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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그림으로 만나다

『삶의 미술관』 장혜숙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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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당신이 떠나보낸 인생의 한 장면 속에서 나의 모습을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2022.09.08)

<요람> 베르트 모리조

우리의 삶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당신이 떠나보낸 인생의 한 장면 속에서 나의 모습을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서로를 사랑한다. 『삶의 미술관』은 바로 그런 순간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 장혜숙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삶의 순간들을 엮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 내 자식과 우리 엄마의 이야기가 되어 당신이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잔뜩 선사한다.



『삶의 미술관』은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5년 동안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해왔습니다. 설명을 하기 위해 작품에 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했지요.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은 결국 작가와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작품에 대한 지식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을 전달했던 것이지요. 관람객들에게 던진 질문은 아주 단편적인 것이었고, 감정선이 겹치는 공감대가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삶의 미술관』에서는 그림을 본 처음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누군가 나의 그 감정선과 접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림과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놨다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남들의 해석을 이해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작품 감상을 벗어나 '나의 감정'에 충실하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첫 그림이 <요람>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산이나 탄생이 아닌 요람을 첫 그림으로 선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인생의 순환을 나타내고자 '출생' 부분을 중간에 넣었습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죽는 것이 순서인데 그 중간 지점에 또 다른 태어남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부활이나 윤회의 개념이 아닌 '일생의 순환'을 의미합니다. 또한, 부수적인 의미는 미술 전문가들이 아닌 평범한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시작으로 하여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편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생의 모든 순간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은 젊은 작가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원화를 보지 않고도 그림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시대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모든 자료를 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게 미술 교양 서적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삶의 미술관』의 글을 뛰어넘는 훌륭한 책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인생은 경험자와 비경험자의 관점이 확실히 다릅니다. 변변히 내세울 것도 없이 나이만 먹은 제 속에도 꽤 쓸만한 것들이 들어있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 나이 속에 스며든 삶의 경험으로 이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이미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는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미지의 길을 기웃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시대는 급변합니다. 책이 다루는 그림들 역시 이미 오래전에 그려진 그림들입니다. 하지만 그 그림들이 여전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의 과거는 과거 시대의 현재였고, 지금의 현재는 과거의 미래입니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미래 시대의 현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연결고리 속에서 서로 다른 시대에 관한 낯섦과 익숙함은 거의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비율의 감정이 공존하기 때문에 이질감과 동질감은 서로 배척하지 않고 공감하며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꿰는 것이겠지요.

사랑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 끝나는 날, 소리 한 마디 입 밖으로 흘려 내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두를 사랑했다"고.(143p)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님의 생의 모든 순간은 결국 사랑이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확실히 적은 이 나이에는 모든 것들을 그냥 사랑으로 덮고 자신을 정화시키는 방법밖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인생의 마지막 길에 발을 디딘 사람이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이타심이 아니라 이기심입니다. 어찌어찌 살아왔든지 마지막엔 잘 죽어야 할 테니까요. 저는 잘 죽기 위해 제 안에 남아있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사랑으로 잘 덮어 포장합니다. 인위적인 노력이라도 하다 보면 아마도 죽는 순간에는 진정한 사랑을 말하며 죽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요.


<괭이를 든 남자> 장 프랑수아 밀레 

러 작품을 다루고 있지만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그 작품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삶의 미술관』속에서는 밀레의 <괭이를 든 남자>를 좋아합니다. 밀레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항의나 사회적 재조정을 위한 탄원으로 어둡고 무거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사회적·정치적 투쟁의 의미가 아닌 인간의 삶 그 자체를 그린 밀레를 존경합니다. <괭이를 든 남자>가 보여주는 것은 찌들고 궁상맞은 삶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노동의 신성함을 보여주거든요. 고된 노동 속에서도 지키고 이어가는 생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 그 그림을 좋아합니다. 『삶의 미술관』 밖에서는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작품의 아름다움 이전에 그의 작품 표현 의도를 좋아합니다. 평면의 그림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뒷면과 옆면, 아래, 위의 부분들을 모두 우리 눈앞에 떡하니 펼쳐 놓고 보여주는 그 정신이 참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삶의 미술관』을 읽는 독자들은 주어진 그림을 보며 그 그림과 연관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 위에 덧입혀 보시기 바랍니다. 작품 감상이 자신과 무관하다면 별 의미가 없잖아요? 아주 작은 한 점이라도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저의 글이 독자의 글이 될 수도 있고, 화가의 그림이 독자의 그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미술관』을 읽는 시간은 저와 화가와 독자가 함께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혜숙

그림이 좋아 미술관에서 지난 15년 간 관람객들에게 그림 이야기를 들려줬다. 카카오 브런치에 매거진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를 연재 중이다.



삶의 미술관
삶의 미술관
장혜숙 저
제이앤제이제이(J&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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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삶의 미술관

<장혜숙> 저 18,0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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