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상점 공동대표 3인 “처음부터 돈 벌 생각이 없었어요”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저희는 애초부터 돈 벌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재밌게 해보다가 망하면 문 닫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독특한 모습의 동업 형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돼요. (2022.05.30)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는 곳. 그 목소리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곳. 이곳은 알맹상점이다. 스스로를 ‘알맹러’라 부르는 이용자들은 직접 용기를 가져오거나 상점에 비치된 다회용 용기를 활용해 알맹이만을 사간다. 단순히 소비 행위만 이루어지는 공간은 아니다. 제로웨이스트라는 삶의 방식과 만나고, 그런 삶을 지향하는 또 다른 이들을 만나고, 함께 모여 세상을 바꾸는 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거점이다. 알맹상점에 모인 이들은 글로벌 대기업 브리타를 대상으로 폐필터 수거와 재활용이 이뤄지도록 했으며(‘브리타 어택’), 화장품 업계가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에 등급 표시를 하고 공병을 회수·업사이클링하게 만들었다(‘화장품 어택’). 상점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자원회수센터’에서 지난 2년간 재활용된 자원의 양은 8,274킬로그램에 달한다.
알맹상점의 시작과 현재에는 고금숙, 이은주, 양래교가 있다. 상점의 공동대표인 이들은 망원시장에서 ‘비닐봉투 줄이기 활동’을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세 사람은 어떻게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의 문을 열게 됐을까.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을까. 상점을 운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쓰레기는 왜 모으는 걸까... 이 모든 이야기가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에 담겼다.
알맹상점이 처음 문 열었던 날을 기억하세요? 어땠나요?
양래교 :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매출이 10만 원만 나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기억으로는 그날 매출이 50만 원이 넘었던 것 같아요. ‘이게 뭔 일이지?’ 싶었고 ‘오픈빨이겠거니’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계속 많은 분들이 오시니까 ‘이게 오픈빨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한 거죠.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고금숙 : 캠페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는 힘들잖아요. 이 동네에 살지 않을 수도 있고,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여러 여건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선뜻 하지는 못했지만 같이 활동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라든지 플라스틱프리를 경험해 볼 수도 있고, 동참하는 의미도 있고, 실제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면서 소비 행위로 구현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훨씬 폭발적이었던 거죠.
이주은 :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알맹상점을 오픈할 때 코로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을 때였는데, 그러면서 쓰레기에 대한 문제나 환경 이슈가 커지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알맹상점에서는 리필도 할 수 있고 쓰레기도 걷는다고 하니까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세 분은 망원시장에서 ‘알짜(‘알맹이만 찾는 자’의 약자로, 망원시장에서 시작한 동네 모임이다)’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나셨죠?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되셨어요?
고금숙 : 이 사람들(양래교, 이주은)이 손을 들어서 사장이 된 거죠. 며칠 전에 알맹상점 인스타그램에 출간을 알리는 글을 쓰면서 옛날에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게 됐는데, 왜 이 사람들이 사장이 됐는지 알게 됐어요. 사진마다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두 명이었어요. 그래서 필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장 하고 싶은 사람?’ 하고 물었을 때, 두 분이 손을 들었다는 말씀이시죠? (웃음)
이주은 : 네. 망원시장에서 세제 리필샵을 했을 때도 가게 차리자고 이야기했던 게 저희였던 것 같아요. 계속 이걸 해야 된다고, 우리가 해야 되지 않겠냐고, 언제까지 여기서 이렇게 해야 되냐고 계속 이야기했었어요.
양래교 : 해외의 제로웨이스트샵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리필하는 곳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없는 게 너무 안타까운 거죠. ‘왜 우리는 못하지? 우리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어쨌든 우리가 작게라도 세제 소분샵을 하고 있으니까 제로웨이스트샵을 해보자고 했는데, 진짜 된 거죠.
