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용기 손쉬운 세척법을 아시나요?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살림스케치(김향숙) 저자 인터뷰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비싸고 거창한 물건 구입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집 안의 방치된 물건의 쓸모를 찾아 새롭게 활용한다는 마음으로 동참하면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2022.05.23)
평범한 주부였던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저자는 일상에서 실천하던 제로 웨이스트 살림법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 살림법이라고 해서 무언가 특별한 게 아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모습부터,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것들을 새롭게 활용하는 법 등 아주 사소하고 간단하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하는 일들이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고, 서로의 제로웨이스트 노하우를 나누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쉽고 간편한 생활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을 공유하고 있는 ‘살림스케치’ 김향숙 저자와 서면으로 만났다.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이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어떻게 이런 소재로 책을 쓰게 되었나요?
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청정 지역 시골에 산처럼 쌓여 방치된 모습을 보면서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 있겠구나!’ 하고 추측하면 그 지역 주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다른 나라 대자연에 나뒹굴며 민폐를 끼치는 장면을 보고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에 뒤섞여있으리란 생각에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때 이후로 살림하며 최대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랬더니 덩달아 소비도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쓰레기 발생을 ‘제로’로 만들 순 없었지만, 최소한으로 줄일 순 있었어요. 이 과정을 유튜브로 올렸더니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더 궁금해하셨어요. 그래서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다년간의 살림 경험과 팁을 책을 통해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쓰레기를 줄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시작이 어려운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유튜브에서 ‘배달 용기 손쉬운 세척법’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이 내용과 또 이런 간편한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을 조금만 소개해주세요.
처음에는 ‘빨개진 컵라면 용기 세척하는 법’을 먼저 올렸어요. 재활용을 위해 설거지하는데 빨간 물이 도무지 빠지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엄마, 힘들게 씻지 말고 햇볕에 툭 던져 놔”라며 딸이 해법을 알려줬죠. 반신반의하며 해가 드는 베란다 창가에 툭 던져 놨습니다. 이틀 뒤 청소하다 그 용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빨개진 컵라면 용기가 하얗게 변해 있었던 겁니다. 고추의 붉은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가 공기 중의 산소와 광선에 산화돼 색이 사라진 거예요.
햇빛에 말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음식을 먹은 후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 용기에 베이킹소다 한 스푼 넣고 뜨겁거나 미지근한 물을 넣어 흔들면 깨끗이 세척됩니다. 주방세제보다 효과적이며 거품이 없어 헹굼도 간단합니다. 깨끗이 세척 후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또 햄버거 종이봉투는 양파, 마늘, 감자 등 식재료 수납함으로 훌륭합니다. 일회용 비닐과 지퍼백 대신 버려지는 햄버거 종이봉투로 다용도실이나 냉장고 안의 수납함으로 활용해 보세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유 팩은 깨끗이 씻어 대파, 고추, 생선 등을 보관해 보세요. 일회용 랩과 비닐 사용 줄일 수 있고,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됩니다.
‘탄소 발자국 줄이기’라고 하면 뭔가 어려운 환경 운동 같은데, 실내 온도를 1도 낮추는 것만으로도 실천이 가능하다면서요?
지난 겨울 집에서 실험을 해봤어요. 실내 온도를 2도 낮췄더니 한겨울 난방비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평소에는 19~20도, 한파주의보가 있는 날엔 21도에 맞춰 생활했더니 10~15만 원 나오던 난방비가 5만 원대로 대폭 줄었습니다.
처음에는 실내 온도를 낮추면 난방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궁금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온도를 낮춰보니 실내 건조함이 적어 가습기 가동하는 횟수가 줄었고, 안팎의 온도 차에 의해 생기는 결로가 줄었으며, 피부가 건조하면 듬뿍 바르게 되는 화장품 사용양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실내 온도 2도만 낮췄을 뿐인데 다방면에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 대신 신선한 채소를 먹어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로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해요. 가정에서 탄소 발자국 줄이는 쉽고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책에서 안 쓰는 물건의 새로운 쓰임을 찾아주는 것이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라고 소개했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집 안에 쌓여 있는 많은 물건을 몽땅 버리는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쓰레기 대란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많은 물건을 버리면 쓰레기가 더 많이 쌓이겠구나! 버림이 우선이 되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있는 물건 활용으로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도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응용하면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횟수가 줄어 자연스럽게 집 안에서 물건 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원한 물건은 없으니까요.
제로웨이스트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살림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초반에 의욕을 불태우면 실천할수록 힘이 들어 중도 포기하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실천하려고 애쓰지 말고, 하나씩 경험하고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물티슈 없이 살아보기, 일회용 비닐장갑 없이 요리해보기, 대형마트 대신 동네 시장에서 장보기와 같이 미션을 하나씩 만들어 생활의 변화를 느껴보는 겁니다. 미션을 성공했을 때 쓰레기와 소비가 줄어드는 경험은 성취감을 높여줍니다. 이렇게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워 조금씩 경험하면 어느 순간 탄력이 붙어 실천 의지가 강해지는 날이 옵니다. 그때부터는 의식하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소개해주세요.
생각보다 정부의 공식적인 채널에서 유용한 정보를 쉽게 잘 알려줘요. 저는 다음과 같은 채널에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 :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플라스틱 사용의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외 가정에서 쓰레기를 배출할 때마다 생기는 다양한 궁금증을 보고 들을 수 있어요. 쓰레기 박사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원리가 이해돼 쓰레기 분리배출이 어렵지 않습니다.
▶ 환경부 홈페이지 :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탄소 중립 문화 정착을 위해 발간한 생활 실천 안내서가 가정 편, 기업 편, 학교 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PDF 파일을 다운받아 마인드 리셋 개념서처럼 가까이 두고 활용하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수도권매립지공사 홈페이지 :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내가 버린 쓰레기의 발자국을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쓰레기 처리 과정 및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위치 및 주요 업무를 VR로 시청할 수 있어요.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이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가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동참해야 할까요?
외출할 때 부피가 적은 장바구니, 물병, 손수건만 챙겨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처음엔 번거롭지만 익숙해지면 휴대폰과 지갑처럼 꼭 챙겨야 할 품목이 된답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집 안의 물건을 정리하고, 식재료를 정리할 때 플라스틱 정리함을 사야 한다는 당연함을 잠시 내려놓고, 버려지는 상자나 봉투의 쓸모를 한 번만 떠올려보세요. 버리면 쓰레기, 잘 활용하면 보물이 됩니다. 그러면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집 안에서 잠자는 물건의 쓸모를 찾는 건 살림 응용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비싸고 거창한 물건 구입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집 안의 방치된 물건의 쓸모를 찾아 새롭게 활용한다는 마음으로 동참하면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찾는 재미와 스스로에 대한 기특함은 덤이지요.
*살림스케치(김향숙) 구독자 17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살림스케치’ 운영자. 평소 살림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실생활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소박하고 심플한 집 꾸미기에 흥미가 가던 찰나, 우연히 집 안에 쌓여 있는 수많은 물건을 몽땅 버리는 영상을 보게 됐다. 쓰레기 대란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살림을 하며 버림이 우선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닌, 있는 물건의 활용으로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살림을 실천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고, ‘빨개진 컵라면 용기 손 안 대고 지우는 방법’ 영상이 큰 주목을 받으며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계속해서 자신의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을 공유하고 구독자들의 노하우를 얻기도 하며 서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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