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작가 우샤오러가 내놓은 문제적 미스터리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작가 인터뷰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우샤오러의 대표작이다. 변호사 판옌중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사건을 시작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진실성을 다루는 묵직하고 논쟁적인 사회파 미스터리다. (2022.10.18)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우샤오러의 대표작이다. 변호사 판옌중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사건을 시작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진실성을 다루는 묵직하고 논쟁적인 사회파 미스터리다. 우샤오러는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주제를 파헤치는 데 탁월한 작가이며, 사회 평론가로서도 이름이 높기에 이 작품은 '우샤오러만 쓸 수 있는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독자들이 자기 내면의 편견을 들여다보고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게 하며, 사회가 성폭력을 얼마나 깊은 편견으로 다루고 피해자를 재단하는지 바닥까지 파헤쳐 보인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대만 사회는 물론 가부장적인 아시아 사회라면 어디든 적용되는 역린인데요. 대만에서 이 작품을 처음 출간하셨을 때도 반응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반응이 가장 염려스러우셨는지, 그럼에도 바라셨던 반응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을지, 또 돌아온 반응 중에 인상 깊은 일이 있으셨는지, 그리고 편집자인 저로서는 대만 편집자님이 원고를 읽고 보내셨을 반응도 살짝 궁금합니다.
가장 걱정했던 점은 독자들이 제가 그려낸 캐릭터를 동정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창작자도 스스로 공감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캐릭터가 마지막까지 독자들에게 조금의 공감도 이끌어내지 못할까 봐 걱정했지요. 제가 가장 기대했던 반응은 독자들이 '딜레마'를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딜레마는 제가 이 소설을 쓰는 동안 가장 보편적으로 느꼈던 감정이었습니다. 저는 집필 기간 동안 줄 위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줄 위를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다음 순간 저 사람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소설은 그물과 비슷합니다. 저는 독자들이 '줄 아래에는 안전을 위한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작품 속 캐릭터가 안전하기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이 줄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감정도 동시에 느끼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받은 독자 반응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떤 남성 독자의 반응이었는데요. '여자를 쉽게 보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 감상을 갖게 되었는지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지만, '귀찮은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어요. 대만의 편집자는 이 책의 원고를 다 읽은 후 이런 답신을 보내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너무 어두워요. 조금만 더 희망을 줄 수는 없나요?' 저에게는 몹시 소중한 피드백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서 제 캐릭터들이 구체적인 존재로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니까요. 편집자는 그들을 안타깝게 여겼고, 캐릭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끝내 이 이야기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런 결정을 한 데는 당연하게도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종류의 감정을 전달하겠다'는 제 의지가 작용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집필하는 것은 작가님께 정말이지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셨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가 다루는 사건이 무척 무거운 만큼 자료조사도 괴로우셨을 것 같고요. 이 작품은 구상하시게 된 계기를 후기에서 충격적인 다큐멘터리와 어릴 적 경험담 두 가지로 말씀해주셨는데요. 해당 다큐멘터리인 <패밀리 어페어(Family Affair)>의 줄거리를 찾아보니 저에게도 무척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처음 소개받은 줄거리는 어떠셨는지, 이 다큐멘터리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 녹아들어 있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의 구상 계기가 된 다큐멘터리 <패밀리 어페어>는 치코 콜바드 감독의 가정사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감독의 여자 형제들에게 친족 성폭력을 저지른 아버지가 출소 후 맞이한 길은 일반적인 상상이나 매체가 다루는 방향과는 다릅니다. 매체가 그리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사건 후 분리되고, 다시 가족을 이루는 일이 없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석적인 세계죠. 하지만 치코 콜바드 감독의 가정은 다릅니다. 피해자인 자매들의 환대 속에 가해자인 아버지는 가정으로 돌아오고, 사회에 수용되며, 다시금 (겉보기만이라도)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나가죠. 이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행복하고 끈끈한 가정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피해자들의 욕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감독은 매체가 그리는 모습보다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이 복잡한 관계가 친족성폭력 가해자-피해자 간에 도리어 흔하다고 전합니다.
제가 처음 그 다큐멘터리를 알게 된 것은 친구인 '허방체'를 통해서였습니다. 허방체는 NYU에서 영화 연구로 석사 과정을 밟는 동안 많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그중에 <패밀리 어페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에게 그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느꼈던 불안감과 고통을 털어놓았고, 우리는 며칠 동안 다큐멘터리 속 여성들이 자신과 가족 사이의 성(性)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아동이 성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토론했습니다. 그들이 어른, 특히 부모에게서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게 되는지에 대해서요.
