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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의 짧은소설]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도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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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누군가에게 안길 수만 있다면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2022.11.04)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그녀는 아이의 조기 입학 얘기를 꺼냈다. 1, 2월생이 일곱 살에 입학하는 제도는 사라졌지만, 그녀는 이 고전적인 방식에 약간의 낭만을 품고 있었다. 아이가 적응할 수 있다면 학교생활을 빨리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의 친가 쪽 식구들은 숯불 위의 석쇠에 양념갈비를 구우며 주식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고, 외가 쪽은 한정식 코스의 메인 요리로 나온 생선의 살을 발라내면서 건강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참이었다. 앉아 있는 게 따분한 아이들은 몇 숟가락 떠먹은 뒤 식당에 딸린 놀이방으로 몰려간 뒤였다. 그녀는 대화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그런데, 라는 접속사와 함께 내년에 학교를 보낼까 고민 중이에요, 라고 말했다.

아이의 입학에 대한 의견은 반으로 나뉘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진학이든 취업이든 일 년이라도 시간을 벌게 해주는 게 좋다는 쪽이 세 사람, 이제 '빠른'은 없어졌고 긴 인생에 일 년은 아무것도 아니니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여덟 살에 입학시키자는 쪽이 세 사람이었다. 양측 모두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고집을 부리거나 대립하지는 않았다. 엄마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을 뿐이다. 양가의 분위기가 비슷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잘 익은 갈비를 한 점 집어 먹었고, 생선 살과 함께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가족들은 인생의 시간과 기회와 총량의 법칙에 대해 얘기하다 원래의 화제로 돌아갔다.

아이의 입학에 맞춰 일 년 동안 휴직할 계획이므로 그녀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건 맞는 말이었다. 방향을 정하는 게 어려워 조언을 구했지만 결국 그녀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는 가족들의 대화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머릿속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다가 아이의 의견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그녀는 침대에 누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조기 입학이 뭔지도 모르면서 아이는 유치원 졸업 여행을 못 가고 졸업 발표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말에 강하게 반발했다. 싫어, 안 해, 를 외치며 침대에서 몸을 뒤치고 발로 이불을 걷어찼다.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그녀는 아직 받침 글자를 틀리는 맞춤법 실력과 지독한 편식, 낯선 곳에 가면 화장실 사용을 꺼리는 아이의 습관을 떠올렸다. 또래에 비해 키와 몸집이 작은 아이가 학교 가방을 메고 교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일 년 동안 아이는 유치원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졸업 나들이를 다녀왔고 단체 티를 입고 율동과 합창을 하는 졸업 발표회도 무사히 마쳤다. 여전히 키나 몸집은 작은 편에 속했고 편식과 화장실 문제도 나아지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엉성하게 율동을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학교에 일찍 보낼 생각을 했던 걸까, 스스로 의아해졌다.

다시 그녀의 생일이 돌아왔을 때 양가 부모님은 식사를 하다가 아이의 입학 선물 얘기를 꺼냈고 날을 잡아 같이 사러 가자고 했다. 아이의 친가 쪽에서는 입학 때 입을 옷을, 외가 쪽에서는 가방과 신발주머니 세트를 선물해 주기로 했다. 그녀는 아이의 입학이 낭만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부모님과 쇼핑몰에 가기로 한 날, 그녀는 하루 연차를 냈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잠깐 소파에 누웠다. 원래 계획은 아이가 하원하기 전에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어린이 책과 장난감 통을 정리하는 것이었지만 소파에 눕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며칠 전부터 머리가 묵직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았는데 쉬는 날이라는 걸 몸이 아는 것 같았다.

식탁 위에는 2주 전에 도착한 취학 통지서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출근하기 전이나 잠들기 전에 취학 통지서를 펼쳐 보았다. 아이의 이름과 주민 등록 번호, 배정받은 학교와 예비 소집일, 입학 날짜가 차례로 입력되어 있는 종이를 보고 나면 아득해졌다. 그 종이는 아이를 새로운 세계, 학생의 세계로 데려갈 초대장이자 아이가 타고 떠날 열차의 티켓이었다. 언젠가 내리게 되겠지만 입학하는 아이의 옆자리에는 그녀가 동승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 동승 계획 때문에 그녀는 새로 뽑은 계약직 직원에게 업무를 인계한 뒤 2월 말에 휴직하기로 했다. 그녀의 휴직으로 아이의 하원을 도와주고 그녀가 퇴근하기 전까지 집에서 간식과 저녁을 만들어 먹이며 아이를 돌봐주시던 이모님도 2월 말까지만 일하기로 했다.

이모님은 아이가 네 살 되던 해부터 하원 이후의 시간을 맡아주었고, 이모님을 만난 뒤로 그녀는 두 번째 출근 같던 퇴근 이후의 시간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잠잠해지는 걸 경험했다. 그녀와 남편이 출근하면서 교대로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이모님이 데려와서 퇴근 시간까지 돌봐주는 평온한 일상이 몇 년 동안 계속되었고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다.

그녀는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집 안에 퍼져 있던 된장찌개 냄새와 먼지 없이 보송한 바닥을 좋아했다. 수도꼭지는 반짝거렸고, 잘 개킨 수건이 수납함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모님이 없는 저녁이나 일상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주말에 따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연휴나 여름휴가처럼 긴 시간 동안 살림에 공백이 생겨도 복귀할 이모님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녀는 계절이 바뀔 때 하루 정도 연차를 내어 아이의 옷과 이부자리를 정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냉장고나 옷장 안은 잘 정리되어 있어 따로 손댈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어느 초등학교에 배정받았는지 알게 된 뒤로 아이는 자기 전에 침대에 누우면 학교 얘기를 종알거렸다.