알맹상점을 준비하면서 세우신 ‘투자 원칙’이 인상적이었어요. “상점이 망해서 사업 자금이 사라져도 인생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만 투자한다” “필요 경비는 똑같이 나누지 않고 낼 수 있는 만큼씩 낸다” “투자금에 따른 수익 배분을 하지 않고 실제 일한 노동시간에 비례하게 사장들의 임금을 책정한다”는 내용에 동의하셨다고요.
이주은 :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게 원칙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월세도 (우리가) 낼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를 제일 먼저 고민했고요. 가게를 하려면 위치가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목이 좋은 곳이라도 월세가 감당이 안 되니까, (공간을) 쉐어를 하면서 시작했죠.
양래교 :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저희가 돈을 벌자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만약에 돈을 벌자고 생각했으면 목을 생각했을 거고, 그러다 보면 욕심이 나니까 무리했을 거고, 투자금도 늘어났을 텐데, 저희는 애초부터 돈 벌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재밌게 해보다가 망하면 문 닫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독특한 모습의 동업 형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돼요.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알맹상점의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을 것 같아요.
고금숙 : 실제 비즈니스를 하면서 유통 과정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일들, 그 뒷이야기들을 하고 싶었고요. 저희가 요새 사업설명회 같은 걸 하는데 ‘우리 동네에도 알맹상점을 내고 싶다’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저희가 왜 그렇게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고 연대하는지, 저희의 신념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알맹상점은 비즈니스로 시작한 모델이 아니잖아요. 동네에서 커뮤니티로 캠페인을 하다가 비즈니스로 진화한 사례인데, 그러면서 겪은 시행착오들이 있거든요. 그런 경험을 이야기해드리고 싶었어요.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고 싶은 분들이, 사업으로 접근하든 동네의 쓰레기를 줄이는 대안 플랫폼으로 접근하든, 이 책을 보고 마음을 다지고 팁을 얻기를 바랐죠. 저희가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경험하지 않고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양래교 : 결국은 ‘누구든지 용기를 내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상점을 차리는 게 물론 쉬운 일은 아닌데, 돈이 들어가고 돈(수입)이 되게끔 운영해야 되고 책임감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누구든 환경에 관심이 있으면 작게라도 동네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캠페인도 마찬가지죠. 거창한 말이지만 서명하고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울림이 있는 거니까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거든요. 그런 메시지를 책에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브리타 어택’ ‘화장품 어택’ 등 변화를 이끌어낸 캠페인이 많았어요.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으셨을 것 같아요.
양래교 : 브리타 어택 때는 바뀔 거라는 기대는 있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서명을 해주셨기 때문에 기대가 조금 있었는데, 이렇게 확 바뀔 거라고는 생각 못 했고요. 사실 화장품 어택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기대를 안 했어요. 그때는 이미 제도(‘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과 ‘포장재 재질. 구조 등급표시 기준’ 개정안)가 행정 예고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그걸 다시 뒤엎은 거였기 때문에, 저희도 하면서 되게 놀랐어요. 그런 성취감도 있고 뿌듯함도 있고, 또 저희만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동조해서 서명해주신 거잖아요. 그 자체가 계속 해야 될 이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계속 배우면서 열심히 캠페인을 지속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이주은 : 변화가 자꾸 보여요. 기업의 변화가 보이고, 국가 정책의 변화가 보이고. 그리고 저희가 (화장품) 리필 샌드박스 규제 특례를 받으면서 시범 운영을 하게 됐잖아요. 그런 변화들이 자꾸 보이니까 저희도 신기하고 재밌어요. 캠페인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고금숙 : 저는 동료들을 얻게 됐을 때도 그런 순간인 것 같아요. 어택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그러질 수도 있는 건데, 그렇다고 해도 좋은 거예요. 그냥 같이 하는 사람들이 좋았어요. 저희가 처음부터 알았던 사람들도 아니고, 스타일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만나서 동료가 되어가고 신뢰 있는 관계가 되어가고, 신뢰 가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그래서 저는 활동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알맹상점은 망원동에 위치하고 있어요. MZ 세대가 많이 찾는 곳인데, 그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고금숙 :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문화를 자신들의 라이프 스타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MZ 세대인 것 같거든요. 환경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을 통해서 그 이슈를 풀어보고 싶어 하고, 라이프 스타일로써 민주주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세대인 것 같아요. 환경 감수성이 뛰어나서, 자신이 일상에서 직접 참여해서 바꾸는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알맹상점이 망원동에 있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분들이 저희 상점에 많이 오세요.
