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리뷰어가 팟캐스터, 뉴스레터 발행인, 작가가 되기까지 (G. 서해인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79회) 『콘텐츠 만드는 마음』
지금 제 옆에 “늘 마저 넘겨야 할 페이지와 마저 내려야 할 스크롤과 마저 눌러야 할 재생 버튼 사이에 있”는, 첫 책 『콘텐츠 만드는 마음』을 출간하신 서해인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2.08.04)
갈수록 기념하고 축하할 일이 줄어드는 것 같은 때, 생일이 별거냐는 생각이 들 때, 찾아보면 이렇게나 기념할 순간들이 많다는 게 좋다. 상을 타거나 명예를 얻지 않아도 좋다. 새롭지는 않아도 계속 우리 곁에서, 늘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모든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서해인 작가님의 『콘텐츠 만드는 마음』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오랫동안 콘텐츠를 좋아했고, 그래서 즐기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만들었고, 그러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까지 『콘텐츠 만드는 마음』에는 서해인이라는 사람의 보고, 만들고, 일하는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첫 책 『콘텐츠 만드는 마음』을 쓰신 서해인 작가님을 모시고 뉴스레터 만드는 일의 놀라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오은 : <책읽아웃> 찐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닉네임 ‘ㅎㅇ’의 주인공이십니다. 작가님은 2019년부터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를 발행하고 계신데요. 그 뉴스레터에는 <책읽아웃>도 꽤 많이 등장하죠.(웃음) 저는 서해인 작가님을 생각하면 <책읽아웃> 3주년 ‘모꼬지’ 때 만났던 게 생각이 나요. 실제 작가님은 팟캐스트가 “모든 순간에 필요한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팟캐스트에 진심이시잖아요. 2021년 8월부터 직접 만드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도 시작하셨고요. 작가님께 팟캐스트가 좋은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서해인 : 제 기억으로는 2018년 정도부터 <책읽아웃>을 들었던 것 같아요. 꽤 초창기 찐팬 중 한 명이죠.(웃음) 사실 팟캐스트는 제가 보고 듣고 있는 온갖 매체를 통틀어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콘텐츠인데요. 이번에 책을 쓰면서 셈을 해보니까 10년 정도 꾸준히 팟캐스트들을 들어왔더라고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이동진의 빨간책방>부터 시작해 도서, 문화 쪽 팟캐스트를 많이 들어왔고요. 팟캐스트가 듣는 입장에서 매력이 크다고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명언 같은 걸 듣는 기쁨이 컸는데요. 계속 듣다 보니까 게스트와 호스트의 합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대화의 고유한 질감을 전해 받는 것도 되게 재미있었어요.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뉴스레터 발행인, 작가, 어떤 물고기가 잡혀도 상관없다고 여기며 그물을 치는 사람. 일찍이 일기에 가요가 좋다고 쓰던 케이팝 꿈나무 어린이였다. 그 어린이는 자라서 케이팝을 폭넓게 향유하는 케이팝 비둘기가 된다. 한 달 평균 120여 개의 콘텐츠를 보는, 서해인의 병렬적 콘텐츠 소비 체험은 어릴 적 집에 있던 150권짜리 전집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리가 물렁물렁』, 『벌레가 벌렁벌렁』 같은 책들을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읽으며 즐겼다. 편집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책날개, 책등과 같은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며 성장했고, 20대에는 SF소설을 쓰기도 했다.
출간 예정 도서와 발매 예정 케이팝 음반과 스트리밍 예정 OTT 시리즈 목록과 영화제 프로그램 챙겨보기를 즐기는, 그러니까 뭐든 라인업 짜기를 즐기는 서해인. 그는 의식주에 콘텐츠를 더해 이른바 ‘의식주콘’이 인간 생활의 사대 요소라 주장한다. 일상 루틴에는 느슨하지만 케이팝 루틴은 엄격하게 지키고, 생일은 안 챙기지만 콘텐츠 기념일은 각별히 챙긴다.
극 내향인이었는데 프리랜서가 되고, 자신을 영업하면서 지금은 놰향인이 되어버린 상태. '우당탕탕 우영우'나 '권모술수 권민우'처럼 수식어를 갖는다면 아마도 ‘서불차인(書不借人) 서해인’이 적당하지 않을까, 내심 생각하고 있다.”
