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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건물이 되고, 건물이 권력이 되는 파멸의 누아르

『화이트 타운』 문경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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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경민은 『화이트 타운』의 무게 중심을 그러한 '토지’에 부여함으로써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닥치는 대로 쓸어 모은 막대한 양의 땅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 '건물'로 치환되고, 그것이 곧 '사회 권력'이 되는 현실을 사회파 범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2022.10.14)

문경민 저자

부동산은 현대 사회,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사회의 민낯과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산 형태다. 생활의 기본 요소인 주거와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잔인하고 냉정한 형태의 재산이 되기도 한다. 저자 문경민은 『화이트 타운』의 무게 중심을 그러한 '토지’에 부여함으로써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닥치는 대로 쓸어 모은 막대한 양의 땅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 '건물'로 치환되고, 그것이 곧 '사회 권력'이 되는 현실을 사회파 범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로 돌아오셨습니다. 『훌훌』에서 『화이트 타운』으로 큰 변화를 꾀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변화를 꾀한 거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훌훌』은 작년에 쓴 소설이고 『화이트 타운』의 초고는 몇 년 전에 완성했으니까요. 10년 전에 소설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쓰는 사람으로 살았고, 쓰고 싶었던 글을 썼습니다. 『화이트 타운』도 그렇게 완성한 소설이어요. 쓰는 사람으로서 쓴, 쓰고 싶었던 소설요. 5년 전에 첫 번째 장편 소설의 초고를 완성한 뒤에 두 번째 장편 소설을 시작했는데, 그게 『화이트 타운』이었어요. 

첫 번째 장편 소설은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두 번째 장편은 사건 중심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초고를 완성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게 많아서 출간이 어려웠고요. 장편 공모전에 기회가 될 때마다 응모했지만, 탁월한 구석이 없어서인지 본심을 몇 차례 오르내리고 끝이었습니다. 2021년 아르코창작지원기금 선정작이 되면서 출간에 좀 더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요. 『화이트 타운』은 정말 여러 차례 고친 소설입니다. 결말 자체가 완전히 다른 원고도 있었죠. 어설프게 초고를 완성하는 바람에 출간 가능한 상태로 완성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과 힘을 써야 했어요.

책 제목 『화이트 타운』은 '창현'이 세우고 싶던 타운 하우스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제목에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저는 창현에게도 양지로 향하고픈 욕망이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든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우리에게는 어두움을 맛보고 싶은 은밀한 욕망도 있지만 밝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지향성도 있잖아요. 화이트 타운은 저마다의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어요. 『화이트 타운』의 모든 주요 등장인물에게는 꿈꾸는 것이 있었습니다. 결국 어느 누구의 화이트 타운도 완성되지 않았지만요. 저는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애틋해요. 현실이 이런데도 사람은 어디에서 배운 것처럼, 또는 처음부터 갖고 태어난 것처럼 희망을 품어요. 영역이나 입장은 다를 수 있어도 사람들은 내가 사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불의와 고통에 분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품기도 하죠. 절망의 근거도 희망이 아닌가 생각해요.

부동산을 소재로 이야기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사상을 좋아했어요.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사놓고는 조금 읽다 만 수준이기는 합니다만 그의 연설집이나 그의 삶의 이야기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헨리 조지는 토지 불로소득이 시장 경제를 망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고 봤어요. 뜨거운 심장으로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의 사상을 현실에 구현하고자 애쓰는 분들이 있어요.

첫 번째 장편을 완성한 뒤에 다음 장편으로 무엇을 쓸까 고민했는데요, 할 수 있다면 세상의 구조적인 문제를 소재로 삼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5년 전에도 부동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사회 요소였어요.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었고 부동산 이슈를 선택했습니다. 부동산이라기보다는 토지 불로소득을 소재로 삼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사회파 범죄 소설, 부동산 누아르 등 작품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작품을 쓰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소설적인 장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서사가 강한 작품을 좋아해요. 입체적이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고요. 완성된 이야기는 어디에서든 쓰임이 있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어떤 동기로든 읽힐 것이고, 저마다의 입장에서 『화이트 타운』을 소화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조적인 오역도 지나치지 않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해내야 하는 일은 입체적이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훌륭하게 쓰는 것이었어요.

『화이트 타운』은 여러 명의 화자가 교차 되면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한두 명에게 말할 기회를 몰아주지 않았어요. 여러 화자가 자기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화자들의 시각과 사건에 대한 저마다의 반응이 서사를 이어가고요. 긴밀히 맞물린 화자들의 입장으로 이야기의 톱니바퀴를 굴리고 싶었습니다.

아슬아슬한 골격에 곧 무너질 것 같은 표지 일러스트가 인상적입니다. 표지 시안을 받으셨을 때, 첫 느낌은 어떠셨어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표지가 잘 나와서 기뻤어요. 표지 디자인하신 분이 작품을 정확히 이해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했고요. 소설을 쓰는 건 작가이지만 소설책을 만드는 건 협업이잖아요. 표지를 어떻게 만드느냐, 편집은 어떻게 하느냐, 카피 문구로 무엇을 잡느냐, 제목은 무엇으로 다느냐에 따라 작품의 인상이 바뀌니까요. 

독자들은 제목과 표지, 표지에 박힌 문구를 통해 소설로 들어서게 돼요. 저는 책의 표지와 표지에 박힌 문구들이 꼭 손짓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살랑살랑 손을 흔드는 거죠. 여기 이거 봐. 이거 이런 이야기야. 어떤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이게 의외로 괜찮아, 하고 말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 '장걸'의 이미지가 배우 마동석 님과 닮았습니다. 직접적인 언급도 있고요. 외모와 함께 '화약 관리사'라는 직업도 특이한데요. 외모와 직업을 이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소설을 시작했던 여러 동기 중에 하나가 폭약이었어요. 저는 폭약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한국 상황에서 폭약을 등장시킬 수 있는 직업이 무얼까 생각하다가 화약 관리사라는 직업을 골랐고요. 토지와 관련된 서사를 전개할 예정이었으니 화약 관리사는 여러모로 적절했죠.

덩치 큰 남자가 등장하는 건 제 소설에서 종종 있는 일이어요. 제가 키가 작아서 그런지 저는 몸피가 큰 남자가 제 소설에 등장하는 게 좋더라고요. 우람하지만 무해한 남자요. 큰 체구와 힘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서사의 한 요소로 작동하는 게 재밌어요. 서사가 강한 작품을 쓰고자 했으니 그런 면에서도 장걸 같은 등장인물 설정은 적절했죠.

앞으로 또 어떤 변신을 하실지 정말 기대됩니다. 『화이트 타운』 이후에 쓰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내년 초에 희망퇴직 상황의 가족을 다룬 고학년 장편 동화가 출간됩니다. 지금은 '쉘터'라는 가제의 근미래 디스토피아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어요.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올해 안에 완성될 거고 역시 내년에 출간될 겁니다. '쉘터' 3부작을 마무리하고 나면 특성화 고등학교 소재의 장편 소설을 쓸 예정이어요. 이른바 『훌훌』의 후속작인 셈이죠.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장편 소설 원고가 하나 더 있는데 이 작품도 출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일들을 마무리 하고 나면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이, 청소년, 성인 영역을 오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 10년 동안 쓰는 사람으로도 살아왔는데요, 저는 그 삶이 힘들면서도 좋았어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이 일상을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문경민

1976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에서 단편 소설 「곰씨의 동굴」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우투리 하나린』으로 2019년 제2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대상을, 『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화이트 타운
화이트 타운
문경민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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