양래교 : MZ 세대가 환경 감수성도 높고 젠더 감수성도 높고, 또 워낙 SNS에 능숙하잖아요. 그들 한 명 한 명이 목소리가 돼서 퍼뜨려주는 것 같아요. 알맹상점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실천이 있고 이렇게 할 수도 있고 자신은 이렇게 소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세대이지 않나 싶어요.
이주은 : 저는 MZ 세대인데요. 환경에 대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세대는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시는 분들은 저를 보면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젊은 사람도 저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거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환경이라는 이슈는 나이를 불문하고 이야기할 수 있고, 직업이나 다른 어떤 것과 상관없이 다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된 사항이잖아요. 그래서 더 좋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2년 전쯤 알맹상점이 처음 문 열었을 때는 ‘제로웨이스트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았었죠. 지금은 어떤 것 같으세요?
고금숙 : 큰 산업 구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알맹상점 같은 제로웨이스트샵들이 전국에 200여 곳이 넘게 생겼어요. 작은 가게라 해도 아주 빠른 성장세죠. 그리고 이제는 제조업체에 벌크 세제나 벌크 화장품 라인이 생겼어요. 원래 없었거든요. 예전에는 ‘저희가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이에요’라고 하면 업체에서 못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알아들어요. 그 말을 하는 게 되게 쉬워졌어요.
양래교 : 심지어 저희한테 제안을 주시는 곳도 있어요. 벌크로 공급해줄 수 있다거나 쓰레기(포장)을 벗겨서 공급할 수 있다고요. 그 자체가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는 환경부 같은 정부 부처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락이 와요. 물론 그 연락으로 제도가 확 바뀐 건 없지만, 제도를 바꾸려고 저희 목소리를 듣는 자체도 되게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확산되는 데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주은 : 제도죠. 제도가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떤 제도가 빠르게 개선되면 좋을까요?
이주은 : 공산품을 예로 들면 상품 표시사항이 제일 문제예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 표시사항을 다 부착해야 되고 개인마다 안내해야 되는 건데, 예를 들어서 포크를 하나 사더라도 관련 표시사항이 다 들어가 있는 걸 나눠드려야 되는 거예요. 제일 쉬운 방법은 저렴한 비닐에 스티커 라벨을 붙이는 건데, 그러니까 포장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그리고 저희가 물건을 수입해서 올 때도 오염이라든지 뭔가 잘못 들어왔을 때를 대처하기 위해서 개별 포장을 계속 권장하더라고요. 개별 포장을 벗기기 위해서 직접 수입하고 있었던 건데 표시사항에 대한 문제들로 인해서 ‘그러면 수입할 이유가 없어지네,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게 되는 거죠.
양래교 : 그래서 제로웨이스트샵만의 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샵의 소비자들은 표시사항을 부착하는 게 필요 없다는 걸 인지하고 온 사람들이고, 운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선택권을 줘야 돼요. QR코드를 제공한다든지 사진을 찍어갈 수 있게끔 할 수 있는데, 지금 법으로는 그것조차도 안 되거든요. 소비자가 보든 안 보든 무조건 제시를 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제로웨이스트샵에 맞는 표시사항 제도가 필요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너무 복잡하게 돼 있다는 거예요. 특히 세제 같은 경우는 화학 제품이다 보니까 깨알 같은 표시사항을 다 (명시해서) 줘야 돼요. 물론 중요한 부분이죠. 화학 제품을 마시면 큰일 난다는 걸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그래서 저희는 ‘먹지 마세요’ 테이프를 붙여드려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무조건 표시사항을 적게 돼있어요.
