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교 작가의 글쓰기 대화법
『사랑을 글쓰기로 배웠어요』 이만교 저자 인터뷰
문해력과 폭력적인 언사가 문제시되는 와중에 『사랑을 글쓰기로 배웠어요』는 '글쓰기 대화법'을 해결 방안으로 내세운다. 한 번만 더 생각한다면, 우리의 대화는 보다 양질의 수준을 누릴지도 모른다. (2022.11.23)
이전까지 그 누구도 글쓰기와 대화법을 한 용어로 정리할 생각은 못 했다. 현 출판 시장에는 글쓰기 책과 대화법 책이 여러 권 있지만 이 두 영역을 함께 고민한 책은 없었다. 글쓰기처럼 내 안의 문장을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고, 글쓰기처럼 내 문장의 실수를 수정한다. 생각과 생각이 쌓여서, 혼자서는 미처 해내지 못할 대화라는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너를 더 정확하게 아는 순간이며, 나를 더 정확하게 아는 순간이다. 작가는 현 사회에서 소모되는 수많은 말 사이에서 진정으로 깊은 '생각문장'을 꺼낼 필요성을 말한다. 문해력과 폭력적인 언사가 문제시되는 와중에 『사랑을 글쓰기로 배웠어요』는 '글쓰기 대화법'을 해결 방안으로 내세운다. 한 번만 더 생각한다면, 우리의 대화는 보다 양질의 수준을 누릴지도 모른다.
『사랑을 글쓰기로 배웠어요』를 통해 이만교 작가님을 처음 접하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회 관습적으로 저를 소개하자면, 소설가이자 대학 교수입니다. 92년에 <문예중앙>에 시로, 98년에 <문학동네> 단편 소설로 등단했습니다. 2000년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장편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영화화되기도 했지요. 제가 하는 일은 모두, 더 좋은 생각문장을 찾는 작업입니다. 독서도, 강의도, 합평도, 출간도, 모두 더 좋은 생각문장을 찾는 일입니다. 저도 맛있는 음식, 멋진 여행, 좋은 음악과 영화 등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더 좋은 생각문장을 만날 때 제일 행복합니다.
부제에 '글쓰기 대화법'이 생소하게 다가오는 독자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글쓰기 대화법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글쓰기 대화법'이란, 글쓰기 하듯 한 문장 한 문장 더 좋은 문장을 찾는 대화법입니다. 기존 대화법 책들을 보면 배려하라, 청취하라, 공감하라 같은 일반론적이고 두루뭉술한 개념을 반복합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실천이 어렵습니다. 반면에 제 글쓰기 대화법은 지금 사용하는 단 하나의 문장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매우 구체적이고 매우 쉽습니다. 글쓰기가 혼자 만드는 생각문장이라면, 대화란 둘이 교대로 만드는 생각문장입니다. 놀랍게도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과 대화를 잘 나누는 방법은 동일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하고 더 나은 문장을 찾으면 됩니다.
작가님의 저자 소개를 보면 '자칭 생각문장 마니아'라는 별명이 눈에 띄었는데요. 이번 책의 주된 주제일 수도 있는 생각문장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또 더 나은 생각문장을 고민하는 작가님만의 방법도 궁금합니다.
'생각문장'은 제가 만들어낸 합성어입니다. '생각'과 '문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생각은 문장으로 표현될 때 뚜렷해지고, 문장은 생각을 해야 만들어집니다. 생각이 충분치 않으면 좋은 문장이 만들어지기 어렵고, 문장을 활용하지 않으면 좋은 생각을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언어를 빌지 않으면 생각은 길을 잃고, 생각을 깊이 하지 않으면 언어가 힘을 잃습니다. 무엇보다 생각은, 문장을 통해서야 공감이 가능해집니다. 영화 <콘택트>를 인용하자면, 생각문장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선물이자 무기입니다.
