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 문제
『감추고 싶은 폴더』 황지영 저자 인터뷰
『감추고 싶은 폴더』에서는 부동산 문제, 자영업 위기, 환경 문제 등 우리 주변에 잠식한 다양한 사회 문제와 그로 인해 왜곡되는 어린이들의 삶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2022.10.25)
마해송 문학상, 웅진주니어 문학상을 받으며 이제는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황지영 작가의 신작 『감추고 싶은 폴더』가 출간되었다. 황지영 작가는 그동안 신선한 문제의식과 탄탄한 구성력, 섬세한 심리 묘사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왔다. 이번 『감추고 싶은 폴더』에서는 부동산 문제, 자영업 위기, 환경 문제 등 우리 주변에 잠식한 다양한 사회 문제와 그로 인해 왜곡되는 어린이들의 삶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짧지만 강렬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진짜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황지영 작가님께서 『감추고 싶은 폴더』로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간지원) 동화 중단편 부문에 최종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결과 발표 게시물에서 제 이름을 확인하고 엄청 기뻤어요. 눈물도 살짝 났답니다. 저는 책이 나오면 기쁘면서도 불안해요.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썼을까?', '평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숨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한동안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것 같아요. 책도 잘 못 펼쳐보고요. 이번에 책이 나오고 나서 창작 기금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그 소식을 듣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아요.
『감추고 싶은 폴더』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가 어린이들의 삶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볼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이런 주제를 떠올리게 되셨나요?
절대 어른들의 일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잖아요. 이번 동화를 쓰면서 '이런 사회 문제를 동화로 써야겠다'라고 작정하고 쓰지는 않았어요. 제가 생활하다가 흥미롭게 느껴지거나 분노를 일으키는 소재를 잡아서 썼어요. 이 일이 어린이의 시각에서 본다면 어떨까, 상상하면서요.
『감추고 싶은 폴더』는 총 다섯 편의 단편 동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심리에 대한 묘사가 마치 직접 겪는 이야기처럼 촘촘하고 세밀해서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작가님께서 주인공 캐릭터를 설정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주인공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어떤 점에 특히 신경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동화들은 대개 상황이 먼저 떠오른 동화들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저는 보통 글을 쓰기 전에 캐릭터를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쓰지는 않아요. 쓰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특징들을 활용해요. 나중에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부분은 수정하고요. 그리고 어쩌면 주인공은 대부분 '저'인 것 같아요. 여전히 완벽하게 타인을 그려내는 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상황이나 심리가 직접 겪은 듯한 이유는 실제로 제가 경험한 일들이 많아서인가 봐요. 예를 들어, '아파트 놀이터'의 경우, 제가 가족들과 집을 보러 다닐 때 느꼈던 경험을 썼어요. 비싼 아파트에 구경 가면 왜 그렇게 주눅이 들던지요. 그런데 저희 아이들은 해맑게 놀이터에서 놀더라고요. 저는 괜히 남의 놀이터에서 노는 게 눈치가 보이고, 아이들이 이 아파트에 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생각하다가 동화로 써 본 거랍니다.
『감추고 싶은 폴더』에 소개된 다섯 편의 동화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독자님들도 이번 책에서만큼은 이후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는 평이 많은데요. 이 이야기를 열린 결말로 두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저는 이 이야기들이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인공들이 제가 생각한 결말까지는 다 왔거든요. 여기까지 쓰면 그 이후 주인공의 행동이나 삶에 대한 태도를 독자들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분에서 이야기들을 마무리했어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단편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요. 삶의 어느 한 장면을 잡아채 보여 주는 것. 그 부분을 보고 남은 이후를 짐작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장편 쓸 때보다 마음이 편했어요. 인물이 겪고 있는 사건을 끝까지 밀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그런데 어쩌면 작가로서 등장인물에게 잔인한 태도인 것 같기도 해요. 이게 옳은 것인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글을 쓰시는 데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작가님께 동화는 어떤 의미인지요?
'재미'와 '보람'이요. 글을 쓸 때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어요. 제가 잘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동화를 한 편씩 완성할 때마다 스스로가 뿌듯하고 신기해요. 이런 자기만족이 큰 것 같아요. 또, 제가 쓴 글이 파일로만 남아있지 않고, 책이 된다는 것에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혹시 구상 중인 이야기가 있다면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당장은 기존에 썼던 이야기들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신경이 쓰여서요. 새로 들어갈 작업은 아직 고민 중이에요. 한번 시작하면 몇 개월은 잡고 있어야 하니까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장르 성격이 강한 이야기들을 쓰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요.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더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 책이 독자분들에게 닿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모르겠어요. 서점이나 도서관에 제 책이 꽂혀 있어서 정말 기쁘고, 독자분들 후기 읽을 때에는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가끔은 혼자 감동해서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해요. 제게 있어 동화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멋진 것'입니다.
*황지영 제8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제14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2013년 월간 <어린이와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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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글/<도아마> 그림 9,9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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