고금숙 : 2년 전에 비해서 벌크 물건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개별 포장이 안 되고 벌크 포장된 물건은 되게 소수예요. 다 개별 포장돼 있는 물건들이 유통되기 때문에 그걸 빼달라고 하기가 되게 힘들어요.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되는 또 하나는 사람들의 위생 관념인 것 같아요. 물론 어느 정도 깨끗하게는 해야죠. 오염된 용기에 세제를 가져가면 안 되겠죠. 그런데 그걸 넘어서서 ‘남이 쓴 것은 싫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제로웨이스트뿐만 아니라 플리스틱프리라든지 모든 환경 운동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인데요. 특히 한국 사람들이 되게 위생에 각별해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외국에서는 상품에 먼지가 쌓여 있는 모습도 흔히 보는데 한국은 그런 것들을 되게 이상하게 생각하고 컴플레인도 많아요.
양래교 : 저희가 제로웨이스트샵에 B2B 공급을 하는데 샵의 사장님들도 먼지가 있다는 이유로 컴플레인을 하시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주은 : 먼지가 제일 잘 붙는 게 실리콘이거든요. 저희가 무포장으로 실리콘을 받을 때도 먼지가 있어요. 그걸 납품하면 당연히 먼지가 있죠. (납품 받는) 가게에서는 (소비자가) 세척해서 쓸 수 있게끔 설명을 해야 되는데...
양래교 : 무포장된 대나무 칫솔도 찌그려져서 반품하겠다는 연락이 와요.
이주은 : 그거에 대한 설득이 어려운 것 같아요.
양래교 : 맞아요. 위생이나 제품의 모양 같은 것들. 새 것에 대한 기대치라고 할까요.
고금숙 : 포장이나 껍데기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먼지 하나 없이 좋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과도한 청결 관념이거든요. 당연히 저희도 더러운 용기에 세제를 담아드리지 않아요. 그런데 먼지 같은 것 때문에 사용을 못 하겠다고 하시거나 ‘남이 썼던 건데 더러워서 어떻게 써?’라고 생각하실 때도 있어요. 그런 태도가 모두 항균이라든지 일회용품으로 연결되거든요. 깨끗하고 한 번도 남이 안 썼던 것, 나 혼자 쓰는 것, 쓰고 버리는 것, 그런 것들이 새 물건이고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다회용 컵을 사용하자고 할 때 많이 봉착하는 문제가 ‘남이 씻은 걸 어떻게 믿어?’라는 반응이에요. 그런 과도한 청결과 위생 관념이 다회용품 쓰는 걸 막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사회는 더 그런 것 같고요. 소비자들의 그런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유통이 알아서 바뀌는 일은 절대 없어요.
출간을 준비하시면서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이주은 : 사실 100%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싶었어요. 저희한테는 그게 제일 중요했거든요.
고금숙 : 환경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저자들이 ‘함께 책을 내려면 재생용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조건으로 내걸어야 돼요. 한국에서는 재생용지로 만든 책이나 코팅을 하지 않은 책, 띠지가 없는 책을 내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특히 환경 책을 낼 때는 저자들이 직접 길을 내야 돼요.
양래교 : FSC 인증을 받은 용지도 있지만 저희는 무조건 재생용지를 원했어요. FSC도 정말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무를 자르는 거고 자원을 쓰는 거잖아요. 그런데 재생용지는 재활용해서 만든 종이이기 때문에 나무도 살릴 수 있고 버려지는 자원을 한 번 더 쓰는 거니까요.
