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미지 저자 인터뷰
엄마였던 때와 엄마가 아니게 된 지금의 삶을 지나며 찾은 나름의 용기와 답을 엮어 엄마가 되기 전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2022.11.07)
예전과 달리, 출산과 육아는 더 이상 당연한 삶의 과정이 아니다.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만의 시간을 위해서 또는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출산을 고민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나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다. 어느 쪽을 고르든 전과는 너무나 달라질 것이 분명한 선택 앞에 선 이들을 위해 미지 작가가 이번 책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엄마였던 때와 엄마가 아니게 된 지금의 삶을 지나며 찾은 나름의 용기와 답을 엮어 엄마가 되기 전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첫 책 『네 컵은 네가 씻어』 이후 4년 만의 책이에요.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 들려주세요.
첫 책의 출간 과정을 계기로 과거를 깊이 돌아보고 나니까 현재를 직면할 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당장의 큰 고민을 글로 풀기 시작했는데 계속 쓰고 고치다 보니 엄마였으나 더 이상 엄마가 아닌 지금의 제 상황이 모두의 중간 어디쯤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과정을 포기하지 않으면 저 스스로를 다시 세우면서도 끝과 끝을 잇는 징검다리 하나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생기더라고요. 물론, 상실을 곱씹어야 하는 부분은 힘들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 과정을 너무 빨리 끝냈으면 많이 후회했을 것 같아요.
1부에서 가족과 친구, 지인들을 만나 "아이를 다시 낳는 게 좋을지" 묻고 답하는 장면들이 소설처럼 다가왔어요. 왜 질문과 대답이라는 형식을 취했는지, 집필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결혼을 했다고 하면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 없다면 언제 낳을 것이냐 하는 질문들을 처음 뵌 분들도 어떤 인사말처럼 하시더라고요. 그게 아이가 곁을 떠나고 나서도 변함없이 계속 되니까 많이 불편했어요. 그러다 그 불편함이 전적으로 그 질문을 한 상대방 때문만이 아니라 저의 중심이 제대로 서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죠. 스스로도 잘 모르겠고 대답하기 어려우니 들으면 괴로웠던 거고요. 그러니 이번에는 제가 먼저 물어볼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어떤 일에 대해 잘 모르겠으면 주변에 조언을 구하기도 하니까요. 대답을 진심으로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물었고 꼭 물어야만 할 것 같은 가족들에게 물었습니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도 물으며 생각을 정리했고요. 이뿐만 아니라 읽는 분들이 인생의 어떤 중요한 선택을 두고 고민하실 때 참고할 만한 예로도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감정은 뒤로하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살펴 구성을 짜고 표현을 고쳤습니다.
「세 번째 대답 | 지금 너의 모습이 정말 좋아 보여」에서 친구 다정과 강 언니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지만, 다음번 다시 만났을 때는 역시 아이를 낳는 게 좋겠다고 했잖아요. 원고를 쓰던 당시와 지금의 대답이 다른 분들이 또 있을까요?
이후에는 다시 묻지 않아서요. 아직까지는 다른 대답을 듣지는 못했는데 저도 궁금해지네요. 특히 전보다 자주는 아니지만 여전히 아이 낳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는 저희 엄마가 이번 책을 보고 어떤 말을 해주실지 제일 궁금해요. 책에 등장하는 다른 분들도 읽으시고 나서는 어쩌면 좀 다른 말씀들을 해주실지도 모르겠네요, 꼭 여쭤 보겠습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 여러 서점에서 많은 독자를 만났다고 하셨어요.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도 북토크를 앞두고 있고요. 독자와의 만남을 자주 가지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쓴 책을 보고 불러 주시는 거니까 일단은 감사한 마음으로 가고 있어요. 세상에는 이미 나와 있는 좋은 책들도 많고 하루에도 수십 권의 새 책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제 책을 읽고 만남의 기회도 만드시는 거잖아요. 그런 연결들이 매번 참 신기해요. 비슷한 경험이나 생각들을 하셨다고 하시면 서로 위로도 되는 것 같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접할 때는 삶에 대한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만약 아끼는 분이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작가님은 어떤 말을 해주실까요?
확신이 들지 않아 하는 질문이라면 여기저기 많이 살피고 깊이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엄마는 한 번 되면 영원히 엄마니까요. 아이와 함께하는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긴 여정에 대해서 지나치게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해서 가야하는 길임은 분명하다고요. 그래야만 기쁨은 온전히 누리고 어려움은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최근 작가님이 갖고 계신 새로운 질문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서로 불평등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각자 그것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가 제가 요새 자주 하는 생각이에요. 누구의 생이든 고귀하고 소중하다는 말이 갈수록 현실에서 설득력을 잃을 때가 많은 것 같거든요.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어져 때로는 억울하기까지 한 어려움들을 감내하며 끝까지 살아 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고민들을 자꾸 살피게 됩니다.
꾸준히 글을 쓰고 계시고, 여러 모임도 운영하고 계셔요.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실 건지,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한 인생의 커다란 선택에 대해서 쓰고 나니 그동안 제 삶에서 크고 작았던 선택들마다 배경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불안을 견디지 못해 한 선택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이 과연 어디서부터 왔고 저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쓰고 있어요. 플랫폼에 공유도 하고요. 이 원고까지 다 쓰고 나면 그동안의 제 이야기는 일단락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후에는 다른 장르나 다른 형태의 글을 써볼 계획이 있습니다. 소재도 몇 가지 정해 두었어요. 꾸준히 써나가겠습니다.
*미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던 소중한 존재를 잃고 난 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함께 읽거나 쓰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모임들을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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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었으니 영원히 엄마로 남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엄마가 아니다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맞이한 첫 아이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상실의 슬픔을 받아들인 저자 앞에 이제 두 가지 선택이 놓여 있다. 아이를 다시 낳을 것인지, 낳지 않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