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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연 "『반려공구』를 쓰고 가장 기쁜 일은"

『반려공구』 모호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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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분들의 공통된 소감이 '당장 뭔가 하고 싶다', '공구를 쓰고 싶다'라는 것이었는데, 이 책을 쓰면서 제가 가장 바라던 일이어서 기쁩니다. (2022.08.10)

모호연 저자

모호연 저자의 『반려공구』는 공구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힘으로 일상을 단단하게 돌보는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공구를 사용하고부터 일상의 불편을 그저 견디던 삶에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시도해보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반려공구』에서 소개하는 21가지 공구는 모두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때로는 웃픈 실패를 목격하며, 일상을 함께 돌봐온 든든한 동료들이다. 망치, 펜치, 드라이버, 톱, 전동 드릴 같은 익숙한 공구부터 타카, 실리콘건, 샌딩기, 시계 공구처럼 한 번쯤 다뤄보고 싶어지는 공구까지 다양한 공구들이 등장한다. 손때 묻은 공구들을 소개하는 『반려공구』는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정겹고 다정해서, 차가운 금속성의 소재가 무색하게도 따스한 온기로 가득하다.



공구에 '반려'를 붙이니 사랑스러워졌다며, '반려공구'라는 단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공구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만들기를 좋아하다 보니 공구를 자주 사용하고, 손에 쥐고 만지다 보니까 자연스레 마음이 깃들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공구에 대해, 공구를 사용하는 기분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구를 사용하는 일은 다른 물건을 사용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물건은 꼭 쓸모가 있지 않아도 저에게 의미가 있지만, 공구는 대체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고, 그 목표에 다가가는 동안 든든한 협력자의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공구가 반려인간과 반려물건 사이의 어떤 존재로 여겨지기도 해요. 해야 하는 일의 부담을 줄여주고, 하고 싶은 일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공구는 역시 소중한 '반려'라고 할 수 있겠죠.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는 일이 두려웠는데, 공구를 사용하고 만들기를 하면서 기꺼이 도전하는 여력이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이 두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인데요, 이에 대해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저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저의 쓸모를 증명하려 하는 피로한 습성이 있는데요. 상대방이 인정을 하든 그렇지 않든 저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게 무척 괴로웠어요. 그래서 자꾸 무리해서 일을 했고요. 그런데 만들기를 하는 동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구를 사용해서 만들거나 수선하는 일은 물리적인 한계를 깨닫게 하는 부분이 있어요. 어느 순간에는 힘의 문제든 체력의 문제든 '충분히 할 만큼 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거든요. 

완성이 되면 되는대로 다음 만들기에 동기 부여가 되지만, 내 기준에 미완성인 상태라도 분명 손대지 않았을 때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가구들은 제 기준으로 모두 미완성인데도 저는 그 가구들을 정말 좋아해요. 나의 몸과 동선을 배려한 맞춤 가구이기 때문에 어떤 가구보다 편안하죠. 그렇듯 완벽하지 못한 것들에게서 느낀 느슨함과 편안함이 저를 많이 바꾸어놓은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는 데에는 '만들기'의 영역이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쓸모는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더라고요.

공구에 대한 정확한 사용법이나 이름의 유래 등 공구를 둘러싼 배경지식도 흥미롭습니다. 이런 정보와 지식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공구에 관한 책이나 잡지를 읽고, 건축용어사전, 토목용어사전 등의 사전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공구'가 주인공인 책이 많지 않아서 이 장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구든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책에 담았어요. 사용법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보고 따라 익히기도 하고, 실제로 공구를 사용하면서 터득한 것도 많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손으로 작동하면서 느끼는 바는 확실히 달라요. 『반려공구』에 정보가 많은 듯 보이지만 사용법에 관해서는 치밀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은 이유도 그것입니다. 사용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우리 사회에서 공구를 다룰 줄 아는 여성은 별종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알고 보면 여성 철물점 사장님도 많이 계시고, 공구로 이것저것 고치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잖아요. 이에 대해 작가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인터넷에 공구 사용법이나 목공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면 여성 사용자분들의 게시물이 꽤 많아요. 스스로 집을 수선하고 가구를 만들거나 인테리어를 하는 분들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여성들의 공구 사용기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공구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저는 특히 여성들이 공구를 사용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공구는 인간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보조하는 물건이잖아요. 당연히 여성에게도 쓸모가 많죠.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고 그것이 당연합니다.

