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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아나운서, 세상 모든 청춘에 다정하게 건네는 찬사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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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가 할머니가 됐을 때 꿈이 미국처럼 ‘전기 전문 작가’가 되는 거예요. 추앙만 하는 위인전이 아니라 한 인물의 명암을 모두 다루는 전기요. 그래서 꼭 유튜브에서 인터뷰 컨텐츠를 다뤄보고 싶습니다.(2022.05.18)

조수빈 저자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는 제목 그대로 폭발하는 청춘의 멋짐, 그리고 그 멋짐을 알지는 못하는 젊음의 이야기다. 그 멋짐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역시 젊음의 멋짐 포인트겠지만. 

이 책으로 처음 독자들을 만나는 아나운서 조수빈. KBS 9시 뉴스 앵커였고 지금은 채널A 주말 메인뉴스 단독 앵커로 유튜브 <조수빈TV>도 운영 중인, 이제는 방송계의 베테랑인데. 언뜻 사소한 내용을 다루는 듯하면서도 깊이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가장 뚜렷한 매력은 솔직함이다. 아니, 쭈볏거리는 수더분함이라고 해야 할까? 청춘이 저지르는 일들, 그 어설픔과 맹목성을 부끄럽게 인정하면서도, 그것들이 자신의 가장 큰 힘이었다며 독자들까지 살며시 포옹해준다. 감각적이며 위트 있는 이야기들에, 후배들에게 건네는 커리어, 인생 조언들도 깨알 같다고나 할까.

서울대 졸업에,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수상 경력까지 ‘엄친딸’로 통하는 그녀를 서면으로 만났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제목이 참 인상적인데요. ‘청춘에게 주기 아까운 청춘’에 대한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실은 이 원고를 처음 시작한 것은 10년 전입니다. 당시에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칼럼을 내고 있었고 많은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받았어요. 하지만 갑작스레 만난 신랑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진행을 시키지 못했고, 원고도 기억 속에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마법처럼 컴퓨터 하드 구석에서 잠든, 못다 쓴 원고를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시일이 많이 흘러서 요즘 통할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진 여성 방송인으로서, 아이 둘 엄마로서 살아가던 제가 청춘의 기록을 다시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생각했어요.

너무 지나간 이야기를 타이밍에 맞추어 수정하고 일과 사랑, 인생의 균형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큰 욕심 없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내가 20, 30대였을 때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구나 하고 돌아보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의미 있었습니다.

앵커, 하면 왠지 반듯하고 모범적인 삶을 상상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작가님 책의 의외의 일탈이나 엉뚱한 면들이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 개인적으로 지금 생각하면 낯간지럽지만 이건 꼭 해봐서 후회가 없었다! 라고 생각하는 걸 하나만 꼽으면?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에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쁜 짓 빼고 다 해봐라! 하고 싶어요. 연애도 많이 하고요. 경험과 사랑만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없는데 겁내다가 우리는 아까운 청춘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요. 저야 대체로 재미없는 범생이 삶을 살긴 했습니다만, 책에 소개된 것처럼 대학생이 되어 친한 언니들과 무모한 여행을 감행해 봤던 것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좀 힘들었던 여행들이 세월이 흘러도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책 속에 남자한테 차여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나는데요. 사실 크게 연애했던 것도 아닌데 한참을 방 밖에 못 나오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었는데 너무 너무 창피해요.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창피한 짓도 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지금이라면 더 성숙하게 대처했겠지만, 그 힘들었던 기억조차 한번 해봤으니까 후회가 없네요. 사람이 살면서 사랑 때문에 설레 보고 사랑 때문에 아파보며 어른이 돼 가는 것 같아요.

방송인으로서 많은 분을 만나보셨을 테고, 책에도 방송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분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방송이 끝나고도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지요. 이런 사람을 만날 때 좋다. 그런 분이 있으신지요.

제 책에는 코로나 초기에 대구 경산에서 아버지 대신 마스크 줄을 서려다 사망한 정유엽 군 유족 이야기가 나와요. 유명한 사람도 만나고 하지만 왠지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책에는 다루지 못했지만 한강에서 실종됐던 아들을 애타게 찾던, 손정민 군 아버지, 또 저와 몇 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천안함 전준영 생존 장병, 아이를 키우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의 슬픔이 간혹 일상 속에서도 떠오르곤 해요. 

뉴스를 오래 진행하다 보니 가장 송구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어떤 사건이 이슈가 되면 모든 매체가 집중하지만 또 어느 시점이 되면 관심이 식어버려요. 늘 새로운 것을 다루는 뉴스의 숙명이고, 그것이 세상사이기도 하지요. 다루고 싶어도 다룰 수 없는 주제가 되는 거죠. 진행되는 것이 없으니까요. 소중한 것을 잃은 분들의 아픔만큼은 가끔씩 생각이 나 가슴이 저릿할 때가 많습니다.

‘가지튀김’이라는 글이 유독 마음 한편에 남습니다. 담담하게 쓰셨는데도 임신과 출산, 육아의 어려움이 무척 절절하게 다가왔어요. 슬픔 속에서 잠깐의 빛으로 등장하는 가지튀김이 그래서 더 맛있어 보였던 게 아니었을지 싶은데요. 궁금합니다. 그 가지튀김 집은 어디에 있는지?