저는 이 소설을 집필할 때 흑백논리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하려 부단히 애썼습니다. 인간이 불행을 맞닥뜨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복잡성을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제가 이처럼 집필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데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존경심이 큰 작용을 했어요.
자료 조사 과정 또한 무척 오래 걸리는 지난한 작업인데다 예민한 작업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조사하셨을까요? 이 과정 중에 작품을 집필하는 데 특히 등을 떠밀어준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성폭력에 관한 넓고 깊은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지요.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여 인터뷰하는 것은 배제했습니다. 제가 던지는 질문이 그들의 상처를 건드리거나 현재의 생활을 어지럽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으니까요. 제가 선택한 방식은 인터넷을 통해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량의 사법 판결문을 참고했고, 여러 가지 검색어를 통해 대만의 포럼 사이트에서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쓴 글도 있었는데, 물론 전부 익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펑런위 박사'의 가정 내 성폭력 연구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문서로 된 자료 외에도 대만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활동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본기금회(人本基金會, Humanistic Education Foundation)'의 '장핑 여사'로부터 귀중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제 신체에 조금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월경이 이유 없이 석 달간 멈췄거든요. 나중에 장핑 여사가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일지 모른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자료 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저에게도 이처럼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는데, 그 자료 속의 실제 피해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성폭력 범죄는 유독 사람들이 재판관이 되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법관으로 유죄/무죄를 판결하고 나면 그 사건의 진실에서는 관심을 꺼버리는 것 같아요. 법에 호소하기로 결정한 피해자에게 법이 제도 안에서 피해를 인정하고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다수에게 적용되는 공평한 기준으로서 구축된 법과, 개개인의 삶은 간극이 생기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작가님께서는 현실에서 법이 간섭할 수 없는 공간을 작품으로 첨예하게 건드리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경향에는 법학 공부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영향을 미쳤다면, 어떻게 의식하고 작업하고 계실까요?
법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제 주변 사람 중 3분의 1은 법조계 인사입니다.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이지요. 그들은 성폭력 범죄를 다루는 일이 생각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하곤 합니다. 현행 법률이 규정하는 범위와 현실 범죄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 간극을 메워야 할까요? 제 주변의 법조인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법률을 개정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방식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 전체의 다원적인 인식과 이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집필 과정에서 피해자를 좀 더 사랑스럽고 연민을 살 수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싶은 유혹에 여러 차례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창작의 시발점을 떠올리며 최초의 의지를 다잡았지요. 저는 법조인처럼 범죄 사실에 집중하려 했고, 피해자를 동정하고 응원할 수 있는 모습으로 그리는 데는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 했어요.
이 작품이 정말 잘 구성되었다고 느낀 것이, 제목에서는 '비밀이 없다'고 말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모든 인물에게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이 그 인물들을 짓누릅니다. 각 인물들은 원해서 비밀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금기를 건드려 본인의 위치를 위협하게 되는 사실을 안게 되었을 때 침묵하면서 비밀을 갖게 되고요. '우리'는 처음에 피해자들인 소녀를 가리킨다고 생각했지만, 보다 폭넓은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는 어떠셨을까요?
사실 질문하신 분의 해석에 대부분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각 인물들은 원해서 비밀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는 말씀에 제 캐릭터들을 대신하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비밀은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비밀은 억압 때문에 생기지만, 또 어떤 비밀은 '억압받은 것은 아니지만 난 그것을 여전히 제한적인 범위 안에 남겨두고 싶어'라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간단하게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토란의 냄새를 싫어하는데 제 배우자는 토란을 몹시 좋아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저는 배우자가 토란을 먹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토란 냄새만 맡아도 도망치고 싶다는 사실을 숨기는 거죠. 이런 비밀은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소설 안에서는 귀여운 비밀이 많지 않지요. 귀엽지 않은 쪽으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얽혀 있는 문제가 많고 입 밖에 낼 수 없는 비밀들입니다. 이 소설은 질문을 던집니다. 완전히 투명한 관계와 약간의 비밀이 있는 관계 중 어느 쪽이 더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비밀'이란 더 깊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는 것입니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모두 선악이 불분명합니다. 이야기가 실종된 아내 우신핑을 찾아나서는 변호사 판옌중으로 시작해, 여러 성폭력 사건을 변호사로서 경험한 판옌중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비중이 상당해 판옌중을 안전장치로서 배치한 게 아닐까 했었는데요. 결말 부분을 보니 아니더군요. 저에게는 좋은 의미로 배신이었습니다만, 이 정도까지 독자를 몰아붙이다니 하고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결코 안심이 된다고 할 수 없는 판옌중의 비밀을 듣고 나서 우신핑이 안도하는 것을 이렇게 극적으로 그리신 것엔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제가 아직 학생일 때,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를 읽었는데, 그것이 제가 처음으로 모순적인 감정을 체험했던 때였습니다. 이전에는 그처럼 파편적이고 나약하며 이해득실에 민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절대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작품을 읽은 뒤 '인간은 얼마나 여러 가지 면모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사색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모든 캐릭터가 하나 혹은 둘의 반전을 겪는 것은 제가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나서 얻어낸 성과입니다.
