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취향을 찾아 나의 우주를 꾸리는 법
『취향 탐구 생활』 에린남 저자 인터뷰
내 우주가 ‘진짜 취향’으로 채워질수록 나에 대해 잘 알게 된다. 나는 더욱 선명해진다. (2022.07.25)
‘나는 오늘부터 미니멀리스트!’라고 선언하며 초보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을 소개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유튜버 '에린남'. 그가 '진짜 취향을 찾아 나의 우주를 꾸미는 법'을 담은 그림 에세이 『취향 탐구 생활』이 출간됐다. 작고 하찮은, 그러나 아기자기하고 왠지 정감 가는 그의 취향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취향을 좀 더 살피고 알 수 있게 된다.
“내 우주가 ‘진짜 취향’으로 채워질수록 나에 대해 잘 알게 된다. 나는 더욱 선명해진다.”
『취향 탐구 생활』로 어느새 네 번째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셨어요. 이 책에는 '진짜 취향으로 나의 우주를 채우는 법을 담았다'고 했는데,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저는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물건만 가지고 사는 것이 목표인 '미니멀리스트'입니다. 물건을 계속 정리하며 살아가는데, 때때로 쓸모없지만 이상하게도 비워 낼 수 없는 물건들을 마주하곤 해요. 그것이 저의 ‘진짜 취향’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마다 보이지 않는 우주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우주에 제가 좋아하는 것, 경험한 것이 차곡차곡 쌓이고 채워져, 지금의 제가 됐어요. 일상 대부분을 보내는 집에 꼭 필요한 물건만 남겨 두려는 것처럼, 저의 우주도 진짜 좋아하는 것과 마음이 가는 것으로만 채우며 살고 싶어요.
'어떤 취향이에요?'라고 물으면 막상 떠올리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어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또, 나의 취향을 정의하고 난 뒤 작가님의 삶에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평소에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또 어제 오늘 어떤 선택을 했는지 헤아려보면 자신의 취향을 희미하게라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고민해서 고른 아이스크림, 점심시간에 늘 고르는 메뉴.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선택한 영화처럼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따라가면 자연스레 취향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다른 사람이 좋다는 것 말고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려고 해야 ‘진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취향을 찾고 가장 달라진 것은 소비예요. 어떤 물건을 ‘첫눈에 반했다’고 소비하지 않아요. 저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충동 소비로 후회하는 일도 적어졌어요. 물론 사지 않아서 후회한 물건도 있지만, 그 후회는 작은 편이라 쉽게 잊히더라고요.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서는 스스로 만들어 쓰는 기쁨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직접 만들어 쓰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거나, 만들어 놓고도 쓰지 않을까 봐 망설이는 분들에게 해줄 말씀이 있나요?
저는 뭔가를 해내고 성취감 얻는 걸 좋아해요. 그것이 아주 작은 일이라도요. 뜨개질로 처음 컵받침을 만들었을 때도, 손바느질로 가방을 만들었을 때도 큰 성취감을 얻었어요. 또, 직접 만든 물건을 쓰는 즐거움 그 자체도 크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걸 추구하죠. 하지만 만든 물건을 전부 잘 사용하지는 못해요. 손이 가지 않기도 하고, 막상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죠. 그런 실패 경험이 쌓이면서 나름대로 촉이 생겼어요. 만들면 유용하게 쓸 것 같은 물건과 쓰지 않을 물건을 구별하는 촉이요.
무엇인가 만들고 싶지만 쓸모없을까 봐 걱정된다면, 물건이 아닌 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유튜브 채널에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상 만들기, 그림일기를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써 올리기 등도 물리적인 형태는 없지만, 엄연히 ‘만들기’잖아요. 스스로 영상을 편집해 보고, 서툰 솜씨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그리고 써 보고, 내가 먹을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많아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죠.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숨겨진 재능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될 수도 있어요.
작가님의 취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또, 취향을 찾기 위해 특별히 하는 노력이나 시도가 있나요?
저의 취향은 들쑥날쑥해요. 어떤 걸 좋아하는지 가늠할 수도 없죠. 반짝거리거나 또렷하지 않다 보니 ‘내 취향’이라고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괜히 마음 쓰이고, 이유는 모르지만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 결국 제 곁에 남더라고요. 어릴 때 강가에서 주운 돌멩이, 두더지를 닮은 포켓몬 ‘디그다’, 직접 만든 꾸깃꾸깃한 손가방처럼 하찮고 시시한 것이 저의 취향입니다. 대단하고 멋진 것만 취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알았는데, 이런 것도 괜찮은 취향이라는 걸 책을 쓰면서 다시 실감했어요.
