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청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용한 응원
『청춘 공백기』 심혜영 저자 인터뷰
『청춘공백기』는 크게 넘어졌던 제 청춘의 기록입니다. 무기력하고 우울했고 불안했던 날들의 이야기입니다. 제 꿈 안에 타인의 꿈이, 타인과의 비교로 행복과 감사를 몰랐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2022.09.16)
소란한 날들이 있었다. 마음은 허공에 떠 있고, 꿈은 잡히지 않았던 날들. 그런 날들이 있었다. 스무 살 교복 대신 구두를 신고 어쭙짢은 어른 흉내를 내면 저절로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청춘이 격렬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무난한 청춘을 보냈다. 그런데 실수였다. 나에 대한 고민 없이, 그렇게 보내는 무난한 청춘은 결코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 책은 꿈은 많았지만 고민은 없었던, 꿈은 원대했지만 행동은 늘 꿈보다 한참 뒤에 있던 작가의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다. 『청춘 공백기』는 더 이상 부끄러운 고백이 아니다. 누구나 넘어지고 실수할 수 있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작가의 고백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청춘 공백기』는 어떤 내용인가요?
보통의 청춘들이 겪는 그 고통을 겪지 못한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스무 살 후반부터 삼십 대 중반까지 자발적 백수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우울하고 불안했던 날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보통의 청춘이 되고 싶었던 저의 이야기예요.
작가님의 기준에서 '보통의 청춘'이란 어떤 것인가요?
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월급날이 되면 나를 위해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줄 알고, 가끔은 무리해서 여행도 가는 그런 청춘이요. 나의 무능함이 사랑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나의 우울이 청춘의 그림자가 되지 않는 거요. 회사 생활에 지친 어느 날은 소주 한 잔에 삼겹살 할 수 있는 그런 청춘이요. 아침에 가야 할 회사가 있고, 저녁이면 퇴근해서 돌아갈 곳이 있는 곳이요. 목에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사원증이 있는 그런 청춘이요. 비록, 월급날이 되면 한치의 예상을 비켜가지 않고 카드값으로 월급이 나가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내 능력껏 쓰고,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보통의 청춘이요.
독자들이 궁금할 것 같아요. 그런 청춘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맞아요. 저도 그런 청춘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난하게 흘러갈 것 같던 청춘에도 위기가 오죠. 인생이 그렇잖아요. 갑자기 불행이 닥치기도 하고, 타인에게 쏟아지는 행운은 나만 비켜가는 느낌도 들고...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불행에도 크게 넘어질 수 있는 게 인생이잖아요. 자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는 인생에 작은 불행이 닥치면, 저처럼 크게 넘어져 한참을 못 일어날 수 있어요. 그것이 나약함이든, 무능력함이든, 불행이든, 누구나 어쩌면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특히, 자신을 진짜 믿지 못하면 더 그렇죠. 과도하게 자신에 대한 기대가 커도 마찬가지고요. 딱 한발 앞선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지도 몰라요.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어도 좋다는 용기, 그런 자신감 말이에요.
자기 PR 시대에 과하지 않은 포장이라니, 조금 색다른데요.
『청춘 공백기』를 집필하면서 알게 된 건 있는 그대로의 나도 충분하다는 것이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로부터 모든 꿈이 시작되죠. 내 안의 중심은 밖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내 중심이 바로 섰을 때 나를 포장하는 수많은 겉치레들이 나를 빛나게 해줄 수 있어요. 그래서 청춘은 늘 넘어지고 다치기 쉽습니다.
청춘은 그래서 크게 넘어지고 다치기 쉽다는 말, 왠지 공감 가네요.
『청춘 공백기』는 크게 넘어졌던 제 청춘의 기록입니다. 무기력하고 우울했고 불안했던 날들의 이야기입니다. 제 꿈 안에 타인의 꿈이, 타인과의 비교로 행복과 감사를 몰랐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청춘 공백기』는 어떤 독자분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을까요?
무너질 것 같은 청춘이요. 자신의 진짜 꿈이 뭔지 모르는 청춘이요. 꿈과 이상만 높은 실질적으로 꿈을 어떻게 현실화시켜 나가는지 모르는 청춘이요. 그런데 무모할 만큼 행복해지고 싶은 청춘이요. 자신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청춘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한 권의 책으로 부끄러운 청춘을 고백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저는 지금부터 제 청춘의 리즈 시절이 시작됐다고 믿어요. 비록, 현실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무기력하더라도 내가 하는 노력의 작은 한 걸음, 작은 티끌의 힘을 꼭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심혜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청춘인 줄 알았다. 행운은 나만 비껴가는 줄 알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날들,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던 날들, 살아 있었지만 영혼은 죽어 있었던 날들... 그냥 그렇게 살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이면에 그냥 그렇게가 아닌 내가 꿈꾸는 나로 살아가고 싶다고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아주 멀리 돌고 돌아, 이제 아무나가 아닌 나를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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