이주은 : 그래서 100% 재생용지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그런데 원료를 수입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고금숙 : (한국에서) 재생용지를 안 쓰니까 재생용지 시장이 엉망이에요. 그래서 다 수입제를 쓰고, 수입지니까 비싸요.
이주은 : 그리고 수급도 너무 들쭉날쭉해서 책값이 변동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재생용지로 만들 수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재생용지 사용하는 비율을 줄이게 됐어요.
고금숙 : 한국 출판 시장이 그만큼 재생용지를 안 썼다는 거예요. 생태계가 없기 때문에 좋은 질의 재생용지를 만들려는 사업도 없고, 그러니까 외국의 재생용지를 쓰고, 가격은 비싸지고, 그러니까 또 안 쓰고. 그리고 조금이라도 컬러가 잘 나오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재생용지를 안 쓰고... 계속 반복이에요. 그리고 요새는 당연히 띠지를 만들고 얇아도 하드커버로 만들어서 책값을 높이잖아요. 책 산업마저도 껍데기를 생각하는 거죠. 이런 것들에 저항하기가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양래교 : 한국에서는 100% 재생용지가 안 나와요. 새 종이와 섞지 않고는 안 나오는 거예요. 종이를 모으는 재활용 체계가 제대로 안 돼 있어서 종이들이 다 섞이거든요. 수입지는 100% 재생용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탄소발자국을 쓰는 거고, 비싸기도 하고, 수급의 문제도 있고, 그래서 한국에서 나오는 재생용지로 책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100% 재생용지만으로 종이가 만들어지지 않고 재생용지와 새 펄프를 섞는 거예요. 그래야 컬러가 제대로 구현되는 얇은 느낌의 재생용지가 나오는 거죠. 그래서 한국에는 100% 재생용지 산업이 없어요. 다 수입지예요. 출판계가 갈 길이 멀어요.
양래교 : 결국 제도, 기업, 개인이 맞물려 있는 거죠. 개인들이 그런 책을 찾으니까 출판사들은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거고, 제도가 마련이 안 돼 있으니까 더 그런 거죠. 결국은 누구 하나의 책임이라고 말하기 되게 어려운 일이고, 모두 같이 노력해야 되는 거죠. 예를 들면 소비자들은 재생용지를 조금 더 찾고, 띠지 없는 책을 더 찾고, 왜 띠지가 있냐고 출판사에 이야기할 수 있어야 되고요. 출판사는 그런 걸 수용해서 바뀔 수도 있어야 되죠. 그런데 기업이 가장 잘 바뀔 수 있는 건 제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도가 잘 만들어지면 기업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더라고요. 이번에 유색 페트병 사용이 금지된 것을 봐도 그렇고요. 그래서 제도, 기업, 개인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알맹상점에서는 어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나요?
양래교 : 종이팩 이야기를 하자면, 잘 거둬들인다고 될 게 아니라 제도를 단순화시켜야 재활용이 잘 되는 구조가 되겠더라고요. 종이팩 재활용이 잘 돼야 하는 이유는 정말 많은 나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재활용이 잘 되면 나무를 살릴 수 있고 많은 자원을 아낄 수도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모르시고 또 제대로 배출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시민 분들한테 종이팩의 가치를 알리고 제대로 배출할 의무가 있다는 걸 알리려고 하고요. 제대로 배출됐을 때 기업들도 결국 수익을 가져가잖아요. 그런데 책임을 다 안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EPR제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그게 점점 낮아지고 있고요. 그걸 올릴 수 있게끔 기업들이 나서야 돼요.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하나의 통일된 정보로 거둬들일 필요가 있고, 누락되는 게 굉장히 많다는 게 문제예요. 그런 이유들로 종이팩 어택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우유 급식을 하니까 아이들의 교육이 되게 중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교육안을 만들어서 무료 공개를 했어요. 전국의 초중고 모든 선생님들이 자료를 마음껏 활용하셔서 교육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알맹상점 인스타그램에 오시면 링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명도 받고 있는데요. 책에 실린 QR코드를 통해서 서명하실 수도 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와 관련된 서명운동도 시작됐죠?
