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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이연, 유튜버가 책 쓰는 법

<월간 채널예스> 2022년 9월호 - 『매일을 헤엄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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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본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말하기 실력도 느는 것이라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으면 먼저 글을 많이 써봤으면 좋겠어요. 콘텐츠의 기초는 결국 글이니까요. (2022.09.01)


'공짜로 이런 지혜를 준단 말야?'

작가 이연의 유튜브 채널 〈이연LEEYEON〉에 자주 달리는 댓글이다. 일단 보기 시작한 뒤에는 웬만하면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는 채널. 'Drawing', 'Illustration', 'Radio'. 세 단어만 쓰여 있는 배경 화면에 '유독 인기가 많은 사람의 특징', '어릴 때 해볼수록 좋은 것들', '너무 열심히 살면 안 되는 이유', '내가 다니는 회사를 잘 이용하는 방법' 등의 섬네일 문구가 보인다. 유튜브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독자라도 이연의 영상은 한 개만 보고 건너뛰기 어렵다. 메시지가 짧고 분명하고 설득력이 있고 화자의 딕션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이 성공하고, 이연 작가는 세 권의 책을 거의 같은 시기에 계약했다. 2021년에 첫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출간하고, 올해 여름에는 그림 에세이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쓴 이연 작가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이름

작년 봄 〈책읽아웃〉 녹음 때 뵈었죠.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었어요. "이연 채널은 구독자가 줄지 않는다."

제가 그런 말을 했었나요?(웃음)

매우 당당하고 귀여운 톤으로 말하셨어요. 팩트이기도 하죠. 작년 4월 구독자가 54만 명이었는데, 1년 5개월 만에 78만 명이 됐습니다. 미술 유튜브 채널로는 압도적으로 높은 숫자입니다.

여전히 신기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에요.

『매일을 헤엄치는 법』 프롤로그에 '만화에 나오는 텍스트는 전부 나의 스물일곱 일기장에서 발췌한 문장을 기초하여 만들어졌다.'(6쪽)고 쓰셨어요. 첫 책이 유튜버가 된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면, 두 번째 책은 그 이전의 삶을 만화로 엮은 책입니다.

이번 책은 첫 번째 책보다도 더 솔직하게 썼어요. 유튜브에서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많이 담았고요. 2018년 스물일곱의 저는 겁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어요. 가난하고 치열했던 20대였기 때문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이 이야기만큼은 다시 꺼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바보 같은 시절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하나도 바보 같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어요.

퇴사를 준비하던 시기에 열 곳의 출판사와 미팅을 하셨다고요.

왜 사람이 한시적으로 뭔가가 쏟아질 때가 있잖아요. 감사하게도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셨는데 가장 먼저 만난 곳이 푸른숲 출판사였어요. 그런데 충격적으로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앞으로의 미팅들이 이렇게 다 좋으면 어떡하지?' 싶을 정도였고, 그다음에 만난 곳이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출간한 미술문화였어요.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책을 잘 만들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지금도 만족해요.

출간 순서는 어떻게 정했나요?

일단 유튜브 채널을 갈무리한 책이 먼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술문화에서 비슷한 방향의 기획안을 주셨어요. 푸른숲 출판사에서는 그림일기를 아이디어로 주셨고요.

이번 책은 표지 디자인을 직접 하셨습니다.

디자인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제가 원하는 안이 좀 더 뚜렷했어요. 책 내용도 그림일기이다 보니 주인공 캐릭터가 표지에 들어가야 해서 자연스럽게 제가 디자인을 맡게 됐어요.

1장 「겨울」 편에 나오는 첫 문장이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던 직장 내 괴롭힘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14쪽)예요. 조금 놀랐어요. 고백하기 어려운 이야기니까요.