가지튀김 집은 여의도 KBS 본관 바로 앞 생선구이집에 있습니다. 생선구이 집은 딱 하나입니다. 아주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기보다는 임신을 해서 움직임이나 섭식에 제한이 많았던 시절이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갑자기 이 질문을 받으니까 또 가지튀김을 먹고 싶어지네요.



바깥에서 보는 방송사 라이프. 참 화려해 보이고, 일반인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데요. 아나운서가 보는 아나운서 생활, 어떠신지요.

신입으로 뽑히고는 재능이 많지 않아 그런지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현역으로 이제 20년 가까이 뛰면서 참 감사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공중파 방송이 전성기이던 시절 입사해 빛나는 시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다른 커리어를 가졌다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며 살 수 있었을까 싶어요. 힘든 날도 많았지만, 아나운서는 여전히 멋진 직업입니다. 요새는 유튜버나 연예인들이 빠르게 영역을 대체하고 있지만, ‘방송인’이라는 것 자체가 축복받은 직업이에요. 외적이나 내적이나 본인을 계발하는 것이 업이니까요. 시청자들에게 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나를 관리하고 늘 세상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여전히 청춘 같은 마음으로 살고요. 왠지 할머니가 됐을 때도 젊은 마음가짐으로 살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 선언 후 유튜브 채널을 여셨어요. 지금 이 책도 그렇지만, 유튜브 채널에서도 다채로운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 계신데요. 개인적으로 또는 방송인으로서 앞으로 특히 다루어보고 싶은 테마, 하나만 꼽으면 무엇일까요?

제 채널은 다루는 주제가 다양해요. 제가 유튜브가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가다가 관심가는 분야가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약간은 취미처럼? 영상을 제작합니다. 요즘은 제가 이사와 인테리어를 앞두고 있어서 관련된 컨텐츠를 많이 제작하는데요. 사실 제 성격 자체가 어린 시절부터 뭐 하나 결정할 일이 있으면 파고들어 공부하는 캐릭터예요. 차를 바꿔야 되면 차를 공부하고 집을 사야 하면 부동산 책을 섭렵하고, 마음이 아플 때는 온갖 심리학 책을 읽는 식으로요, 앞으로도 이런 제 성격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살아가다가 인생 고비에서 생기게 되는 호기심을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서 풀어나갈 거예요. 

아쉬운 건 사실 유튜브도 기획과 제작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요. 지식채널로 더 키우고 싶은데 제가 다른 일과 병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아요. 지금은 7만 구독자를 향해 가는데요. 꿈이 있다면 올해 실버버튼을 따고 싶어요. 그리고 어느 시점, 그러니까 전문진행자로서 방송을 더 하기 어려워지는 연령이 되거나 아이들을 좀 키워서 여유가 생기면 유튜브를 그때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혹시 아나요, 제가 70대가 되어서 밀라논나처럼 멋진 실버 유튜버가 될지. 아마 제가 유튜브를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한테 선택받는 방송만 해야 하니까 지금처럼 세상만사에 호기심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청춘인 여러분, 꼭 자기 채널을 하나 정도는 해보세요. 정말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예요

아 참! 질문이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컨텐츠였죠? 8월에 인테리어를 마무리하면 그땐 또 새로운 공부거리를 찾을 거 같은데요. 사람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그 역시 지금은 섭외에 힘을 쏟을 여력이 안 돼 미루고 있지만요. 특히 제가 할머니가 됐을 때 꿈이 미국처럼 ‘전기 전문 작가’가 되는 거예요. 추앙만 하는 위인전이 아니라 한 인물의 명암을 모두 다루는 전기요. 그래서 꼭 유튜브에서 인터뷰 컨텐츠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도경완 아나운서 추천사 중에 ‘아직까지 청춘인 내가 추천하는 책’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작가님 본인이 생각하는 청춘의 조건이 있다면?

뻔한 대답이지만 꿈이 있다면 청춘 아닐까요? 그것이 크든 작든요. 꿈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눈빛이 반짝이더라고요. 저는 앞으로 좋은 엄마나 방송인처럼 세상이 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거지만, 더 나이 들어 전기 작가가 되고 싶고 할머니 유튜버가 되고 싶으니까 아직도 세상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다룰 소재들이 무궁무진하거든요. 반대로 나이가 어려도 꿈이 없다면 불행할 것 같아요. 제 책이 대단한 주제를 다루고 있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소박한 꿈이라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요새 젊은이들 스펙 쌓느라, 취업 준비하랴, 늘 쫓기고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요.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생 선배로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는 방법은…. 제 책에 나옵니다. 하하. 요즘은 스펙 인플레 시대라 저라도 요새 태어났으면 이만큼 살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저도 지금 쫓기고 심리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요. 꼭 하고 싶은 말은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뭐 한 가지에 너무 자신을 올인하진 말라는 거예요. 제가 사회인으로서도 조금 부족하고 가정에서도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인생은 조금씩 부족한 것들이 어우러져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제가 일만 했거나 아니면 가정을 위해 일을 아예 포기했거나 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회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공적 사적인 영역 외면과 내면의 균형, 내가 진짜 편안한 순간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찾아나간다면 청춘 끝에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조수빈

▶ 서울대 언어학 경제학 졸, 한양대언론정보대학원 석사
▶ 월드미스유티버시티 한국대회 3위
▶ KBS아나운서 : 9시뉴스, 글로벌정보쇼 세계인,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TV미술관
▶ 현재 채널A메인뉴스 주말 단독앵커, 다양한 강연과 행사에서 대중을 만나는 중
▶ <조수빈TV> 운영 중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저
파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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