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장 나쁜 일』 김보현 작가 인터뷰
『가장 나쁜 일』 김보현 저자 인터뷰
마음속에 못 하나를 박아 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떨어진 것, 흩어진 것, 흐려진 것들을 다시 붙잡아 걸 수 있을 거라고요. (2022.08.08)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무엇인가요? 여기, 지금 우리를 뒤덮을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걷습니다. 멈추지 않고 비틀비틀, 타박타박, 비척비척, 그러나 끝내 그 길을 다 걷습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 놓지 못할 소설, 끝내 에필로그까지 볼 수밖에 없는 소설 『가장 나쁜 일』. 김보현 작가와 소설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짧게 설명한다면, 어떤 소설이라 소개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는 사람들이, 그 끝에 '가장 나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 죽음의 진실을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밝혀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나쁜 일』은 제목 그대로 정말 나쁜 일들에 휩싸인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죽음과 죽음을 둘러싼 무섭고 미스테리한 정황들을 파헤치며 범죄의 전모가 드러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이 소설의 집필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여성이 주인공인 스릴러 소설을 써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받고 인물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어요. 인물을 만들면서 여성이 주인공이되, 구성이 조금 복잡하고, 인물이 중첩적으로 나오지만, 일회성으로 소모되지 않고 사건에 퍼즐처럼 얽혀 있는 이야기, 가정 스릴러처럼 시작하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는 볼륨감 있는 스릴러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가 좋아하고 읽고 싶은 소설을 직접 써 보기로 한 거죠. 2014년 이후 무엇을 쓰든 '애도'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작가로서 한 개인으로서 그런 고민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고요.
여러 인물들이 나오지만 주인공은 '정희'라고 할 수 있죠? 아픈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극심한 우울과 신경 쇠약을 겪었고, 그런 와중에 남편이 실종되는 상황에서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남편의 행방을 쫓는 인물인데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정희가 점점 더 명민해지고 강해지는 과정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정희의 슬픔과 그럼에도 살아나가는 시간들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고요. 정희를 통해 보여 주고 싶은 인간의 내면이 무엇이었나요? 혹은, 정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우울증에 걸린, 미친 여자'는 늘 관심과 애정이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손가락질 받는 것은 저 스스로이기도 하고, 제가 사랑했고, 사랑하는 여자들이기도 하니까요. 정희는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명민하고 강해진 여자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한발 전진, 또 전진할 수 있는 건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아닐까요? 빛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혹하고 집요한 어둠의 뿌리를 끝내 파헤쳐 마주할 수 있는 것 역시, 어쩌면 정희와 같은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한편 이 소설은 2022년 버전의 『세일즈맨의 죽음』이 아닐까 합니다. 팔다 팔다 더는 팔 수 있는 게 없어 자신의 목숨이라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요.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이 소설의 영감을 받으셨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맞습니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부제인 '어떤 2막의 사적 회담과 진혼가'를 이 책의 제목으로 할까, 생각했을 만큼요.
소설 읽은 독자의 반응을 경험하고 계실까요? 어떤 반응들을 보이는지, 예상했던 반응과 비슷한지 궁금해요.
자기 전에 스마트 폰으로 아주 집요하게 검색을 해 보고 있는데요, 아직 리뷰가 많진 않습니다. 두께가 두껍고, 인물도 많이 등장하고, 에필로그까지 사건의 반전이 있기 때문에 그걸 잘 따라왔는지, 무엇보다 잘 읽혔는지 궁금하고, 앞으로도 계속 집요하게 궁금할 겁니다.
가장 재미있게 쓴 장면과 가장 힘들게 쓴 장면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가장 재미있게 쓴 장면은 에필로그에요. 제가 소설에서 제일 좋아하는 파트입니다. 가장 힘들게 쓴 장면은 프롤로그입니다. 독자가 처음 읽게 되는 장면이기 때문에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고, 책을 읽으면서 또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그 장면이 계속 다른 의미로, 다른 이미지로 변화하길 바랐어요.
소설의 시작이 마포대교 위인데요. 자살하는 사람이 하도 많이 찾아서 마포대교 난간엔 '용기 내라', '힘내라'라는 문구들이 있죠?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설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보내신다면요?
소설에서 '철식'이 '록혜'에게 했던 말, 마음속에 못 하나를 박아 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떨어진 것, 흩어진 것, 흐려진 것들을 다시 붙잡아 걸 수 있을 거라고요. 그 하나의 못이,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일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이나 반려동물일 수도 있겠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그런 당신을 생각하면서 쓴 이야기니까요.
*김보현 2011년 문예지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에 단편 소설 「고니」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올빼미 소년」으로, 2015년 「팽: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17년 장편 소설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을 출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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