엄마. 선생님이 그러는데 학교 가면 아무 때나 화장실가면 안 된대. 쉬는 시간에만 갈 수 있는 거래. 쉬는 시간에만 일어나서 돌아다닐 수 있대.

아이는 그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숙제도 있고 시험도 본대. 

초등학교 가는 게 무서워?

그런 건 아닌데... 좀 걱정돼.

아이에게 초등학교는 궁금하고 기대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세계였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유치원도 잘 다녔잖아.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끌어안고 입 맞췄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고 어떤 말도 안개처럼 번져 있는 막막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어려우리라는 걸 알지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응, 이라고 대답해 놓고도 아이는 도돌이표처럼 다시 엄마, 학교에서는, 하며 엇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그걸 또 듣고 대답하는 동안 그녀는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말이 느려졌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언제까지 자신에게 이런 두려움을 털어놓을까 궁금해졌다.

그녀는 소파에 누운 채로 소화제와 두통약을 꺼내 삼키는 상상을 했다. 편두통이 심해져 머리를 움직이는 게 힘들었다. 관자놀이를 누르며 아이의 하원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해 보았다.

작년에는 어떻게 아이를 입학시킬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일 년 전의 자신, 낭만에 기대 아이를 조기 입학시키려 했던 자신을 타인처럼 돌아보았다. 그때는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아 일을 좀 쉬고 싶었고,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킨 뒤 돌아와서 하게 될 청소나 세탁 같은 집안일보다 약간의 자유 시간에 더 마음이 쏠렸던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취학 통지서를 받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는 더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버티다가 일어나서 소화제를 한 병 마시고 두통약을 삼켰다. 아이의 방문을 연 뒤 책이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포화 상태의 책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꽂을 칸을 마련하려면 아이 연령에 맞지 않는 책들을 빼야 하는데 몸을 움직일 기운이 없었다.

아이는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며 얘들아, 내일 만나, 가방 사러 갔다 올게, 하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선생님이 손을 흔들며 어떤 걸로 샀는지 내일 꼭 알려줘, 했다. 그녀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하다가 버스가 시야에서 멀어지자 천천히 웃음을 지웠다.

그녀의 부모님과 아이는 손을 잡고 쇼핑몰 안을 걸어 다녔다. 아동 브랜드 매장에서 초등학생용 배낭을 구경했고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면 그녀의 엄마가 직접 메보라고 한 뒤 뒷모습을 찍어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점원이 실내화 주머니를 꺼내 주자 엄마는 지퍼를 열어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조금 떨어져서 두 사람이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옷장에서 급하게 꺼내 입고 나온 니트 원피스의 아랫부분에 잡힌 주름이 신경 쓰였다. 손으로 계속 펴도 주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는 마음에 드는 가방을 보면 그녀에게 엄마 이거 어때? 하고 물었고, 그녀의 엄마도 이게 더 낫지 않냐? 하며 동의를 구했다. 그녀는 가방은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다 좋다고 대답했다. 두 알을 먹을까 하다가 한 알만 삼켰더니 약 기운이 부족한지 오른쪽 이마가 지끈거렸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엄마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 달라서 스포츠 매장이 있는 층으로 이동한 뒤 한참 더 구경했다. 엄마가 이것저것 따지며 까다롭게 굴자 아빠가 대충 고르라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요즘 누가 가방을 육 년씩 메고 다닌다고 그래. 저학년 때 메다가 고학년 올라가면 바꾸는 거지.

엄마가 그 말에 순순히 동의하면서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던 가방 세트를 구매한 뒤 카페로 이동했다.

쇼핑몰에 입점한 카페에서 어른들은 커피를 주문하고 아이에게는 딸기 스무디를 시켜주었다. 음료를 마시며 저녁 메뉴와 유치원 졸업식에 대해 잠깐 얘기했다. 엄마는 꼬맹이가 이제 고생 시작이다, 하면서 아이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고, 아빠는 그게 다 크는 과정이지, 적응하면 잘할 거라며 격려했다. 유치원 친구들이 대부분 같은 학교에 배정되어서 헤어지는 과정은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다행이었다.

엄마가 입학하는 데 더 필요한 건 없냐며 신발은? 학용품은? 하고 물었다.

이제 사야지.

그러자 아이가 요즘은 학교에서 다 준대, 했다.

부모님은 식당가의 중국 요리가 괜찮다며 먹고 가자고 했고,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아이를 재운 뒤 차가운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따라나섰다.

침대에 앉아서 아이는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학교 가니까 좋아?

응. 근데... 선생님은 나 잊지 않을 거라고 했어.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했어.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다가 눈물을 흘렸고, 그녀가 안아주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유치원 선생님은 3월이 되면 새로운 7세 반 아이들과 생활할 것이고, 아이도 1학년 교실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적응해 나갈 것이다. 금세 잊지는 않겠지만 떠올릴 이유도 많지 않을 것이고 만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모님은 아이가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걸 대견해했고, 학교에 가면 더 의젓해질 거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녀의 집에서 일하는 동안 편하고 좋았는데 그만두게 되어 아쉽다고 했다. 좀 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다음 집이 구해졌다며, 일복 많은 사람은 쉬지도 못하네, 하고 웃었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이모님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파트타임으로라도 붙잡아두고 싶었다.

내년에 또 와주세요.

그녀의 말에 이모님이 말이라도 고마워요, 하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녀는 이모님이 이제 다른 집에서 저녁거리를 만들고, 그 집의 바닥과 세면대를 깨끗하게 닦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도 누군가에게 안길 수만 있다면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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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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