일부러 더 고백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마음이 건강할 때만 영상을 찍거든요. 편집도 많이 하니까 이연의 유튜브만 보시는 분들은 제가 굉장히 잘 다듬어진 사람으로만 생각해요. '너 같은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털어놓았어요. 괴롭힘 말고도 너무 힘든 일이 많았고 저 역시 평범한 분투를 매일같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닿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2018년 11월에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2020년 7월 구독자가 40만 명이 됐을 때 퇴사하셨어요. 두 번째 회사는 헤드헌팅으로 제안이 온 꽤 좋은 조건이었는데요.

퇴사하기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 본명이 '이연수'인데 유튜브 채널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이연'이고 회사에서는 '수'라는 닉네임을 사용했거든요. 회사는 제 유튜브를 보고 입사를 제안한 게 아니라서 진짜 이중생활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연'이라는 이름에 마음이 항상 더 갈팡질팡했어요. 회사에서 해보는 디자인도 정말 재밌었거든요. 하지만 둘 다 가져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어떤 캐릭터로 사는 게 더 행복할지 선택해야 했고, 유튜브를 한 달만 쉬어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게임만 더 하더라고요. 원래 게임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닌데 말이에요. 결국,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건 '이연'의 삶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회사를 내려놓았죠.



가장 큰 무기는 담백함, 편안함

20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10대 시절의 이연이 궁금해졌어요. 미술 크리에이터로 드로잉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소개하지만, 구독자들이 이연에게 더 귀를 기울이는 건 그림을 잘 그리는 노하우보다는 삶의 지혜 같은 이야기들이죠. 50~60대 구독자들이 고맙다는 댓글을 달기도 하고요. 학창 시절의 이연은 어떤 아이였나요?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 미술 입시반에 들어갔는데 너무 떠들면서 그림을 그리니까 시끄럽다고 격리를 당했어요. 그런데 저는 떠들면서도 그림을 다 그렸거든요. 저랑 떠든 친구들은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결국, 친구들에게 방해된다고 혼자 빈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유튜버 이연'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말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렵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하더라고요.

〈이연LEEYEON〉 채널의 영상은 무척 실용적입니다. 인트로가 길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어요. 짧은 영상이지만 시청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학생 때 만화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한창 만화 캐릭터가 유행했던 시절이라 학교 축제에서 캐릭터 열쇠고리를 만들어 팔았는데, 저는 제가 안 보는 만화 캐릭터를 그렸어요. 왜냐면 이 열쇠고리를 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었거든요. 저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만든 열쇠고리는 안 팔렸고 저는 다 팔았어요. 어릴 때부터 상업적인 감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미대생 시절,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어요. 그때도 저를 위한 창작보다는 게임에 쓸 수 있는 것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디자인도 배웠던 거고요. 당시에는 그림에 관한 롤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학생 때는 무지 모범생이었어요.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읽었을 때 조금 놀랐어요. 글 잘 쓰는 유튜버가 드디어 탄생했구나 생각했고요. 오랫동안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셨다고요.

예전에 연애했던 친구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어요. 혼자 보는 글이 아닌 남들에게 보여지는 글은 또 다른 느낌이라는 걸 알았고 저도 써보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줘야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일기는 매일 써왔고, 이왕 쓰는 글이니 잘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때 써놓았던 글이 나중에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많은 소스가 됐죠.

〈이연LEEYEON〉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을 쭉 보다가 감탄하는 지점은 '말하기'입니다. 드로잉을 보려고 영상을 클릭했는데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됐다는 리뷰가 눈에 띄었어요. 말을 잘하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일단 말에 대한 취향이 있어야 해요. 취향이 있으려면 여러 사람이 말하는 걸 봐야겠죠. 롤 모델을 찾을 수도 있겠고요. 제게 그 모델은 이동진 영화평론가였어요. 본인이 아는 게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과시하지 않고 아주 편안한 톤으로 말하는 분이잖아요. 또, 상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재미없는 농담을 할 때도 솔직하니까 재밌죠. 그리고 제가 생각한 가장 좋은 말하기는 군더더기가 없는 거예요. 결국 듣는 사람이 지치거든요.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좋은 것만, 중요한 것만 말하는 게 좋아요. 이건 말하기뿐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에도 포함돼요. 디자인하는 취향이나 작업할 때도요.

