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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만큼이나 보호자도 아프다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 윤수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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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고통에서 전이되는 우울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돌봄에 지친 보호자 역시 환자만큼이나 위태로운 존재이며 이들을 위한 공감과 지원, 사회적인 방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2022.11.24)

윤수진 저자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은 아픈 이의 곁에서 환자를 위한 삶만 요구받는 보호자, 간병 가족을 위한 책이다. 간병 가족과 보호자의 삶을 살피며, 아픔을 감추어야 할 특별한 일처럼 여기는 사회와 우리들의 시선을 되짚어 준다. 수십 년간 의료 간병 현장에서 환자만큼이나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을 만나온 저자들이 보호자들이 어떤 심리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환자의 고통에서 전이되는 우울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돌봄에 지친 보호자 역시 환자만큼이나 위태로운 존재이며 이들을 위한 공감과 지원, 사회적인 방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두 분은 중환자실 간호사로, 호스피스 간호사로 오랫동안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오셨습니다. 환자만큼 보호자도 아프다고 생각하고, 이들을 위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호스피스에서는 돌봄의 대상자가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이기에 병원의 여느 과들과는 달리 가족들과 많은 상담이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호스피스에 오기까지 겪어온 투병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처음 신체에 이상을 느끼고 어느 과를 가야 하는지도 몰라 우왕좌왕했다는 이야기부터 지난한 투병 과정, 항암 치료 중단을 권유받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이야기, 그리고 퇴원을 종용받고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는 이야기 등. 이런 이야기들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보호자를 위한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왜 육아를 위한 많은 교육서들과 육아에 지친 부모를 격려하기 위한 책들은 많이 있는데, 아픈 이를 돌보는 가족들을 위한 책들은 찾아보기 힘든 걸까 하는 생각 말이죠. 그러던 중 아픈 이를 돌보는 가족을 위한 글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조심스럽거나 신경 쓰이셨던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병원에서 만났던 환자와 가족들의 모습은 사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와 투병의 여정의 일부분이겠지요. 제가 어느 한 시기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그분들이 오랜 기간 힘겹게 아픈 이의 곁을 지켜왔던 시간들을 감히 평가하게 될까 봐 그것이 가장 조심스러웠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병원이라는 곳은 가족보다는 환자를 중심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곳이기에 저 역시도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면서 겪는 어려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아픈 이의 곁을 지켜온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보다는 어느 순간 간호사의 시각으로 보호자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매번 점검하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갑작스럽게 간병해야 하는 때가 되면 보호자가 되는 가족들의 갈등이 커지는 일도 아주 많습니다. 병으로 인해 가족 관계도가 달라지고, 같은 간병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가족이 각기 다른 경험을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병원에서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가족이 아닌 사설 간병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간병 역할을 기대할 가족들이 없기 때문이죠. 가족들이 간병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에는 직장 문제, 육아, 해외 거주 등 각기 다양합니다.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경향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으로 간병협회를 검색해보면 어느 기관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연락처를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병의 기간이 하염없이 길어지게 되면 간병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가족들이 간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는 아픈 이를 생판 모르는 남에게 맡기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가족들이 간병을 하기로 결정하고는 합니다. 

간병과 관련된 갈등 또한 원인은 다양합니다.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어 독박 간병을 하게 되거나, 간병 방식에 있어서 의견 차이로 인해 불화가 생기거나, 간병을 계기로 환자와 가족 간 또는 가족들 간의 서운했던 과거의 감정들이 폭발하는 등. 이런 이유로 아픈 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텐데 가족 간의 갈등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간병 문제로 시작된 갈등으로 가족의 연을 끊고 지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아픈 이의 간병에 (부분적으로나마) 함께하는 것을 적극 격려하고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간병의 시간이 단순히 돌봄 노동을 하는 시간이 아닌, 가족들 간의 이해와 공감의 기회가 되고, 가족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돌봄의 순환을 다음 세대에게 교육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을 별세계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의료인으로 오랫동안 복무하면서도 다른 병원에 가면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별세계 같다는 소회에서 '아, 전문 의료인들도 그렇게 느끼는구나, 내가 바보였던 게 아니었구나'란 일종의 안심도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도 아픈 이가 되어 병을 진단받고 지역의 작은 의원에서 대학 병원으로 의뢰된 적이 있었습니다. 의원에서 시행한 조직 검사 슬라이드를 대학 병원의 진료를 보기 전에 접수해야 했던 적이 있는데요. 남편과 함께 1층에서 2~3층까지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는지 모릅니다.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큰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업무는 분업화될 수밖에 없을 거고,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전문적으로 나눠서 하기 마련이지요. 병원의 시스템을 아는 직원들이나 수년간 투병한 이들이야 대기표를 끊고 접수하고 결재하고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익숙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처음 그 병원을 방문한 저와 남편은 마치 뉴욕 도심 한복판에 갑자기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가 어디인지도 잘 모르는 복잡한 병원 구조, 진료를 보기 전에 거쳐야 할 곳은 평균 서너 군데, 병을 진단받은 시기에 겪고 있던 심리적 위축감, 다들 어찌나 빨리 걸어 다니는지 잘못하면 치일 것 같아 복도 벽에 붙어서 걸었던 것 등이 기억납니다. 그저 빨리 내가 속한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속한 세상 역시도 또 다른 병원인데 말이죠. 결국, 아픈 이 곁을 지켜야 하는 보호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아주 낯선 장소와 경험해본 적 없는 시스템 속에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만들어 낸 것이 별세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립, 징역살이, 마지막 등. 책 속에서 안타까운 말과 사연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기억에 남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연이 있을까요?

