 오늘도 지도가 있죠?

김상훈 : 오늘 지도는 제가 직접 해 본 인터뷰입니다. 국내에는 관련 통계나 기사를 찾기가 힘들어서 제 동료들에게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해봤어요. 

우선 30대인 '단호박'님은 "해 본 적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5배로 봤다. 이걸 전부 보자니 내 시간이 아깝더라..."라고 하셨고요. 20대인 '비니'님은 "드라마 전개가 느리거나 질질 끌 때 해 본 적 있다. 그런데 미술도 구경하고 미장센이나 복선 놓치는 게 싫어서 잘 안 한다. 오히려 다 볼 때 정복감을 느낀다"고 하셨어요. 

역시 20대인 '노을'님은 "많다. 영화는 되도록 빨리 안 감고 드라마는 무조건 1.5배로 본다. 요즘은 유튜브 영상들 흐름이 엄청 빠른데 그거에 익숙해져서 느리면 답답하다. 감정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침묵 장면, 대사나 나레이션 없는 장면은 빨리 감기나 스킵한다"고 하셨어요. 게다가 자막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요. "요즘 자막 얘기도 많이 한다. 넷플릭스 등에서 자막 너무 켜고 봐서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 보면 자막이 없어서 못 알아 듣겠더라"라고 했는데 이것 역시 뒤에 주요하게 할 얘기입니다.

30대인 저의 이야기를 해 보자면, 부끄럽지만 나름 씨네필이었던 시절이 있어서 영화든 드라마든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신성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빨리 감기나 스킵을 해 본 적도 없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대신에 보다가 시간 없고 지루해서 끈 적이 많죠. 그래서 정주행한 드라마가 많지 않아요. 보고 싶어도 시간 없어서 못 보는 작품도 많고요. 그런데 인터뷰하면서 든 생각은 '어떻게 빨리 감기나 스킵을 해?'가 아니라 '오, 나도 앞으로 빨리 감기를 적극 활용해볼까? 그러면 시간 없다고 아예 시작도 못 한 작품들도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였어요. 

이혜민 : 저도 이거 진짜 와 닿는데요. 저희 채널 구독자 분들한테 예전에 설문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덕분에 저도 사람들이 2배속으로 영상을 많이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운드 없이 지하철 같은 데서 자막으로만 보는 사람도 있어서 충격을 먹었어요. 음향과 배경 음악에 진심이었던 사람으로서요. 이제 오늘의 산 책을 소개할 텐데 어떤 책인가요?



김상훈 : 아주 직접적인 제목입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란 책이고 부제는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입니다. 부제 역시 책의 내용을 잘 담고 있는 말이에요. 말 그대로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를 '빨리 감기'라는 현상으로서 요목조목 짚고 있는 책이에요.

이혜민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상훈 : '이나다 도요시'라는 일본 저자이고요. 라이터이자 칼럼니스트이자 편집자라고 해요. 영화 배급사에서도 일했고, 영화 잡지 편집장도 하셨고, 영화 관련된 일들을 한 이력이 있으시고요. <현대 비즈니스>라는 잡지에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칼럼을 기고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 글과 이후 연재가 이 책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요.

이혜민 :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김상훈 : 이 책은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초반에는 빨리 감기와 건너뛰기가 꽤나 보편적인 다수의 습관이 된 현상을 통계적으로 짚어주고 있고요. 이후로는 그 습관이 현대 사회에 나타난 이유와 배경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고 있어요. 

우선 통계를 한번 보면요. 일본의 리서치 회사가 2021년 3월에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69세 남녀 중 빨리 감기로 영상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총 34.4%였대요. 그 중 20대 남성이 가장 많은 54.5%였고, 20대 여성은 43.6%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대요. 30대 남성과 여성 역시 그 뒤를 따랐고요. 합산하면 20대의 49.1%가 빨리 감기 경험자인 거예요. 저자 역시 자체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자신이 강의했던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의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총 12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앞선 리서치보다 더 변화의 양상이 잘 드러나요.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빨리 감기를 자주 한다, 때때로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66.5%에 달했대요. 건너뛰기 시청 경험은 그보다도 많은 75.8%의 학생들이 자주 혹은 때때로 그렇게 한다고 답했고요.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이유와 배경이 궁금해지실텐데요.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우선 첫 번째로 짚는 건 영상 작품의 공급 과다예요. 쉽게 말해서 볼 게 너무 많아졌다는 거죠. 이건 OTT 플랫폼의 등장과 맞물리는데요. 구독료를 내면 수많은 콘텐츠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거예요. 다음 이유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에요. 이것을 현대인의 시간 가성비 지향이라고 저자는 표현하는데요. 이건 우리도 다들 공감할 텐데, 노동 시간은 길고 SNS나 기타 여가 시간에 해야 할 것도 점점 많아지는데 콘텐츠 볼 시간은 이 가운데 어렵게 내야 하는 시간이잖아요. 그러면 콘텐츠를 보는 시간에서 우리는 가성비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예요.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봐야 하는 거죠. 그때 필요한 게 바로 빨리 감기와 스킵이 되는 거죠. 시간을 단축하고, 콘텐츠에 있어서도 효율과 편리를 따지게 되는 현상이고요.

그러면서 우리가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해요. 감상에서 소비로의 변화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감상은 하나의 작품을 진득하게 집중해서 보는 것이라면, 콘텐츠 소비는 말 그대로 하나의 정보로서 파악하고 훑어보는 거죠. 그래서 결말만 혹은 줄거리만 알면 되는 것이 되고요. 저자의 학생들 설문 내용을 보면, 이런 말들이 나와요.

"처음과 끝만 알면 된다, 대사나 나레이션이 없는 장면은 넘어가도 된다, 일상적인 대화는 스킵해도 된다, 감정을 보여 주지 않는 침묵 장면은 역시 빨리 감기해도 된다, 중심 플롯이 아닌 서브 플롯은 안 봐도 된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중간 회차들은 아예 통째로 건너뛰어도 된다."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저 | 황미숙 역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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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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