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경력의 한국어교육 전문가가 제안하는 어휘 공부
『어른의 어휘 공부』 신효원 저자 인터뷰
우리의 언어 세상을 몇 안되는 단어가 독식하고 있다.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책과 사전을 가까이 하라지만, 무작정 이들을 뒤적여 본다고 어휘력은 늘지 않는다. 해답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꺼내 쓰는 어휘를 다양하게 바꾸어 써 보는 것에 있다. 이제, 어른이 된 나에게도 어휘 공부가 필요하다. (2022.07.06)
나이가 들수록 어휘의 질이 높아져야 하는데, 정작 사용하는 어휘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 대부분의 성인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최근 10대, 20대의 어휘력과 문해력에 대해 말이 많지만, 30대 이상의 어른들의 어휘력부터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18년 경력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이자 『어른의 어휘 공부』를 쓴 신효원 저자는 이를 ‘어휘의 빈곤’이라 칭한다. 매일 반복 사용해서 닳아버린 단어에는 특유의 지루함이 묻어난다. 업무 능력에도 어휘력이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이유는 어휘가 신뢰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부사 한두 개로 농도만 달리한 어른들의 언어 세계는 종일 요동치는 생각과 감정을 밋밋하게 전할 뿐이다. 낡아서 생동감을 잃어버린 단어들을 걷어내고, 내 말과 글에 형형색색의 옷을 입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억 속에 잊힌 어휘를 끄집어내면 된다. 답은 당신의 머릿속에 있다. 어휘를 끌어올릴 힘은 『어른의 어휘 공부』에서 기르면 된다.
한국인들이 하루 한 번은 무조건 쓰는 말이 있다고요?
‘헐’, ‘대박’, ‘완전’, ‘엄청’, ‘좋다’, ‘싫다’, ‘맛있다’, ‘맛없다’ 이런 단어들을 매일 쓰고 듣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다양한 생각들을 했고, 하고, 하면서 살아가는데요. 이러한 생각들은 ‘엄청 많다’, ‘대박 좋다’, ‘완전 싫다’의 형태로 세상 밖에 나옵니다.
자, 분명 다른 상황과 다른 생각들이었는데, 같은 단어의 옷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온 거죠. 이런 단어들 속에서 ‘내 세상이 갇혀버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단벌 신사 같은 우리의 말과 글에 새로운 단어의 옷을 입혀 보면 좋겠습니다.
그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어른의 어휘 공부』가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어른의 어휘 공부』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한국인들이 닳고 닳도록 반복적으로 쓰는 어휘들을 어떻게 하면 생동감 있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어휘들과 바꿔 쓸 수 있는 다양하고도 유익한 유의어들을 이 책에 담아보려고 했는데요. 사실 어쩌면 다 아는 말, 한두 번쯤은 들어본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 묻어뒀던, 잊고 있었던 단어들을 다시 꺼내 보는 건 어떨까요? 어휘에 생기를 불어넣는 순간, 우리의 일, 생각, 하루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어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요. 직관적으로 예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말과 글이 어떻게 생기를 얻는지 상황별로 두 가지 예시를 들어 볼까요? 먼저 회사에서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상황을 생각해서 다음 스케줄을 잡겠습니다. 그리고 부장님이 이번 프로젝트 취지를 잘 생각해서 구성하라고 하셨는데 그 부분도 생각하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업체에는 한 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부탁한 상황입니다.“
이런 말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상황을 감안해서 다음 스케줄을 잡겠습니다. 그리고 부장님이 이번 프로젝트 취지를 숙고해서 구성하라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해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업체에는 재고해달라고 부탁한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블로그에 쓸 법한 글을 한 번 볼까요?
‘아침부터 날이 어둡더니 결국 비가 쏟아졌다. 종일 비가 내린 탓에 한낮에도 어두워서 전조등을 켜고 운전해야 했다. 밖이 어두워서 그인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이 글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어둡다’의 다른 표현들을 써 볼게요.
‘아침부터 날이 끄물끄물하더니 결국 비가 쏟아졌다. 종일 비가 내린 탓에 한낮에도 어둑어둑해서 전조등을 켜고 운전해야 했다. 밖이 어스레해서 그인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한 두 가지 상황을 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우리는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될까요? 누구의 글을 더 읽고 싶나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어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분명 같은 내용인데 어휘가 다양해지니 더 신뢰하게 되고, 그려지는 그림도 선명해지네요! 이렇게 다채로운 어휘를 사용하고 싶은 어른들은 어떻게 어휘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
정석은 책을 자주 읽고 사전을 가까이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에 우리의 하루하루는 너무 바쁘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우리의 생활을 독식하고 있는 단어들이 있는데요. 이 단어들을 좀 더 정확한 단어로, 그리고 더 다양한 유의어로 바꿔보는 것이 어휘 공부의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가장 짧은 시간에, 가시적으로 여러분의 어휘력이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활을 독식하고 있는 단어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 책 『어른의 어휘 공부』에는 그런 단어들이 많은 것 같네요. 이 중 작가님의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구절이 있다면요?
‘따뜻하다’ 부분이 제 어릴 적 기억을 생생하게 담은 부분이라서, 여기서 한 구절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집 마룻바닥은 짙은 오크 색이었다. 반들거리는 마룻바닥에는 박제된 듯 선명한 나이테가 굳게 새겨져 있었다. 할 일 없이 마루를 뒹굴뒹굴하다 보면 어느샌가 오후 서너 시가 되어 있었고 그 시간은 너그러워진 오후 햇살이 창문 틈을 비집고 마루로 내려앉는 시간이었다. 내 손등에 걸터앉은 햇빛 줄기는 쓸쓸했던 어린 나에게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 되어 주었고 시든 줄로만 알았던 바닥의 널조각엔 생명력을 불어 주었다. 미동 없던 나뭇결이 햇빛에 기지개를 켜듯 꿈틀대기 시작하면 나의 상상력도 비로소 펄럭대곤 했다. 지루하고도 별것 없었던 그 시절이 찬란하다 기억되는 것은 햇빛이 전해준 따뜻한 생명력 덕분이다.’
어린 시절의 노곤했던 오후가 떠오릅니다. 에세이 읽는 느낌도 들고요. 책을 쓰시면서 상상하셨던 독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어떤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시는지 알려주세요.
아마 많은 분께서 이런 책이 필요했다는 걸 알아보실 거라 생각해요. 어휘력을 키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께 추천해 드리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이런 경우에 해당되신다면 이 책이 정말 도움되실 거예요. 톡에 ‘헐’, ‘대박’ ‘진짜’만 쓰고 있는 분들, 매주 같은 말로 보고하는 직장인분들, 이번엔 꼭 취업하고 싶은 취준생 분들이나, 육아하다 내 말을 잊어버린 엄마아빠, 그리고 글이나 말솜씨로 주목받고 싶은 예비 인플루언서 분들이라면요. 내 생활 속 비어 있는 어휘를 채워 내 말과 글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으신 모든 분께 추천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
원고를 쓰던 지난 1년간은 제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어휘들의 흔적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어휘들이 제 평범한 일상을 찬란하게 되살려 놓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의 삶의 한 장면도 밝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효원 ‘한국어’라는 언어를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18년간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과 각국 주한대사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했다. 조금이라도 더 새롭고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한국어 어휘를 배우려고 애쓰는 외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한국인들의 한국어 어휘는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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