많은 유튜브 채널이 쏟아지는 동시에 금세 사라지고 잊힙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이연LEEYEON〉 채널이 꾸준히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담백함'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자기 계발적인 이야기를 하는 채널이 정말 많이 생겼는데요. 영상을 보면 힘이 많이 들어간 경우가 있어요. 카메라 구도도 정형화돼 있고 말하는 사람의 얼굴도 딱 나오고 굉장히 준비가 된 영상인데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보게 되지 않아요. '왜일까'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일단 제가 유튜브를 소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 때 누워서 많이 보거든요. 혹은 출퇴근길에 보게 되는데 보통은 이 영상을 보는 사람이 파이팅이 넘치는 경우가 잘 없어요.

쉬려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렇죠. 가끔 힘내고 싶을 때 볼 수도 있겠지만 계속 찾게 되는 채널이 되려면 결국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힘을 많이 빼고 영상을 찍고 녹음해요. 제 영상은 보기만 해도 되고, 듣기만 해도 되고, 어떤 강요가 없어요. 목소리도 강요하는 톤으로 말하지 않고 듣는 사람의 옆에서 말하는 느낌으로 녹음해요. 완벽하게 세팅된 카메라 앞이 아닌, 혼자 카메라를 켜고 독백으로 녹음할 때는 정말 다른 어투가 나와요. 이 편안함이 저의 가장 큰 무기이자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댓글이 달릴 때 기분이 좋은가요?

되게 긴 댓글이요. 그건 자기 마음을 그냥 털어놓은 문장들이거든요. 제가 만든 영상이 단순히 전달되는 것 이상의 어떤 소통이 됐다는 뜻이라서 무척 반갑고 뿌듯해요.



콘텐츠의 기초는 결국 글이다

유튜버든 작가든 자신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알려야만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독자들 입장에서도 저자들의 잦은 홍보가 피로할 때가 있는데, 이연 작가님을 보면 적절한 선을 잘 유지하시는 듯해요.

그동안 여러 가지를 해봤어요. 상품도 팔아보고 책도 홍보하고 광고도 했는데요. 일단 채널이 잘되고 있을 때 홍보를 해야 반응이 좋아요. 채널이 하락세일 때 홍보까지 하면 채널이 정말 푹 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이번 책을 홍보하기 전에 일부러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올렸어요. 히트한 콘텐츠를 만들어 놓고 책 홍보 영상을 올린 거죠. 감사하게도 책 홍보 영상 조회 수가 50만 뷰가 나왔어요.

책 홍보 영상의 섬네일 제목이 '모든 인맥이 끊기고 느낀 점'이었죠. 저도 그 영상을 봤는데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일단 콘텐츠 내용이 분명하니까 마지막에 책이 나왔다고 홍보해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또 다른 방법은 Q&A 영상을 찍는 거예요. 시청자 입장에서 홍보 영상을 일방적으로 보게 되면 공격 내지 스팸 같은데, 구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Q&A 영상으로 만들면 이 콘텐츠에 참여한 기분이 들거든요. 실제로 맞고요. 그래서 첫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 나왔을 때는 구독자분들께 "제 책이 나왔는데 혹시 어떤 게 궁금하세요?"라고 물었어요. 그리고 어떤 브랜드랑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도 먼저 질문을 받았어요. 구독자분들을 참여시킨 거죠. 또, 저는 리그램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제 행사에 오시거나 책을 구매하고 리뷰를 써주신 독자들의 포스팅을 리그램하면서 피드백을 해드리는 거예요. 그러면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소통으로 느껴지죠.

많은 스타 유튜버가 책을 내지만 모두가 흥행하지 않습니다. 채널 구독자들이 책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층이 아닐 때는 더욱 그렇고요. 수익적인 면으로 볼 때는 영상 콘텐츠를 몇 편 더 만드는 쪽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을 텐데요.