추천사를 쓰신 김하나, 김혼비 작가님의 후기가 재미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김하나 작가님은 시계 공구를 구입해 손목시계 배터리를 갈았다고 하셨고, 김혼비 작가님은 글루건과 타카를 사서 망가진 채 방치되어 있던 서랍장을 고쳤다고 하셨어요. 『반려공구』를 읽고 나면 공구를 들고 뭔가 시도해보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두 분 작가님의 후기를 듣고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책을 읽은 분들의 공통된 소감이 '당장 뭔가 하고 싶다', '공구를 쓰고 싶다'라는 것이었는데, 이 책을 쓰면서 제가 가장 바라던 일이어서 기쁩니다.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억눌려 있던 자신감을 마주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했다는 사실로 다시 기쁨을 얻는 선순환이죠. 많은 분들이 『반려공구』를 읽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사용했던 공구와 그 공구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반려공구』 독자분들을 위한 이벤트 선물로 미니 책장을 몇 개 만들었어요. 전동 드릴과 드라이버, 직각자와 사포를 사용했습니다. 주문한 목재를 받자마자 사포로 갈아 부드럽게 만들고, 드릴로 구멍을 뚫은 다음 나사를 박아 연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모두 『반려공구』에 등장하는 공구들이에요. 

또 하나는, 손가락에 끼우는 '북링(한 손으로 책을 펼치기 쉽도록 만든 소품)'인데, 이것은 에필로그에 잠깐 등장한 '카빙나이프'를 주로 사용했어요. 드릴로 손가락이 들어갈 구멍을 뚫은 다음 카빙나이프로 깎아서 날렵한 모양을 만들고 사포로 매끈하게 다듬었습니다. 목재 소품을 날붙이로 깎아 만드는 '우드카빙'은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며칠간 쉬엄쉬엄 만들었어요. 나무는 예전에 쓰던 가구의 일부인데, 재활용해서 독서 용품이 되었네요. 이렇게 공구를 사용해 물건의 쓰임과 역사가 변하는 과정을 정말 좋아합니다.

책에서 '어느 날 공구의 신이 노하여 모든 공구를 빼앗고 단 세 가지 공구만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면 십자드라이버와 망치, 그리고 펜치를 선택할 것이다'라고 하셨는데요, 바로 오늘 공구의 신이 노해서 단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무엇을 고르실 건가요?

십자드라이버와 망치, 그리고 펜치 세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셋을 모두 버리고 줄자를 택하고 싶습니다. 드라이버와 망치, 펜치가 없다면 저는 만들기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겠지요. 그렇다면 줄자를 선택해서 저의 신체 사이즈와 동선, 공간의 너비와 깊이 등을 재고 편의에 맞게 공간을 꾸려 나갈 것 같습니다. 물건이나 가구를 살 때에도, 옷을 살 때도 수치를 재는 일은 기본이 되니까요. 그리고 줄자는 재미있습니다. 무엇이든 잴 수 있고, 그것이 몇 mm라는 것을 알 때 그 물건이나 공간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는 기분이거든요. 공구의 신이 눈앞에 등장한다면 아마 저는 줄자를 꺼내서 그의 손가락 길이부터 재 볼 것 같네요. 제 손가락이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말이죠.



*모호연

1982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법학을 전공하고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프리랜서의 길을 걸어왔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2da)'와 함께 일상적인 예술 창작을 위한 '소사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뉴스레터 '일간 매일마감' 제작에 참여하여 에세이와 시, 동화 등 다양한 글을 연재했다. 평소 가까운 물건의 생애와 쓸모에 관심이 많고 일상을 돌보는 살림으로서의 만들기에 진심인 편. 장래에는 공구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을 만들어 이웃들과 교류하며 수선 문화를 확대하는 거창한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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