취향을 찾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편은 아니에요. 사실 ‘취향의 무언가’는 이미 제 주변에 있더라고요. SNS의 무시무시한 알고리즘처럼요. 관심 있는 것들을 계속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유튜브 추천 영상이나 인스타그램 피드에 내가 흥미로워할 것들이 모이잖아요. 요즘엔 저보다도 알고리즘이 먼저 저의 취향을 찾아주는 것도 같아요. ‘이거 너 취향이지?’ 하고요. 취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고, 제가 어떤 걸 취향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취향은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토대로 뚜렷해지니, 뭐든지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해보면 좋겠어요.
물건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좀 더 좋은 삶, 풍족한 삶을 살기 위해 여러 가지 원칙을 세우시는 것 같아요. 이것만은 꼭 한 번쯤 해 보면 좋겠다고 추천하는 것이 있을까요?
‘하루 한 번 산책하기’ 그리고 ‘가끔은 가 보지 않은 길’로 걷기요. 반려견인 '구르미'와 하루에 두 번 꼭 산책해요. 하지만 개와 함께하면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기 어렵거든요.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혼자서 산책하는 시간도 마련하려고 해요. 나에게 집중해 생각을 정리하고, 무거웠던 마음도 비워내고요. 예전에는 풍족한 삶을 산다는 것이 무언가를 채우는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비우면 비울수록 풍족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삶의 안팎이 풍족해지도록 주기적으로 비우는 시간을 가져요. 산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초보 미니멀리스트 유튜버, 작가 등으로 계속 행동반경을 넓혀 오셨는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2-3년 동안 계속 원고를 쓰고, 책을 출간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글쓰기를 직업으로 오래오래 하고 싶어서 당분간은 이야깃거리를 차근차근 채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해 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피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 경험들을 다시 글로 옮길 거예요.
이번에 『취향 탐구 생활』 출간과 함께 ‘식물관PH’라는 공간에서 같은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요(~2022년 8월 1일까지). 싣지 못한 사진이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책을 좀 더 깊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혼자 하는 전시는 처음이었는데 색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처음으로 독자들을 모시고 작가와의 만남 겸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 드로잉 클래스도 진행했습니다.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 모임이 끝난 날, 저녁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어 버렸지만,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던지라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비슷한 자리를 꾸준히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장 깨기처럼 하나둘 해 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는 재미가 있어요.
'나의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 딱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용기’를 꼽고 싶어요!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겁도 많고 두려워하는 것도 많은데요, 생각해 보니 아주 작은 용기들 덕분에 지금까지 큰 후회 없이 살아왔더라고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고민할 때, 갑자기 내 안에 있던 아주 작은 용기가 불쑥 튀어나와요. 그러면 ‘해 볼까?’ 하는 마음은 ‘해 보자!’로 바뀌고, 저는 뭔가를 용기 있게 해내는 사람이 돼요.
물론 매번 옳은 선택 하거나 즐거운 경험만을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알고, 또 얻게 됐어요. 네 번째 책까지 낼 수 있었던 것도 아주 작은 용기로부터 시작됐고, 유튜브 채널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용기는 저의 우주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에린남 라이프 스타일 유튜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과 좋아하는 물건만 가지고 가볍게 살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어려운 삶의 목표가 있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그리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언제나 즐거운 방향을 선택하고, 자신의 우주를 취향껏 채우며 살아간다. |
추천기사
관련태그: 채널예스, 예스24, 7문7답, 취향탐구생활, 에린남,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 미니멀라이프
<에린남> 저12,600원(10% + 5%)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물욕보다 매력적인 작은 취향을 찾아서! ‘진짜 취향’으로 가득한 나의 우주 만들기 프로젝트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 매력적이다’는 이야기가 통용되고, 취향으로 돈을 벌거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일명 ‘취향 존중의 시대’. 그러나 의외로 “내 취향을 모르겠어!” 혹은 “내가 좋아하..
<에린남> 저9,800원(0% + 5%)
삐뚤삐뚤해도 괜찮다는 관대한 마음으로 “유독 작고 귀엽고 하찮은 것에 마음이 가고, 애정이 생긴다. 그런 걸 좋아하는 게 나다!“ 뜨개질을 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새로 사는 대신 취향에 맞게 내 손으로 바꾸는 방법을 먼저 생각한다. ‘만드는 사람’만이 누릴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