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 작가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동화를 선물하고 싶어요"
『큰발의 산』 이레 작가 인터뷰
이 책의 저자인 이레 작가는 귀하고 특별한 존재인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있다.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어린이 독자들이 일상의 시름을 잊고 독서의 재미에 뛰어들게 하고 싶다. (2022.10.24)
금성출판사가 제28회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인 『큰발의 산』을 출간했다. MBC 창작동화대상은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아동 문학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MBC와 금성문화재단이 제정하고 금성출판사가 후원하는 문학상이다. 『큰발의 산』은 "당당한 어린 여성 주인공 캐릭터가 돋보이며 추방된 자들이 일궈 낸 이상적 공간과 상상의 동물 등의 모습이 신화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레 작가는 귀하고 특별한 존재인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있다.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어린이 독자들이 일상의 시름을 잊고 독서의 재미에 뛰어들게 하고 싶다. 역사와 신화를 뛰어넘은 환상적인 상상력을 보여 주는 창작 동화 『큰발의 산』에 대해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동화 작가가 되신 이력이 특별합니다. 어떻게 동화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5년 기독 신춘문예 동화 부문 가작에 당선되어 동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엉뚱한 상상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제 안에는 제가 만들어 놓은 상상 속의 여러 장소가 있어요. 가끔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장소에 가서 홀로 쉬거나 글을 쓰고 있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아서 종종 아이디어를 수첩에 적어 놓곤 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제28회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큰발의 산』이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 동화책을 처음 구상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글에는 언급하지 않지만 신라 시대 지증왕, 502년이 시대 배경입니다. 당시 삼한 땅에 내려오던 인신 공양, 순장과 같은 악습을 전면 금지했다고 해요. 이 사건이 이야기의 배경입니다. 이 사건은 인명 중시 사상이 상대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저 또한 인간 존중, 생명의 위대함과 고귀함과 가치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신 공양'이라는 악습에 대해 상상하고 생각해 보니 화가 나더라고요. 분명히 사회의 약자 계층에게 떠넘겼을 테니까요. 얼마나 많은 가족이 고통에 몸부림쳤을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제물로 바쳐졌던 그들이 죽지 않았다면, 오히려 어디에선가 구원받아 더 행복해졌다면'이라는 상상을 하니 통쾌하지 뭐예요. 그렇게 아로의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 '아로'는 두려움과 악습에 당당히 맞서는 씩씩한 여자 어린이예요. 특히, 이야기를 이끄는 여성 주인공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아로'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하고 만들게 되셨나요?
이 글을 처음 구상할 때 약간의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들은 상상도 안 되겠지만, 처음 주인공은 남자아이였어요. 제물로 바쳐진 자매를 구하러 가는 건 어쩐지 남자아이가 어울린다고 느껴졌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흔하게 봐 왔던 뻔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다 지우고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고민했지요. 그때, '주인공이 만약 여자아이라면!'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로를 떠올리자마자 아로가 자신의 존재를 제게 엄청나게 각인시키는 거예요. 자그마한 몸에서 어찌나 활력이 넘치는지 이야기를 쓰는 내내 제가 헉헉거리며 따라다닌 것 같아요. 아로 덕분에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덩달아 위험천만한 데다가 신나기까지 한 모험을 했어요. 작가인 저는 소심한데 어쩌다 이렇게 당차고 용기 넘치는 아로가 태어났나, 저도 신기합니다.
『큰발의 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마지막 동굴 장면을 보면 아로의 마음이 제게 다가옵니다. 이 장면은 첫 장면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행복한 기억, 슬픈 기억, 소중한 추억들을 되새기는 장면입니다. 아로의 슬픔과 그리움이 느껴져 안타깝기도 하고 한층 성장한 아로에게 새로운 희망이 보여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힘든 일을 겪으면 한 단계 성장하니까요. 우리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슬며시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지요. 또 제단에 남은 주인 잃은 빈 술병 장면도 좋아한다면 제가 너무 심술궂나요?
주인공 '아로'를 보면 현실의 벽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데요. 이 책을 만나게 될 어린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아로는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한 아이입니다. 언니를 구하려 할 때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요. 쿠마를 구할 때도, 큰발의 산에 위기가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현실 벽의 높이보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행동이지요. 물론 때때로 무모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로도 성장하면서 좀 더 지혜롭게 변하겠지요. 사랑은 보여 주는 것,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그런 선량한 마음, 도와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용기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정의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에요. 바로 내 주변에서 친구들을 위해 또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내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게 사랑이고 용기라고 생각해요. 우리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사랑과 용기의 정의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어린이와 소통하는 동화 작가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양하고 새로울 것 같아요. 글을 쓰시면서 특히 신경 쓰고 고민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어린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재미있습니다. 열 명이 있으면 열 명이 모두 다 성격도 취향도 달라요. 이런 아이들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어요. 자기 자신이 평범해 보이겠지만 사실은 아주 특별하거든요. 자신이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우리 어린이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엉뚱한 상상을 많이 했고, 그 상상은 어른이 돼서도 계속 이어졌어요. 평범한 상황을 벗어난 '만약'이라는 상상을 자주 하는데 이런 습관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곤 합니다. 일단 맘껏 제 상상과 이야기를 펼쳐요. 그리고 다시 읽어 보면서 독자들을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시름을 덜어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읽고 즐거운 이야기, 이야기를 읽는 동안 행복해지는 이야기,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마지막으로 책을 출간하신 소감 및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큰발의 산』은 제 두 번째 책입니다. MBC 창작동화대상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예요. 책 한 권이 세상에 태어나는데 정말 많은 분의 수고와 피땀이 어려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어요. 현재 완성된 장편이 몇 편 더 있어요. SF도 있고, 판타지도 있어요. 다듬는 중입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로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이레 대학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2015년에 기독 신춘문예 동화 부문 가작에 당선되어 동화 작가가 되었습니다. 틈만 나면 상상에 빠져 재미난 이야기들을 길어 올립니다. 지금도 어린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슴속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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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글/<한동훈> 그림10,800원(1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