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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현 작가의 신작 산문집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여태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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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은 태생적으로 세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한 사람이, 사랑을 통해 생을 배우고 자신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써내려간 기록이다. (2022.05.27)

여태현 작가 

그간의 작품을 통해 삶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아름답게 그려왔던 여태현 작가가 사랑에 관한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은 태생적으로 세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한 사람이, 사랑을 통해 생을 배우고 자신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써내려간 기록이다. 이 책에는 때로는 한 편의 시 같고 때로는 한 편의 소설 같은 60여 편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약 1년 반 만에 신간이 나왔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생의 과도기를 맞아 부지런히 흔들리며 지냈습니다. 제 생을 관통하는 여러 명제들(특히 사랑) 앞에서 의연하기 위해, 그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 여러분께 선보이는 이번 산문집은 결과물이라기보단 생을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꽤 오랜 시간 사랑의 정체에 관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생을 가장 보잘것없는 것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가, 금세 다시 찬란하게 만드는 거. 사랑이 생에 작용하는 방식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된다면, 사는 게 조금 더 괜찮아질 것도 같았습니다. 

이번 책은 그렇게 ‘사랑을 탐구한 과정’을 기록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원고를 탈고하실 때쯤엔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결론 내리게 되셨나요?

원고를 가지런히 정리해서 출판사에 넘길 무렵, 저는 이별의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습니다. 마침표를 찍기 직전에 헤어지는 바람에, 제목을 어떤 식으로 지어야 할지를 두고 좀 오래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사실은 ‘사랑’과 ‘구원’이라는 단어를 잘 엮어서 기가 막힌 문장을 적어내고 싶었습니다. 그 무렵의 저는 사랑을 구원이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퇴고를 하는 동안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 앞부분엔 이별하고 괴로운 이야기가, 뒷부분엔 사랑해서 죽겠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 결국 헤어지는 바람에 어딜 읽어도 괴로운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사랑해서 죽겠다는 글을 읽는 쪽이 훨씬 괴롭습니다.) 그러다 퇴고하는 동안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내게 사랑이란 어차피, 결국엔 계절처럼 때 되면 지고, 다시 피는 거였구나.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뒤에는 문맥상 아마 ‘결국.’ 같은 글자가 생략되어 있을 겁니다. 생략된 글자를 모두 펼치면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결국….’ 제가 의도한 건 여기까지였지만, 디자이너분께서 슬쩍 해석을 더하셨습니다. 마지막 줄의 ‘하지만’에다 밑줄을 살며시 그어놓으신 겁니다. 그리하여 다시 해석하자면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결국… 하지만’이 되어버립니다. 어째선지 의도치 않게 무언가를 바라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사랑이란 결국 그런 게 아닌가, 요즘엔 생각합니다. 매번 실망하고 체념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적인 어떤 흐름에 의해 결국 그렇게 되어버리는 거. 마지막으로 속는 셈 치자, 눈 딱 감고 순응하게 되는 거. 예상치 못한 순간 돌연 맞닥뜨리게 되는 거. 사랑처럼 불가항력에 가까운 말이 또 있을까요?



벌써 여섯 권의 책을 내셨는데요. 예전 책들과 비교해 이번 책을 쓸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사랑’ 안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충만한 감정들을 보다 다양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예전 책들은 보통 사랑이 끝난 뒤에 지난 사랑을 복기하면서 적었다면, 이번 책은 한참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적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감정이란 게 아무리 찬란해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간 무뎌지기 마련이라, 빛이 바래기 전에 최대한 붙잡아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에서 특별히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방금 책을 한번 쭉 훑어보고 온 참입니다. 이번에 가장 눈에 밟힌 건 「밤 편지」나 「숨길 수 없는 것」이었네요. 그날의 분위기가 너무 생생하게 녹아 있는 바람에 그런 것 같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몇 번이고 중얼거리던 애인과 어째서인지 “호랑이”를 “사랑해”로 잘못 들은 나.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평소 글의 소재는 경험에서 찾는지, 상상하는 부분이 많으신지 궁금해요.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혹은 “글의 소재는 어디서 얻으세요?”일 겁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 보통은 본인의 경험과 주변 사람을 통해 많은 소재를 찾게 됩니다. 그렇게 이번 생에 겪은 모든 것들을 퍼다 쓰고 나면, 그다음엔 바다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바다로 떠나는 사람이 됩니다.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그렇게 쓰다가 더 이상 쓸 게 없다 싶은 순간에 직면하면, 비로소 시나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지금의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물론 새로운 경험과 매일의 삶도 계속해서 좋은 소재가 됩니다.) 그런 지경에 다다르면, 글의 소재를 ‘어디서’ 얻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모든 것에서 소재를 건져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상태일 때’ 가장 잘 낚아챌 수 있는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해집니다. 그런 상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도요.



오랜만에 책을 내셨는데 독자와의 만남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일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계속해서 사랑과 생에 관해 탐구하고 있고, 여러모로 알게 된 사랑의 형질을 다양한 형태로 남기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역시 소설입니다. 일 년 반 정도 붙들고 앉아서 ‘사랑’이라는 지난한 난제를 세심하게 깎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깎아낸 조각들을 단편적으로 단정히 다듬은 게 이번 산문집이고요. 산문집의 작은 조각들을 통해, 앞으로 완성될 소설의 모습을 유추해보시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니 독자분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하다보면, 또 서로가 알지 못하는 사랑의 일면을 돌연 깨닫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6월 중에 자리를 마련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출판사 채널을 통해 공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 책을 사랑하는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글은 혼자서도 계속 쓸 수 있지만, 그 글들이 묶여 하나의 책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필요합니다. 제 글이 어디선가 읽히고 있다는 확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실감들이 저를 계속 쓰게 합니다.



*여태현

예민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삶의 틈새를 아낀다. 그 허술한 틈새로부터 흘러나오는 쓸쓸하고 외로운 이야기를 받아 적는다. 소외된 글자를 대변하고 싶다. 쓴 책으로 『인어』, 『우주의 방』,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다정함의 형태』, 『그리운 누군가가 근처에 산다』 가 있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여태현 저
마음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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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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