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과학적 업적이나 실패도 기억해야죠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시리즈 원종우 저자 인터뷰
차근차근 과학 속에 스며들면 처음 엉뚱함이 주던 재미가 우주와 자연, 생명에 대한 경이감, 그리고 나와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커지게 됩니다. (2022.08.16)
과학은 연구소나 실험실, 어려운 책 속, 아니면 먼 미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생활 속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이야기, 참 많이 듣지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어려운 과학 용어나 법칙, 공식이라도 마주하면 머리부터 아프다. 특히, 아이들은 과학을 교과서로 배우고 시험까지 봐야 해서 더욱 멀고 어렵게만 여긴다.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시리즈는 이런 아이들에게 '과학은 쉽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시리즈가 5권으로 완간되었습니다. 시리즈명부터 재미있는데요.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요?
말 그대로 엉뚱하고 괴상한 과학적 업적이나 실패를 골라 매년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을 소재로 하는 시리즈입니다. 책은 수많은 수상자 가운데 엄선해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 과학, 생활 과학의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출간됐습니다.
노벨상보다 덜 알려진 '이그노벨상'을 소재로 삼으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지난 10년간 팟캐스트를 하면서 거의 매년 이그노벨상 시상 소식을 전해 왔어요. 이 상은 과학 관련된 엉뚱한 짓들에 주는 일종의 노벨상 패러디인데, 수상자 중에는 엉뚱하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의미가 깊은 연구를 한 사람도 있고, 아예 무의미한 헛짓이나 심지어 과학계나 주변에 해를 입힌 경우도 있죠. 일단 내용이 재미있고, 과학에 대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어서 이그노벨상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시리즈에서는 한 권에 10개의 이그노벨상을 받은 연구가 나오는데요. 수많은 연구 중에서 Top10을 뽑은 기준은 무엇인가요?
일단 재밌고 엉뚱한 게 첫 번째 기준이고요, 그리고 과학적 성공이나 혹은 실패로서 의미가 있는 것들, 우리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들, 가급적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거리감이 적은 연구들로 선정했습니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 과학, 생활 과학 이렇게 다섯 명의 파토쌤이 등장합니다. '파토'는 작가님의 별명이기도 하지요? '파토'의 뜻은 무엇인가요?
'파토'라는 필명은 20대 때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에요. 'Pat'이란 영어 이름을 썼는데, 발음이 잘 안 되는 아시아권 친구들이 '파토'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죠.
가장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똥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1권 맨 처음에 나오는 '개가 똥 누는 방향'은 웃기기도 하지만 누가 봐도 신기하죠. 그리고 엉뚱하면서도 숙제를 던져주는 이그노벨상의 취지에도 잘 맞아요.
평소에도 어린이 과학책을 자주 읽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어린이 과학책과 비교했을 때,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시리즈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어떤 책은 스토리를 너무 중시해서 과학책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고, 또 불필요하게 복잡하거나 설명이 긴 경우도 있더라고요. 우리 시리즈는 한 권당 10개의 비교적 많은 소주제를 다루면서 호흡이 길지 않죠. 어린이들의 관심 분야와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을 염두에 둔 건데, 일단 읽어 본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걸 직접 봤기 때문에 옳은 판단이 아니었나 합니다.
다섯 권으로 완간된 것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시리즈로 과학에 새롭게 흥미를 갖게 된 어린이와 부모 독자분들께 더 들려주고 싶으신 과학 이야기가 있을까요?
취지 자체가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이그노벨상을 통해 과학을 접하게 됐지만, 거기서 조금 더 본격적인 과학으로 나아가면 훨씬 더 많은 분야가 있어요. 아이들은 특히 우주, 별, 공룡 이야기를 좋아하죠. 그렇게 차근차근 과학 속에 스며들면 처음 엉뚱함이 주던 재미가 우주와 자연, 생명에 대한 경이감, 그리고 나와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커지게 됩니다. 계속 과학을 접하면서 흐름을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원종우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철학도, 록 뮤지션, 대중음악 운동가, 칼럼니스트, 정치사회 논객, 음모론 전문가, 다큐멘터리 작가, 과학 커뮤니케이터 등 온갖 경력이 붙었다. 그러던 가운데 세계 30여 개국을 여행했고 캐나다, 영국, 오스트리아에서 도합 7년을 살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하였고, 경희대학교 철학과, 런던 칼리지 오브 뮤직 앤 미디어를 졸업하였다. <딴지일보> 편집장 및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2008년 SBS 창사특집 에너지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 작가였으며, 휴스턴 영화제 대상을 수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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