사실 저는 책을 유튜브와 별개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적에 관한 아쉬움을 덜 느끼는 편이에요. 많은 유튜버들이 자신이 만든 영상 콘텐츠로 사랑받은 건데 책까지 사랑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애초에 책은 책대로 내고 싶어서 그냥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은 책대로 성실하게 작업했는데, 아웃풋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어요. 저자로서의 이연은 너무나 신인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그리고 오히려 제 채널의 구독자가 아닌 분들이 제 책을 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많아요.

"언제나 꿈꾸는 건 전체 이용가, 나이뿐 아니라 그림을 안 그리는 사람도 볼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넓은 범위의 구독자들을 염두에 두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듣기에 좋은 게 남들 듣기에도 좋다'는 점이에요. 내가 좀 더 나다워지고, 좀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나이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언제, 누가 보더라도 편안한 영상을 만들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성능이 좋은 마이크를 사용할 것'을 추천해 주셨어요. 카메라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작가님의 영상을 보고 나니 단박에 이해가 되더라고요. 채널을 만들기 전에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또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주제예요. 채널에서 다루는 내용이 사람들이 정말 궁금한 이야기인가? 이게 정말 중요해요. 예를 들어 제 친구가 일상 브이로그를 시작했어요. 보통 친한 친구가 유튜브를 시작하면 놀리고 싶어서라도 보게 되는데요. 못 보겠더라고요. 놀린다는 목적을 갖고도 못 볼 만큼 재미가 없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목적 없이 그냥 영상을 찍었기 때문이에요. 아무런 주제 없이 갑자기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하는 말들이 자기 넋두리인 거죠. 되게 예쁜 연예인이 카페에 가서 넋두리를 하면 볼 거예요. 혹은 귀여운 고양이, 강아지, 어린아이가 나오면 사람들은 보죠. 하지만 일반인이 아무런 주제 없이 영상을 만들면 안 돼요. 이건 그 사람이 끼가 없고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주제를 안 정해서예요.

재미도 없는데 내용까지 없으면 영상을 볼 이유가 없죠.

그리고 내 콘텐츠를 볼 구독자, 시청자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해요. 저는 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냉정한 성격을 가졌거나 일상에 지쳐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 보죠. 그런 사람들의 기운을 돋게 하는, 흥미를 갖게 할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일단 시청자, 독자들에 대한 기대치를 많이 낮추고 시작하면 자신이 애써서 보여주고 싶은 걸 좀 더 성의 있게 선별할 수 있어요. 남들이 그냥 나를 봐줄 거라고, 행운만 기다리면 안 돼요.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유튜브로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일단 글을 많이 써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구독자가 꽤 많이 늘었거든요. 이게 왜 가능했나 생각해 보면 말하기 수준이 어느 정도 됐기 때문이에요. 이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제가 기존에 써온 글들이 많았기 때문이고요. 결국,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본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말하기 실력도 느는 것이라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으면 먼저 글을 많이 써봤으면 좋겠어요. 콘텐츠의 기초는 결국 글이니까요. 그리기의 기본기로 소묘를 배우듯 글쓰기를 배우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세 번째 책도 일찍이 계약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내년쯤 나올까요?

아마 2023년이 될 것 같아요. 책은 일 년에 한 번씩 내는 게 좋더라고요.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통해 제가 어떻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했다면, 세 번째 책은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방법론에 관한 실용서가 될 것 같아요. 


사진_타별 

나는 이 시절의 경험과 영감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용기가 될 거라 믿는다. 어둠 속을 묵묵히 걸었던 나의 27세 같은 시절이 여러분에게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현재일 수도 있다. 언제여도 상관없으니 그 시절의 나 자신에게 헌사를 보내는 것은 어떨지. 몸이 아팠지만 수영 학원을 끊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위대한 나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잘 해낼 줄 알았어. 고마워'



*이연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방법'이라는 자전적 주제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
<이연LEEYEON>이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공감을 이루며 독보적인 미술 크리에이터로서 자리매김했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썼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글그림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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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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