남편에게 '(독자들이) 안심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오히려 안심하는 우신핑의 모습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우신핑 부부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상황이기도 하지요. 우신핑은 결혼 생활에서 '격차' 때문에 불안감을 느꼈고 판옌중에게 아내의 입장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판옌중이 자기 마음속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었을 때, 우신핑은 그것이 조금 무서운 내용이더라도 그 순간 격차가 해소되었으며 두 사람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평형을 이뤘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보다 더 부부다워졌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가정교사로 일한 작가님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료되는데, 작가님께선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그리고 한국에선 가정에 상주하며 가르치는 사교육 선생님은 상류층에서 입시를 위해 고용하는, 상당히 드라마 속의 인물처럼 멀게 느껴지는데, 어떤 것들을 보게 되는지, 이 부분이 작가님의 창작 활동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다행히 제 어머니는 명랑하고 온화한 분이십니다. 저는 오랫동안 사회가 가르치는 대로 "세상에 나쁜 부모는 없다"는 말을 온전히 믿으며 살았고, 순진하게도 모든 사람이 저처럼 가족 내에서 사랑과 응원을 받으며 지낸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가정 교사로 일했던 몇 년 동안 어떤 사실을 깨달았고, 그 사실이 제 집필 활동에 심원한 영향을 미쳤지요. 그 사실은 바로 '사람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누가 나의 부모가 될지는 오로지 운에 달린 문제이기에 몹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정 내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당합니다. 그런데도 '어른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금기 때문에 꾹 참는 것밖에 하지 못하지요.
저는 '부모'라는 역할이 아니라 그 캐릭터들이 겪는 문제와 고통, 심지어 욕망을 탐구하고자 했어요. 저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시아 사회의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개인은 시시때때로 인간관계에 구속당한다고 느낍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통제하는 행동을 통해 존재감과 권위, 나아가 성취감을 얻으려 합니다. 여성과 아동은 그럴 때 쉽게 선택되는 대상이죠.
등장인물들은 많은 시간이 지났고 상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요. 소설 속 인물들이 겪은 깊은 상처가 쉽게 극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중에 '희망을 버림으로써 평안을 찾는' 등장인물을 보면서는 '희망'이라는 것이 사람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얄팍하고 괴로운 눈가리개로 작용할 때가 있다고 납득하면서도, 살짝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희망 없이 살아가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지치거나 무감각해질 때가 있다고 봅니다. 절망에 빠지면 생각할 힘도 없어지죠. 그럴 때 사람들은 생존 본능에 따라 행동합니다. 배가 고프면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을 사 먹고, 앞에서 자동차가 달려오면 무의식적으로 피하고요. 다른 이들을 이해시킬 만한 충분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배고픔이나 고통을 피하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을 묻는다면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 이 작품이 어떻게 작용하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대만에서 "불쌍한 사람에게는 욕먹을 구석이 반드시 있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른이 되고 나서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행의 구렁텅이 빠진 사람들을 여럿 만났고, 그래서 그 말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불쌍한 사람'을 대할 때 그토록 신중하려 할까요? 왜 그 사람이 불행해진 이유를 예전에 저지른 잘못에서 찾으려 할까요? 불쌍한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우리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일까요? 저는 "불쌍한 사람에게는 욕먹을 구석이 반드시 있다"는 말을 바꾸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습니다. "불쌍한 사람에게는 동정할 구석이 반드시 있다", 혹은 "욕먹는 사람에게도 불쌍한 구석이 반드시 있다"로요. 제가 그려낸 캐릭터들은 의심스럽고 욕먹을 만하며 비참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각자 슬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지요.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들여다볼 기회가 일상생활에서는 드물기 때문에 저는 소설로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샤오러 1989년생 대만의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는 딸이 확실하게 가난을 벗어나길 바랐던 어머니의 설득으로, 국립대만대학교 법학과에 진학 후 졸업했다. 학업에서 좋은 성취를 보였지만 바라지 않은 진로와 전공으로 방황하다 끝내 변호사 자격 시험을 포기한다. 사회 지도층의 길에서 벗어난 우샤오러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오랜 기간 이어온 가정교사 경험을 통해 대만 특유의 교육 문제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였고, 사회적 반향이 큰 소설을 창작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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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 저/<공경희> 역10,500원(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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