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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26년 만에 돌아온 '다른 감수성'

빛과 소금 <Here W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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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은 음악을 '듣는 것'보다 '찾아 듣는 것'을 원한다. 실로 어떤 이에게는 '경이'일 것이고 누군가에는 '경외'일 작품이다. (2022.05.31)


K팝 타이틀 아래 눈부신 성공과 신기원 쾌척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우리 대중음악에 여전히 심리적 괴리감을 호소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고대하지만 '천만과 억'의 매몰자본이 기본인 투우장에서 '대세'를 무시하기란 어렵다. 대세는 늘 폭압적이다. 이런 개성완박의 소나기를 피해 자신만의 색깔을 도모하는, 이른바 '디깅'의 흐름이 수년 전부터 이어진 '시티 팝' 유행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적지 않은 그 소수들은 “이런 음악도 있는데...”는 말을 늘 입에 붙인다.

그들 덕에 오랫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빛과 소금'이 굴착되고 발굴되고 융기되었다. '바이닐' 열풍과 맞물린 그 트렌드는 빛과 소금의 LP가 출시되기만 하면 어김없이 완판의 결과로 이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에게 저 옛날 이렇게 잘 매만진 사운드가 있었나?”하는 경이가 결집해 끝내 빛과 소금을 은둔의 장에서 끌어내 활동의 장으로 불러냈다는 사실이다. 1996년 5집으로 끝난 것 같았던 그들이 다시 신보를 들고 26년 만에 돌아왔다. 반갑다.

장기호의 'Blue sky'와 박성식의 '오늘까지만'은 그들의 컴백이 결코 이름값이 아님을 실증한다. 선법 작곡에 따른 전자와 모처럼 박성식 본인이 노래한 후자는 과거와 현재 시제의 교배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 질의에 대한 의욕적 응답이다. 세월의 이끼가 배인 그들만의 아지트 속에서도 지금의 감수성을 응시하고 있음을 축약하는 두 곡 모두 후반부의 연주 하모니는 독자적 미학의 극치를 선사한다. 누가 이런 노래를 만들고 내놓겠는가.

이게 진정 '뉴트로' 아닐까. 실로 시티 팝에 대한 다소 수다스런 관심이 증강해 주조해낸 거대한 성과물이 아닐 수 없다. 본인들도 시티 팝에 신세를 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 붐에 일게 된 재조명 분위기를 인식하고 30주년 기념 신곡을 염두에 두었으니까. 처음에는 서로 한 곡씩 두 곡만을 생각했으나 내친김에 앨범 제작으로 확장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발매가 지체되었지만 이제라도 접하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요, 무한희열이다.

핵심은 '대세'와 '현실'이란 논리에 기초한 외부의 불편한 추궁을 즐겁게 묵살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처음처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쾌한 '필라마네'든, 잔잔한 CCM 트랙인 '우리 모두에게'(크리스천인 둘은 앨범에 단 한 번도 가스펠 곡 수록을 뺀 적이 없다)든, 컨트리 냄새가 물씬한 '사랑의 묘약'이든, 연주곡 '비 오는 숲'이든 언제나 그랬듯 지극히 '빛과 소금적'이다. 곡마다 치밀한 사고가 꿈틀거리고 정돈된 울림과 세련된 공기가 넘나든다.

그렇다손 쳐도 일각에서는 대중성 부재에 대한 걱정스런 지적을 들이밀 테지만 두 사람의 오랜 지향에 대한 겸손한 고집은 견고하다. 균질적이고 획일화된 것에 대한 불굴의 거부! 앨범에 대한 “기존의 성향 그대로 유지하려 했고 빛과 소금의 음악을 알고 있는 분들에게 오랜만에 바치는 선물이라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장기호의 소감이나 “'음, 역시 빛과 소금이야!'라며 미소 보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라는 박성식의 말에 그게 깔려있다.

두 사람은 트렌드가 아닌 빛과 소금에 봉사했다. 솔직히 그들이 우리에게 건넨 '퓨전재즈'도 애초 비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샴푸의 요정', '아침', '그대 떠난 뒤'로 음악계에 새로운 파도를 불렀다. 음압만 강조하는 듯한 아이돌 팝 댄스, 힙합, 일렉트로니카로 대별되는 지금의 판 속에서 이번 음악도 '뉴 웨이브'의 기능을 시범한다. 하지만 '희소성'이란 낱말사용은 자제하자. 그것으로 앨범의 의미와 가치를 규정한다면 그건 우리 대중음악이 한두 가지 스타일에 쏠려있는, 병약한 상황인가를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니까.

단지 쉬는데 깔리는 위로의 사운드트랙이 아니다. 쉼표가 필요할 때가 아니라 취향 고양에 따른 음악 섭취의 별채를 원할 때 비로소 앨범의 유용성이 확립된다. 빛과 소금은 음악을 '듣는 것'보다 '찾아 듣는 것'을 원한다. 실로 어떤 이에게는 '경이'일 것이고 누군가에는 '경외'일 작품이다. 올해의 앨범이 벌써 정해졌다. 흥행의 압박을 넘어 음악 다양성의 영토구축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두 레전드의 노고를 칭송하는 것에 조금도 주저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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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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