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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가 엄마의 치매를 돌보며 그린 그래픽노블

『엄마, 가라앉지 마』 나이젤 베인스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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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라앉지 마』(원제 『Afloat』)는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북디자이너인 나이젤 베인스가 치매를 앓는,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에 대해 쓰고 그린 책이다. (2022.05.27)

나이젤 베인스 저자

어떤 이별은 온 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감정은 매우 복잡하고 격렬해진다. 그때의 울음은 기억을 털어내는 몸짓이다. 특별한 일은 돌연 사소해지고 평범한 일이 기억의 중심부를 차지한다. 그것들이 눈처럼 슬픔 위에 내려앉을 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도 조금은 가라앉는다. 차 한잔을 마시며 상실과 마주하기. 우리는 그런 것을 이야기라고 부른다.

『엄마, 가라앉지 마』(원제 『Afloat』)는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북디자이너인 나이젤 베인스가 치매를 앓는,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에 대해 쓰고 그린 책이다. 여든 살이 넘은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2년 동안의 돌봄과 버팀, 회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나이젤 베인스이고, 『엄마, 가라앉지 마』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봤던 2년에 대한 회고를 쓰고 그린 그래픽노블입니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저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2017년 대학원 석사과정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제출한 작품을 바탕으로 쓰였어요. 이제 와 돌이켜보면 제가 이 이야기를 찾은 게 아니라 이 이야기가 저를 찾아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모쪼록 독자 여러분께도 그것이 조금이나마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엄마, 가라앉지 마』가 작가님의 이름으로 낸 첫 독립출판물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이 책을 출간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원서와 한국어판의 제목이 다른데 두 제목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제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어 정말 기뻐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국가에서 출간된 여러 책에 삽화를 그렸고, 한국에서 출간된 책들도 제 서재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쓰고 그린 온전한 저의 첫 책이 한국이라는 다른 문화와 무대에 소개된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원서에 ‘AFLOAT(‘물에 뜬’이라는 뜻)’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을 때 음식도 물도 없이 438일 동안 바다를 표류한 중앙아메리카 선원의 실화를 담은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놀라운 이야기가 저와 엄마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서 저는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큰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에 누워 있는 제 모습을 그려보면서 자연스레 ‘AFLOAT’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어판 제목 ‘엄마 가라앉지 마’, 너무 마음에 듭니다. 뭔가 더 시적인 느낌이 들어서 원서 제목도 이것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의 삽화는 작가님의 경험을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거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컷이 있나요?

이전에도 이 책에서 특별히 의미가 있거나 그리기 좋았던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있긴 한데 사소한 장면이에요. 아버지와 제가 대화를 나누는 아주아주 작은 컷인데요, 축구 경기를 보고 돌아오던 비 오는 날 밤의 고속도로, 차 안에서 나눈 몇 마디가 포함돼 있습니다. 평소 무뚝뚝했던 아버지가 뭔가를 말씀하셨고 그 말의 이면에는 넓고 깊게 흐르는 의미의 강이 있었어요. 저는 이 일을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할 정도로 생각에 사로잡혀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엄마, 가라앉지 마』를 쓰는 첫걸음으로 이어졌고, 책으로도 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장면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상실감과 버팀, 회복에 관한 사유가 매력적입니다. 이 책에는 유머와 슬픔이 부드럽게 어우러져 있는데요, 아주 담담하면서 세련된 이야기 방식인 것 같아요. 문학적이면서 철학적인 작가님의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혹시 집필중인 원고나 다뤄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자라면서 집에 ‘책’이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재미있는 말과 그림이 함께 실려 있는 만화를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지요. 읽기도 쉬운 그 모든 것들이 저를 키우고 가르치고 점점 성장하게 했고요. 저는 어렸을 때 앉아서 뭔가 무한정 상상하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예컨대 ‘의자가 무엇인가? 의자를 의자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식이었죠. 저는 항상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인데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조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선과 악,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이러한 것들은 그래픽노블에서 이야기하는 방식과 깊이 닿아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다른 작업이 있는지 질문하셨는데요, 내년(2023년) 1월에 하셰트출판사에서 꽤 큰 판형의 어린이를 위한 그래픽노블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다시금 상실이라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낸 이야기인데, 그 안에는 많은 모험이 있습니다. 성인을 위한 책으로는 우울감이나 고립감, 상실감 등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지금 약간 미쳐 있고 디지털을 통해서라도 서로 연결되어야 할 많은 이유가 있죠. 사람들이 오늘날처럼 깊이 고립되거나 불확실함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그래픽노블에서 다뤄보고 싶습니다.


ⓒ 헤르츠티어 

이 책은 작가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기 어렵거나 망설여졌던 적이 있나요?

비슷한 질문을 예전에도 받은 적이 있는데 전혀 없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저는 내성적인 아이였지만, 그럼에도 항상 끼가 있었고 나중에는 스탠드업 코미디도 꽤 했습니다. 딱딱한 표정의 관중을 앞에 두고 무대에 올라 웃기려 할 때 오히려 자신을 더 드러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제 이야기를 하는 데에 거리낌을 느끼진 않습니다. 한번 해보고 나면 뭐든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의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지요?

모두에게요. 먼저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 친척 또는 친구를 바라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일 거예요. 영국의 문화는 한국과 매우 다르고 어떤 대상을 대하는 방식 또한 다르지만, 인류는 전 세계를 가로질러 모두 같은 것을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고통, 상실, 슬픔, 행복, 기쁨은 모두 보편적인 것들이니까요. 그렇기에 인간 조건의 어떤 측면이나 상실과 슬픔 등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 그런 것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어쩌면 1970년대 영국에서 유년기를 보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궁금해할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께 마지막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여행을 많이 다녔고, 몇 년 전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좋았는데요, 특히 서울과 지리산국립공원, 목포 주변의 섬들이 좋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들의 따뜻함과 친절함이었고요.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에 힘써준 분들을 통해서 다시 한번 그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일 텐데요, 1970년대 영국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것과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 자란다는 것은 많이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은 저마다의 사람들이 서로 같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에 걸친 너무나 끔찍한 일들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같은 갈망, 경험, 기쁨,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 작은 행성에서 모두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한국 독자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나이젤 베인스(Nigel Baines)

1962년 영국 링컨셔주 그랜섬에서 태어나 철도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어머니 밑에서 노동자 계층의 삶을 경험했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첫 출판사에서 시집에 삽화를 그렸던 걸 시작으로 하셰트, 랜덤하우스, 블룸스버리 등에서 수십 권의 어린이책을 디자인하고 삽화를 그렸다. 2005년과 2010년 BBC 주관 블루 피터 최고의 논픽션상을 2회 수상했고, 2017년 영국 독립출판 서점인상,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후보에 올랐다. 현재 런던 외곽에 거주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엄마, 가라앉지 마
엄마, 가라앉지 마
나이젤 베인스 글그림 | 황유원 역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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