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이 책,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으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91회) 『그랜드스탠딩』,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당신은 그때 최선을 다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2.09.15)
불현듯(오은) : 이번 주제는 '이 책,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으세요'입니다. 캘리님, 계속 '스불재'라고 하면서도(웃음) 독서 모임 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참여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이 주제를 제안하신 건가요?
캘리 : 맞아요, 독서 모임을 할수록 어떤 책을 혼자 읽는 것과 같이 읽고 얘기하는 건 진짜 다르다고 느끼거든요. 하나의 책을 읽고 함께 얘기하다 보면 책이 되게 멀리까지 가더라고요. 그렇게 읽기 좋은 책들을 소개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소와 엄 : 이번 편, 저희 세 권 다 정말 엄선한 책이죠. 주목해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스틴 토시, 브랜던 웜키 저 / 김미덕 역 | 오월의봄
부제가 '도덕적 허세는 어떻게 올바름을 오용하는가'인데요. 이 문장에 '그랜드스탠딩'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랜드스탠딩'이란 간단히 말해 '자기 과시를 위해서 도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말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으려고, 과시를 위해서 도덕적 이야기를 하는 걸 그랜드스탠딩이라는 하는 거죠. 이 정의를 들으면 나는 그런 적이 없나,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자기 의심과 호기심으로 책을 선택했고요. 결론적으로 먼저 말씀드리면 아주 쟁점이 많은, 그래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눠보고 싶은 책이었어요.
미국에서는 2020년에 출간이 됐고요. 국내에는 2022년 6월에 출간이 되었는데요. 미국에서는 '그랜드스탠딩'이라는 어휘를 흔하게 사용하고 있나 봐요. 그래서 이게 정확히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를 책으로 담은 거죠.
쟁점이 많은 책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안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질문은 이거였어요. 과시 때문이더라도 사람들이 도덕적 이야기를 많이 하면 그건 선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는데요. 저자들도 도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는 당연히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옳은 이야기 자체는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고요. 다만, 그 말을 하는 의도가 그저 나를 좋게 보이게 하려고, 과시하려고 하는 거라면 그것은 도덕적 이야기를 오용하는 것이라는 거예요.
문제는 사람들이 무례할 뿐만 아니라 부당한 목적을 위해 도덕적 이야기를 마음대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도덕적 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사용할 때 바로 그 도덕적 이야기가 정작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들의 보호 장치가 되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도덕적인 견해와 가치관을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건 완벽히 다르다는 거예요. 또한, 도덕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상대의 이야기를 생각해 볼 만한 의견이 아니라 그저 나쁜 사람의 얘기가 되고, 우리는 착한 편이라고만 말하게 되는 거예요. 그게 진짜 논의를 지속할 수 없게 하는 제일 안 좋은 점이고요. 무엇보다 굴욕감을 주고 상대를 침묵하게 하려는 그랜드스탠딩은 분명히 문제이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비비언 고닉 저 / 서제인 역 | 바다출판사
에세이인데요. 저자 비비언 고닉은 약간 인생을 걸고 에세이를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글이었어요.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단순히 자신이 최근에 겪었던 일을 가지고 쓰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왔던 과거에 어떤 일을 들추기도 하고, 어떤 일과 어떤 일을 만나게 해주기도 하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글들로 가득 차 있거든요.
저는 먼저 작가의 『사나운 애착』이라는 책을 작년 12월 말에 읽었어요. 평생에 걸친 어머니와의 애증, 그 미화도 없는 강렬함을 그 책을 읽다가 느낀 거죠. 이렇게 토해내듯이, 까발리듯이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동시에 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소진되었을까,라는 걱정도 같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에는 비비언 고닉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작가인 줄은 몰랐는데요. 찾아보니 록산 게이 같은 작가가 비비언 고닉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앞으로 비비언 고닉의 책들이 국내에도 계속 번역이 돼서 나올 텐데요. 관심 있는 분들은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는 여성, 유대인, 도시 하층민, 이민자 가정, 이 네 가지 축을 이루는 정체성이 기반이 된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남들은 학교 공부를 하고, 방학 때는 쉬거나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쓰는데, 작가는 서부 지역의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두 달 동안 하기도 하는 거예요. 그렇게 노동 현장에 있어 보니까, 현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런데 작가의 문장은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에요. 그냥 그 현장에 나를 데려다 놔요. 1970년대 뉴욕의 상황이라는 건 우리에게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멀게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마치 그 현장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그런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요. 굉장히 매혹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비비언 고닉의 에세이는 뜬구름은 하나도 없고 진흙탕에 푹 빠지는 그런 이야기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독서 모임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책 속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길어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의 저변이 이렇게 넓어질 수 있구나, 내 생각이 항상 옳다고만 말할 수는 없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독서 모임의 끝은 나만의 목소리로 글을 써보기가 아닐까 싶고요. 이 책이 그 토대를 마련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경은 저 | 수오서재
치유 글쓰기에 관한 책인데요. 내용이 아주 강렬하고요. 제 취향의 책이었어요. 주제를 받고서 독서 모임에 가는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내 삶이 답답하고, 어떠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친한 사람들 중에는 책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 내 마음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독서 모임에 가는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에요. 나아가 독서 모임을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까지 최종적으로 가기 때문에요. 글쓰기에 대한 책을 한 권 놓고 독서 모임을 해도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무엇보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어요. 결국 에세이는 자기 고백을 하게 되잖아요. 그럴 때, 글을 쓰고 싶긴 한데 어떻게 써야 될지 망설이는 분들에게 정말 많이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진실은 내가 마냥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험한 길을 가는 도중에 마주친 작은 꽃 더미에 기분이 좋아지고, 한 줄기 시원한 바람에 해방감을 느끼는 것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오히려 그래서 당황스럽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되는데, 그러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데. 가끔이지만 내가 정말 행복해져도 될까,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니 글쓰기를 계속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집을 나온 이유는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아서였다. 그러니까 나는 나답게 내 인생을 살기 위해서 집을 나왔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야 나는 당당해지고 더 행복해져도 괜찮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치유되고 행복해져야 아이에게도 그 힘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글쓰기가 나를 구원했다고 말한다.
작가님은 정말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모조리 고백을 하시거든요. 별거와 이혼, 그 이후 자녀가 결혼을 하고,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잘 이끌어가는 결말까지 쭉 나와요. 그러면서 이 치유 글쓰기가 얼마나 나의 인생에 커다란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솔직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기록했어요.
무엇보다 책에서 나의 기질을 알아보는 게 가장 첫 번째 단계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내가 그때 참 좋았지'라는 질문의 빈칸을 채운다면, 어떤 목록들이 떠오를지 한번 쭉 써보라고 하는데요. 저도 해봤죠. 목록을 쭉 적어보니 알게 되는 저의 공통점이 있었고요. 그건 제가 혼자 있을 때보다는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그러니까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거나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실질적으로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부터 글쓰기가 시작해야 된다는 이야기였고요. 이에 대해서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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