서해인 : 제가 이 소개를 듣는 날이 오네요. 정말 감사히 들었습니다.
오은 : 이제 『콘텐츠 만드는 마음』이 어떤 책인지 작가님께서 직접 소개해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서해인 : 자고 일어나면 볼 것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쓴 책이자 저를 위한 책이기도 한데요. 무언가의 독자이자 관객이자 리스너이자 팬이면서 덕후였던 사람이 만드는 사람이 된 계기를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장르를 구분하는데 저는 좀 실패한 상태고요. 그냥 제가 보내고 있는 생활이 그대로 담긴 것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어보시는 분들은 저를 모르시더라도 조금 친해진 기분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오은 : 예전에는 ‘만든다’고 할 때 ‘make’, ‘creat’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큐레이션도 만드는 것의 일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왠지 서해인이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만든다는 단어의 외연을 넓히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서해인 :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은 큐레이션의 시대가 맞는 것 같아요. 거의 모든 단어 앞에 큐레이션이 붙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편, 그 큐레이션을 접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이 추천이 믿을 만한지 검증해보고 싶기도 하잖아요. 그 와중에 자기의 안목과 취향도 버리고 싶지는 않고요. 그런 여러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단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요.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고민을 공감하면서 표현을 반 발 앞서 하는 사람들이 큐레이터 같아요.
물론, 제가 그런 깊은 사명감을 가지고 큐레이터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요즘 시대에 부르는 큐레이션이 맞았고, 이제는 그런 사람을 또 만드는 사람으로 보는 게 어색하지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맥락에서 사실은 내가 만드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을 정말 오래 했죠. 결국에는 맞는 것 같다고 인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오은 : 결국 우리는 누군가에게 늘 추천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추천, 나의 취향을 알고 있는 사람의 추천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데요. 서해인 작가님은 일찍부터 워낙 많이 듣고 보아왔기 때문에 “요즘 뭐 볼 만한 거 없어?”, “요즘 누구 들을 만해?”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았잖아요. 그런 질문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 책을 구성하게 된 것인가요?
서해인 : 맞아요, 그런 한편으로는 책에는 가능한 한 최신의 사례를 담으려고 했어요. 제가 또 신상, 신간, 신보, 이런 걸 너무 좋아하고요.(웃음) 오래전부터 좋아했고 반복적으로 본 콘텐츠들도 물론 많지만, 그보다는 동시대의 독자들이 많이 봤을, 혹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구성을 하려고 했습니다.
오은 : 좋은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콘텐츠를 좋다고 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서해인 : 콘텐츠를 접하는 건 나 혼자인 것 같지만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돌이켜 보면 콘텐츠를 보는 이유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인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나 혼자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몇 명이 됐든 모여서 대화를 하기 위해 우리는 콘텐츠라는 전 단계를 거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을 많이 해요. 이런 맥락에서는 찬반의 문제라든가 메시지에 동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야깃거리를 많이 품고 있는 콘텐츠가 제 생각에는 좋은 콘텐츠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할게요. 청취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서해인 : 뉴스레터에서 굉장히 많은 책을 추천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이 너무 어려웠어요. 두 번째 책을 추천하기 위해 <책읽아웃>에 또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웃음) 어렵게 꼽은 책은 2020년에 나온 박현주 작가님의 에세이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입니다. 운전이 가지고 있는 요소와 인생이 가지고 있는 요소를 짝지어 설명을 하는데 그걸 너무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깜짝 놀랄 정도로 참고 문헌들이 많아요. 운전과 나를 이야기하는 데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듯한 콘텐츠들을 인용하는 작가님의 역량이 부럽기도 했어요.
특히, 이 책에서 좋아하는 문장은 “즐거웠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즐거운 사람으로 봐주는 시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짐작할 수 없었다”는 문장이에요. 이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과도 맞닿아 있어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서해인 오랫동안 콘텐츠는 머리로 만든다고 믿었으나 이제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살피는 사람. 출간 예정인 도서, 발매 예정인 케이팝 음반, 스트리밍 예정인 OTT 오리지널 시리즈 목록 챙겨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알리는 일을 하면서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콘텐츠를 대하는 이 모든 태도는 하나의 콘텐츠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하는 마음, 새로운 콘텐츠에 설레는 마음, 각자가 만들어내는 고유한 ‘콘텐츠 로그’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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