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 고민 상담소 '입학처'를 다룬 리얼리티 소설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 권제훈 작가 인터뷰
입학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삶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그 치열함을 소설에 잘 녹여낸 이 소설은 독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것이다. (2022.09.08)
고3 수험생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빗발치는 상담 전화로 진땀을 흘리기도 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쳐 이민을 고려하기도 한다. 어쩐지 현실에 존재할 것만 같은 사람들...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는 대학 입시 고민 상담소 입학처의 사계절을 담은 소설이다. '입학처'라는 신선한 소재에서 읽는 이의 눈을 사로잡고,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또 한 번 마음이 동한다. 입학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삶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그 치열함을 소설에 잘 녹여낸 이 소설은 독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것이다.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첫 소설을 쓴 지 8년 만에 첫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등단한 지도 어느새 5년이 흘러 올해는 꼭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기회를 잡아 대단히 기쁩니다.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소설을 써왔습니다. 캐릭터를 고민하고 이야기를 상상하고 글을 쓰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출근 전,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소설을 쓰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소설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소설을 읽자마자 소재부터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대학교 입학처' 이야기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한때 대학교 입학처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한 경험을 밑천 삼아 소설을 썼습니다. 그간 대학 입시를 다룬 콘텐츠는 수없이 많았지만,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의 시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학생을 직접 선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이 있을 것 같았고, 고군분투하는 입학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입학처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자의 욕망과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자의 욕망이 맞부딪치는 곳입니다. 욕망이 있는 곳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를 고르신다면요? 그 이유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한 캐릭터만 고르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이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면서 인물을 사랑하게 되었어요"라고 하면 사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는데, 저도 이 작품을 쓰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각자의 사정이나 고민이 없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기에 한 명 한 명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골라보자면, 솔직한 제 마음이 많이 투영된 '홍지원 입학사정관'에게 애정이 갑니다. 소설에서 홍지원이 학부모에게 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제가 입학사정관으로 일할 때 진상 학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기도 합니다. 차마 제가 할 수 없었던 그 얘기를 용기 있게 대신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조금 진지한 질문인데, 작가님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삶에 '공정한 경쟁'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입시 업무를 할 때도 그랬고 이 소설을 쓰면서 줄곧 떠올렸던 질문이기도 합니다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입학 전형이 가장 공정하게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인지, 우리나라 입시는 과연 공정한지, 우리 사회는 공정한지, 때때로 사람들에게 수시 모집이 공정한지, 정시 모집이 더 나은지 물어보기도 했지만 답변은 다 달랐습니다. 각자 입장이 다르고, 어떤 식으로 학생을 평가하든 그 제도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입니다. 공정하든 그렇지 않든 끊임없이 누군가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우리 모두 그런 측면에선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너무 먼 미래는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소설에서 홍지원 입학사정관이 툭 내뱉는 말이지만, 이 소설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인 것 같거든요. 이 소설을 통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대학 입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 중 하나이고, 그 중심에 있는 '입학처'라는 세계를,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삶을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비리를 저지른다거나 공정한 입시를 위해 앞장서는 이야기도 고민했지만, 그것보단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어느 직장에나 꼭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하기도 한 인물들의 고민을 통해 지금 우리가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며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아주 먼 미래의 일, 벌어질지 알 수도 없는 일을 걱정하면서 끙끙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를 보면서 수험생일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져 폭풍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치열하게 살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학창 시절에 반지하 단칸방에서 꽤 오래 살았습니다.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아주 가끔은 '난 왜 여기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보며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얘기하곤 했습니다. 이건 내 인생이라고,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고, 슬퍼하고 괴로워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요즘에도 힘들 땐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버팁니다. 때론 버겁고 힘들어도 그 또한 우리의 인생이니 같이 힘내면 좋겠습니다.
다음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세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음 작품은 아이를 가지지 않는 부부의 욕망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딩크족의 이야기를 단편 소설로 두 편 써놓은 게 있는데, 이야기를 더 확장해서 장편 소설로 써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결혼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도 출산하지 않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론 단편 소설을 꾸준히 써서 소설집도 내고 싶습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제 나름대로 마감을 정해놓고 소설을 쓸 계획입니다.
*권제훈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박스」를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2022년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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