요즘에 문해력이나 전화 공포증이 문제시되고 있는데요. 이번 책이 이 두 문제를 함께 다룰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은 현 세태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능 공부를 '공부'로 착각하고 있고, 졸업한 시민들은 책을 안 읽습니다. 1인당 1년 평균 독서량이 0.6권이라는 통계 발표를 봤는데, 참담합니다. 생각문장을 다듬지 않으면, 깊은 생각도 어렵고, 좋은 대화도 어렵고, 정치 판단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만 책을 멀리합니다. 다들 영상 세대이고 스마트폰 세대이자 유튜브 세대이고 짤방 세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 생각문장으로 행동하고, 대화합니다. 생각문장이 달라져야 자기 삶이 달라지고 인간관계가 바뀌는데, 생각문장을 창작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더 나은 생각문장이 존재합니다. 더 나은 생각문장을 찾는 습관을 들일 때, 그만큼 더 나은 삶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사유가 무르익으면 자신만의 창작론이 생기고 자신만의 철학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표현하신 '사랑은 언제나 에고를 완전히 죽인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님이 이번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는 사랑을 잘 모릅니다. 언제나 헷갈립니다. 딸아이가 걸음마를 걷다 넘어지면 얼른 가서 일으켜 안아줘야 할까요, 아니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지켜봐 줘야 할까요? 이제 대학생이 된 딸아이의 취업 문제에 제가 조언을 해줘야 할까요, 아니면 묵묵히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랑은,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면, 무조건적이어야 합니다. '무조건'이야말로 사랑의 유일한 조건입니다. 무조건적일 때야 우리는 비로소 상대를 지금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만, 상대를 지금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지금 모습 그대로 만나지 못하면, 대체 누구와 대화하고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상대를 지금 모습 그대로 만나려면, 만날 때마다 '적극적 듣기', '적극적 살피기', '적극적 따라 하기' 같은, 대화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제시한 13가지 대화법은 나의 주장, 나의 관점, 나의 에고를 죽이는 구체적 방법입니다.
작가님의 첫 대화법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글쓰기 모임을 습작생 때부터 해왔고, '글쓰기 공작소' 모임만 17년째 하고 있습니다. 마치 와인 감별사가 와인 고르듯, 한 문장 한 문장, 더 나은 생각문장을 고르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동인들이나 학생들과 얘기 나누다 보니까, 다들 이런저런 갈등이 많았어요. 친구와의 갈등, 직장 상사와 갈등, 부모와 갈등, 자녀와 갈등, 애인과 갈등... 그래서 그럼 대화씬을 써와봐라, 그리고 그것을 한번 합평해 보자! 하고 제안했지요. 정말 재밌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 갈등을 너무 크고 거칠게 다루거든요.
하지만 자신의 대화 기억을 한 문장 한 문장, 글로 써서 대화씬으로 살펴보면, 전혀 다른 모습들이 발견되는 거예요. 글로 써서 대화를 한 문장 한 문장 살피면, 내가 얼마든지 더 좋게 말할 수 있었구나! 하는 걸 알게 돼요. 이걸 알면 문제는 저절로 풀려요. 대화는 아주 간단해요. 그가 건넨 생각문장을 잘 듣고 공감하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모든 변화가 가능해져요. 대화를 대충대충 하다가, 글로 써서 한 문장 한 문장 살피니까,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들이 보였어요. 자신의 언어 습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공부 시간이었어요. 이걸 책으로 내야겠다 싶어지더군요.
대화에 있어서 상처받고 상처를 주고, 또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수많은 대화가 있습니다. 대화법에 고민이 많을 여러 독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글쓰기가 어려울까요, 아니면 대화가 더 어려울까요? 둘 다 어렵습니다. 글쓰기든 말하기든 정말 잘하려면, 엄청난 수련이 필요합니다. 저도 아직 멀었는데,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다만 오늘 좋은 생각문장 하나를 떠올리면 떠올린 순간 행복합니다. 오늘 좋은 듣기, 좋은 말하기를 한 만큼 관계가 좋아집니다. 노력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습니다. 노력한 만큼 바로바로 좋은 일로 연결되니까요. 어렵지만 즐겁습니다. 더 나은 생각문장을 찾는 어려움만 느끼지 마시고, 찾는 즐거움도 느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저절로 노력하게 될 거예요. 더 좋은 생각문장을 고른 만큼, 더 좋으니까, 공부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이만교 평생 열심히 글을 썼지만 아직 흡족한 글을 쓰지 못했다. 이러기도 쉽지 않으니,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랄까. 열심히 써도 못쓰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고, 열심히 써도 못쓰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습작생들에게는 좋은 반면교사가 되었다. 2006년부터 '글쓰기 공작소’ 강좌를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저렇게 열심히 하면서도 못쓰다니, 그에 비하면 내가 낫구나!'하는 위로를 베풀었다. 부자들이 어쩌다 하는 선행으로는, 가난한 이들이 매 순간 행하는 '당신은 나보다 잘 살고 있지 않소!'라는 위안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듯, 글쓰기에 있어 최고의 선행이란, 부족한 데도 열심히 쓰지만 열심히 써도 안 되는, 그럼에도 끝내 열심히 쓰는 사람이다! 라는 자긍심 하나로 지금까지도 열심히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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