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특집] 기후 위기에 '힙'을 입히다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1월호
상징적인 숫자를 제호로 택한 매거진 <1.5℃>는 강렬한 콘텐츠로 기후 위기 문제를 다루며,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11.09)
'1.5'는 인류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숫자다. 2018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기 때문. 이 상징적인 숫자를 제호로 택한 매거진 <1.5℃>는 강렬한 콘텐츠로 기후 위기 문제를 다루며,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서형, 유다미 에디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기'를 주제로 한 창간호 <1.5℃-Electric Shock!> 이후 3권의 잡지를 더 발행했어요. 지난 1년, 어떠셨나요?
조서형 :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일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실천 방향을 알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동영상을 볼 때도 실시간으로 재생하지 않고 다운로드한 뒤 보면 전력 소모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요. 데이터 센터를 가동할 때 탄소가 배출된다는 건 알았지만, 작은 행동으로 차이가 난다는 건 몰랐죠. '음식'을 주제로 한 4호를 준비할 때는 충남 청양군에 내려가 돼지 분뇨를 압축해 에너지를 만드는 현장을 취재했어요.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만 생각했는데 가축 분뇨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해결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유다미 : '결국 마감이 다가오면 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생겼고, 달라지지 않은 점은 할 때마다 어렵다는 것입니다.(웃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가요?
유다미 : 기후 위기는 아주 많은 분야와 얽혀 있어요. 4호에서 육식으로 인한 탄소 배출 문제를 짚은 기사바로 다음에 농업 또한 축산업 못지않게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이어져요. 결국, 기후 위기는 지구 온도를 높이는 산업과 소비, 생활과 문화 전반에서 총체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여서 저희가 쓴 기사들끼리도 상충될 때가 있는 거죠.
그럴 때는 힘이 빠지기도 할 것 같은데요.
유다미 :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그만큼 모든 분야에서 합심해야 하니 많은 분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커요.
조서형 : '이래도 저래도 안 되네'라고 생각하기보다 자기 분야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이런 분들이 있으니까 나도 노력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아요.
4호까지 발행하며 편집부의 기획 방향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나요?
유다미 : 초반에는 필진, 인터뷰이를 섭외할 때 영향력과 주목도를 얼마간 고려했어요. 소위 '힙'하고 '트렌디'해 보이기 위한 노력이었죠. 저희 잡지를 많은 분들이 봐주었으면 해서요. 지금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해요. 4호에서는 울산 옥서초등학교 문경희 교장 선생님을 인터뷰했어요. 생태학 전공 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기후 위기 대응 수업을 하고, 급식에서 채식 식단을 선택할 수 있는 학교예요. 음식과 탄소 배출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급식 교육도 하고요. 학생들이 집에서 부모님한테 쓰레기 분리 배출 방법을 가르칠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많아요. 막연히 그레타 툰베리 같은 상징적인 인물을 통해 청소년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학생들을 실제로 보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기획한 기사 중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그래서 해내고 나서 기뻤던 기획은 무엇인가요?
유다미 : 항상 섭외가 어려워요. 환경 잡지라고 말하면 "내가 그렇게 깨끗하게,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아닌데, 자격이 있을까요?"라며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조서형 : 4호에서 김주진 농부를 인터뷰한 기사가 기억에 남아요. 10년간 비료와 제초제를 쓰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풀을 뽑거나 벌레를 잡지도 않고, 물 한 번 주지 않는 자연 농법으로 사과, 포도 같은 과실을 키운 분인데요. 처음엔 농사일이 워낙 바쁘고, 자연 농법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거절하셨거든요. 수차례 진심을 전한 끝에 인터뷰를 했어요. 취재를 끝낸 후 같이 점심도 먹고 그분이 키운 사과를 안고 집에 돌아오는데 기뻤어요.
시선을 끄는 트렌디한 디자인 덕에 환경 잡지인 줄 모르고 들춰보는 분도 많을 것 같아요.
유다미 : '바닷물이 끓고 있다' 같은 선언적인 메시지가 빨간 배경색에 굵은 글씨로 나오는데, 이런 강한 디자인이 독특하죠. 불편해 보이더라도 호통을 치는 목소리처럼 표현해 경각심을 높이고 싶었어요. 이렇게 강렬하게 디자인된 페이지를 오리고 내지를 찢어서 다이어리를 꾸민 독자 후기를 봤는데, 잡지를 다양하게 즐기는 방식이 좋아 보였습니다.
조서형 : 디자인뿐 아니라 내용을 통해서도 점차 많은 분들에게 가닿는 것 같아요. 전기차를 구매할까 고민하던 분이 전기차를 다룬 2호를 읽고 결국 테슬라를 샀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2호에 실린 전기차 트위지의 사용자 후기를 인용하며 "부럽다, 나도 전기차 사고 싶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많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저희 잡지의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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