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 패러다임을 바꾼 11인
『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 송경모 저자 인터뷰
이 책은, 저자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위해 공부하고 연구해온 11명의 사상가와 기업가의 생애와 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통 인문 교양서로, 특히 현대 사회와 경제 발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생각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2022.11.25)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자 경제학과 경영전략 연구개발 및 컨설팅회사 미라위즈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국내에서 '피터 드러커'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송경모 교수가 『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새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위해 공부하고 연구해온 11명의 사상가와 기업가의 생애와 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통 인문 교양서로, 특히 현대 사회와 경제 발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생각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하신 『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 제목부터 흥미로운데요. 어떤 계기로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되셨는지 짧게 말씀해주세요.
세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첫째, 제 전공인 경제학은 그간 세상을 바꾼 큰 역할에도 불구하고, 학부 때부터 거기에는 오직 수식과 이론만 있고 철학과 사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온 세상이 수식대로 움직일 것 같다 착각을 갖기도 했으나, 대가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았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지식과 도덕이라는 근본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고민했습니다.
둘째, 피터 드러커의 지식노동자 사상을 공부한 뒤, 왜 세상은 오직 책상물림들만 사상가로 취급해서 한없이 존경하고, 실제로 세상을 바꾼 온갖 혁신을 이끈 경영자들은 사상과 무관하다고 치부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영자들의 사상은 언어의 묶음이 아니라 현장의 성과로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런 내용들을 다룬 글을 머니투데이가 발행했던 기술 잡지 <테크엠>에 수년간 연재를 했는데, 그들 상당수가 이번 책의 중요한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셋째, 2021년 5월~8월 (사)인간개발연구원의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이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렸던 그 당시 해외 여행이 곤란했죠. 그래서 연구원은 회원들을 상대로 온라인 해외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여행 전문가는 세계 각지의 풍광과 문화를 동영상으로 안내하고, 저는 해당 지역이 배출한 사상가와 기업가를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때 이 강의 내용을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이 있었기에 이 책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책에 소개된 11명의 인물들을 어떤 기준으로 뽑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취지대로 하자면 세계사 속 사상의 혁신가들은 사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학문, 예술 분야별로 밤하늘의 별처럼 많을 것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시기상 서구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의 기치가 본격적으로 올라간 18세기 후반 이후만을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오늘날 사회 경제 부문에서 그 이름과 연상 어구들이 상투어처럼 돌아다니지만 많은 오해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골랐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게 대표적이예요.
마지막으로, 인류의 모든 지식은 인용의 자기확산과 고착 효과가 있어서 늘 듣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사건이 그 사건이죠. 하지만 실제보다 과대평가된 경우도 많고, 너무 과소평가되거나 아예 거론조차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날 경영전문학위나 이를 가르치는 대학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그 원조가 프랑스의 장 바티스트 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기준으로, 제가 평소 이 세상에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왔던 사람들 가운데 11인을 골랐습니다.
책에 언급된 11명의 사상가와 기업가들의 생각에 담긴 핵심 키워드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11인이 각각 자신이 처했던 시대와 사회 상황 아래 추구했던 혁신의 내용은 모두 다릅니다. 애덤 스미스는 자유로운 개인이 국가의 번영에 기여하는 역할, 생시몽은 과학, 산업, 금융을 통한 구체제의 혁신, 장 바티스트 세는 기업가와 경영교육의 중요성,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국가 인프라와 사회적 자본의 역할, 코닐리어스 밴더빌트는 험지에서 꽃을 피운 개척의 정신, 조지프 퓰리처는 권력이 아니라 고객에 봉사하는 신문 콘텐츠 혁신, 빌프레도 파레토는 사회를 지배하는 불균등 분포와 비논리성 행동의 발견,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책 속의 학설이 아니라 인간 심리와 사회 현실을 바로 대해야 한다는 통찰, 조지프 슘페터는 이 모든 혁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통찰했다는 것, 조르주 도리오와 프레데릭 터먼은 현대 테크기업 융성의 기반으로서 벤처캐피탈과 실리콘밸리의 아버지입니다.
책에서 소개하신 인물 중에, 현대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누구의 역할이 가장 큰가 하는 문제는, 사실 계측이 불가능하고 서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다른 역할로 세상에 기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모든 인물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거대한 운동장, 그러니까 개인의 자유라는 사상의 토양을 가장 먼저 일구었던 면에서 애덤 스미스를 꼽겠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애덤 스미스 사후 근 230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동안 그 소임을 다했던 애덤 스미스는 이쯤에서 놓아주고 다가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생각의 탄생을 기다릴 때가 됐습니다.
애덤 스미스나 파레토, 케인스, 퓰리처 등에 비해 생시몽이나 장 바티스트 세, 슘페터, 조르주 도리오 등의 인물들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왜 그럴까요?
브랜드화가 안 되어서죠. 브랜드화는 동시대인과 후세인들이 반복적으로 이름을 들먹이면서 매체나 문헌을 통해 무한확산되어야 가능한데, 불행하게도 이들은 지식 사회의 지극히 한정된 영역에서만 주목을 받고 그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에서도 학생들은 고루해보이는 슘페터보다 저 유명한 케인스 사상 강의실에만 몰렸습니다. 생시몽은 마르크스주의자들로부터 비과학적인 유토피아 사상이라고 매도당하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인물로 폄하됐습니다. 조르주 도리오는 자기 사업만 했을 뿐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11명의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을 공부하고 연구하시면서 집필이 가장 힘들었던 인물은 누구였는지요?
굳이 꼽으라면 빌프레도 파레토였던 것 같습니다. 파레토의 사회 사상을 이해하려면 마키아벨리즘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저는 정치 철학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히 이 주제에 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관련 서적들을 다시 검토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면서 그 맥을 비로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니콜로 마키아벨리 자신도 시중에 권력 예찬론자이거나 심지어 처세술 사상가 정도로 잘못 취급당하고 있죠.
『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을 읽는 독자들이 어떤 점을 유의하면서 책을 읽으면 좋을지 저자로서 조언해주신다면요?
사실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나 사회 생활을 해가는 과정에서도 개인의 지식과 행동이 지녀야 할 책임(responsibility)을 투철히 느끼고 배울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도처에서 자신의 권리와 자유만을 내세우고 감정과 욕구대로만 행동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오히려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분야별로 전문가들은 한없이 늘어났지만, 정작 대중의 평균적 교양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대우받을 정도로 경제 수준이 나아진 것과 비교하면 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개인이 비즈니스, 학문, 기술, 체육, 예술 등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지니는 책임을 느끼려면, 개인과 사회 사이의 저 깊고 복잡한 인과관계를 먼저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세계는 결코 일률적 단선 관계가 아니쟎아요.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전문 지식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인과 관계에 대한 선대 대가들의 고민과 통찰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그 어떤 정답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 반성을 통해 "나라면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자문하며 스스로 방향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독서하는 틈틈이 가져본다면 독자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송경모 1964년에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교에서는 조지프 A. 슘페터와 기술 혁신과 진화의 경제사상을 전공했다. 학교를 떠난 뒤 오랜 기간 증권 신용 평가와 가치 평가, 그리고 증권 시장 자문과 중개업에 몸담았다. 지금은 경제학 & 경영전략 연구 개발과 컨설팅업을 영위하는 미라위즈의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겸임교수로서 경영, 경제, 재무, 인문학 간 융합 지식을 개척하고 교육하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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