양래교 :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19년 시민들의 요구로 다시 부활하게 되었는데요.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제대로 제도를 준비 못한 탓에 지금 모든 불만이 터져 나왔어요.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가 쏙 빠지면서 가맹업주에게 모든 것을 떠넘긴 상황으로 인해 점주들의 불만은 터졌고, 결국 6월10일 시행되기로 한 보증금제가 6개월 유예 되었습니다. 제도 시행을 위해 환경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프랜차이즈 본사와 300여 차례 넘는 회의를 진행했지만 실제로 손님을 접하는 매장 점주들께는 정보전달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가맹주 분들은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라벨비용과 레벨을 붙이는 작업, 컵 보관 등 여러 가지 사안을 떠안게 된 거예요. 많은 소비자 분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고개를 갸웃하세요. 가맹업주 분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거든요. 저희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하지만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제도는 다른 나라도 주목할 만한 플라스틱 줄이기에 획기적으로 좋은 방법 중 하나예요. (저희는) 플라스틱 줄이기 문화를 만들고자 6월10일 컵가디언즈 기자회견과 어택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프랜차이즈 본사와 환경부에 촉구하는 서명도 받고 있어요. 6일 만에 4천명이 넘는 분들이 서명하셨고, 만 명을 목표로 계속 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고금숙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알맹상점 공동대표. 망원동을 어슬렁거리며 쓰레기를 덕질하는 '호모 쓰레기쿠스'. 대학에서 여성주의 교지를 만들면서 에코페미니즘을 접하고 일상을 ‘다르게 살기 위해’ 환경단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10년 동안 여성환경연대에서 유해물질과 건강을 다루며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생리대 유해물질 이슈화, 화장품 미세플라스틱 사용금지 등을 이뤘다. 지금은 조직과 개인 사이, 활동가와 덕후 사이, 임금과 무임금 노동 사이에서 절반은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에서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저 좋아서 ‘알맹@망원시장’과 온라인커뮤니티 ‘쓰레기덕질’ 활동을 한다. 개인들이 느슨한 연결망으로 이어져 세상을 휘청이게 하는 활동이 좋다. 도시와 생태의 공존을 실험한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썼다. *이주은 (은) 알맹상점 공동 대표. ‘욜로족’으로 살다 어느새 기후 위기와 쓰레기 문제에 빠져들었다. 나와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시장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고 같이 외치던 정 많고 따뜻한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있다. 배우자와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쓰레기다이어트’ 오픈 채팅방을 운영한다. *양래교 (래교) 남매를 키우는 주부, 제로웨이스트 유튜버, 알맹상점 대표이다. 쓰레기 문제와 알맹상점 사업 앞에서는 불도저로 변신한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제로웨이스트 유튜브 채널 <친절한 래교>를 운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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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숙>,<이주은>,<양래교> 공저14,400원(10% + 5%)
“플라스틱 용기 NO! 조금 번거로워도 괜찮아.” 한국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알맹이만 파는 가게, ‘알맹상점’ 세 명의 공동 대표가 쓴 첫 책이 출간되었다. 동네 시장의 비닐봉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싶어 모인 ‘쓰레기 덕후’들이 어쩌다 사장이 되기까지의 고군분투기, 쓰레기를 하나라..
<고금숙>,<이주은>,<양래교> 공저11,200원(0% + 5%)
“나의 소비가 우리의 삶을 돌볼 수 있다면”단단한 작은 마음들이 만들어낸 그린 소비 생태계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일회용 컵을 거부하며 텀블러를 들고 다녀도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는 한숨이 난다. 깨끗한 음식 포장 용기, 아직도 새것 같은 빈 화장품 용기, 리필을 구매해도 비닐이 나오는 주방세제 용기… 분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