그럼요. 솔직히 그런 사연도 많았지만 막상 소개해 드리기에는 조심스러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아픈 이의 곁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그런 사연들이 자칫 힘이 되기보다는 부담을 주지는 않을지, 마치 무슨 모범답안 같이 여겨지면서 그러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해와 공감보다는 부족함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지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아픈 이를 돌보는 과정에서는 아픈 이도, 돌보는 이도 참 많이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도를 닦게 되는 거죠. 설상가상으로 그 돌봄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아무리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연일지라도 그 이야기가 따뜻해지기까지 얼마나 울컥하고, 치열하고, 가슴 시리고, 서늘하고, 추웠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모든 과정을 소개하기에는 너무 장황했고, 또 결과만 소개하기에는 그분들에게 죄송했습니다.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상황, 간병을 하게 되는 상황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으로 준비해 두거나, 알아두면 유용할 제도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또, 긴 간병으로 지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활동이나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지인 중에 형제들끼리 매월 일정 금액을 모아 통장 하나를 만들어 두고 부모님이 편찮으실 경우를 대비해 두었다가 실제로 후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경제적인 것을 떠나 무엇보다 형제들 간에 사전에 이런 대화가 오가고 그런 방안을 서로 모색했다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둡니다. 우리는 만일에 대비해 다양한 보험을 들고 대비를 하지요.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 중에 아픈 이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막상 일이 닥치게 되면 우왕좌왕하게 마련이고, 그러한 다급한 상황들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구실이 될 테니까요. 미리 알아두면 유용할 제도라면 책에서도 소개한 가족 간병을 위한 가족돌봄휴가/휴직제도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간병이 따로 필요 없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는 병원들도 많이 있으니 입원할 때 병원에 문의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한, 국가에서 일부 질환을 대상으로 또는 일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간병비 지원제도 등에 관한 정보는 가까운 보건소 또는 관할 주민 센터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간병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돌봄지원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24시간 간병에 얽매여 고립되어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하루 중 한두 시간만이라도, 그게 허용되지 않는다면 일주일 중 단 며칠, 한두 시간만이라도 누군가에게 간병을 부탁하고 숨통이 트일 곳을 찾아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든 만드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본 많은 분들이 이렇게 시간을 내드리면 휴식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그 시간 동안 간병으로 못한 밀린 집안일을 하시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돌봄에 쏟을 긍정적인 에너지는 바닥나게 마련입니다. 일례로 항공기 사고 시 비상용 산소 마스크가 내려올 때는 보호자가 먼저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고 어린이나 노약자를 도와주도록 안내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에너지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살면서 누구나 돌보는 이가 되고, 또 아픈 이가 된다.' 저는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아픈 이의 곁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주변의 아픈 이를 돌보는 분들을 따뜻이 격려하고 응원해주기를 소망합니다. 언젠가 당신의 가족 중에 아픈 이가 생겼을 경우, 당신이 기꺼이 아픈 가족의 곁을 지켜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먼 훗날 당신이 아픈 이가 되었을 때에는 당신의 돌봄을 통해 배우고 자란 자녀들이 기꺼이 당신의 곁을 또 지켜주기를 소망합니다. 아픔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사회,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과 아픈 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의 과정으로 수용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윤수진

간호대학 졸업 후 혈액암 병동에서 준비되지 않은 임종들을 경험하면서 호스피스의 필요성을 깨닫고 호스피스 간호사가 되어 15년간 말기암환자와 가족의 곁을 함께 하였다. 현재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동백성루카 호스피스병원에서 간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
김형숙,윤수진 저
팜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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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

<김형숙>,<윤수진> 저14,4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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