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클래식] 에우리피데스 「알케스티스」
<인문학 클래식> 4회
에우리피데스의 대표작을 담은 『메데이아』에는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파이드라」,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다섯 작품이 있습니다. (2022.05.17)
<인문학 클래식>은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분야 고전 중 필독서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민음사의 노하우로 엄선한 고전들을 사전 연재로 만나 보세요. |
에우리피데스의 대표작을 담은 『메데이아』에는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파이드라」,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다섯 작품이 있습니다. 고대 비극 경연 대회에서는 보통 한 작가가 네 작품을 동시에 출품했는데, 세 편은 비극이고 나머지 한 편은 사튀로스 무리가 코로스로 등장하는 ‘사튀로스극’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에우리피데스가 ‘사튀로스극’ 대신에 출품한 「알케스티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아드메토스는 일찍 죽는다는 신탁을 받았는데, 자신을 대신하여 죽을 사람을 찾아 부모님께 간청했으나 거절당합니다. 그래서 아내가 대신 죽었으나, 헤라클레스가 나타나서 죽음의 신과 싸워서 다시 구해온다는 줄거리입니다.
그 가운데 아드메토스가 아내의 장례식에 나타난 아버지 페레스를 향해 살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아들 대신 죽으려 하지 않아서 젊은 자기 아내가 죽는다며 비난합니다. 그러자 페레스는 아드메토스가 비겁해서 자기 아내를 죽이는 거라며 말다툼하는 장면입니다.
아드메토스
아버지는 제게 초대를 받아 이 장례에 오신 것도 아니고,
당신이 지금 친구들에게 와 있는 것도 아님을 선언합니다.
이 여인은 당신의 장식품을 결코 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무엇 하나 당신 물건이 아쉽지 않은 상태로 묻힐 테니까요.
당신이 고통을 함께하겠다면, 제가 죽으려 했을 때 그러셨어야지요.
하지만 당신은 한쪽으로 비켜서서, 노인이면서도 다른 젊은 사람에게
죽는 걸 떠넘기고는, 이 시신에 애곡하겠다는 겁니까?
그러니 당신은 저의 이 몸의 진짜 아버지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리고 저를 낳았다고 주장하며, 제 어머니라고 불리는 분도
저를 낳은 게 아니었어요. 저는 노예의 피에서 태어나
몰래 당신 부인의 젖가슴 밑으로 옮겨졌던 거지요.
당신은 자기가 누구인지 시험을 받게 되자 본색을 드러내신 겁니다.
그러니 저는 제가 당신의 아들로 태어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당신은 비겁함에 있어 모든 사람을 능가하십니다.
당신은 그 나이가 되어서, 인생의 끄트머리에 다다랐으면서도,
당신 자식을 위해 죽으려 하지도 않고,
그럴 용기를 내지도 않았죠. 오히려 당신들은 타지방 출신인
이 여인으로 하여금 그러도록 시켰지요. 저는 그녀만을 정당하게
내 어머니이고 아버지라고 여길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 싸움을 멋지게 싸워내실 수도 있었죠,
당신의 아들을 위해 대신 죽으면서. 당신이 살 시간은
아주 짧게 남아 있으니 말이죠.
(……)
페레스
오, 아드님, 당신은 대체 누구를 그런 나쁜 말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은화를 주고 구입한 뤼디아 출신 노예요, 아니면 프뤼기아 출신이오?
너는 내가 텟살리아 출신 아버지에게서 합법적으로 태어난
자유로운 텟살리아 시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네놈이 지금 지나친 오만을 부리고 있는데, 그런 어린애 같은 소리를
우리를 향해 던져 날리고도 무사히 빠져나가지는 못하리라.
나는 너를 집안의 주인이 되게끔 낳아주고
길러주었다. 하지만 너를 위해 대신 죽어줄 의무를 빚지진 않았다.
나는 그런 법을, 아비들은 자식들을 위해 대신 죽어야 한다는 법을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지 않았고, 헬라스의 법도 마찬가지다.
운이 나쁘든 좋든, 너는 그것을 네 몫으로 갖고
태어난 것이다. 우리에게서 네가 얻어야 하는 것들은 지금 네가 다 지니고 있다.
너는 큰 땅을 다스리고 있으며, 나는 네게 또 넓고 넓은 경작지를
남겨줄 것이다. 나도 내 아버지에게서 같은 것을 물려받았으니 말이다.
내가 네게 대체 무슨 부당한 짓을 했더냐? 네게서 무엇을 빼앗았더냐?
나를 위해 대신 죽지 말거라, 나도 너를 위해 대신 죽지 않으마.
너는 햇빛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아비는 그게 즐겁지 않으리라 생각하느냐?
사실 저승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는 할 거라고
나도 생각한다. 반면에 삶은 짧지. 하지만 그래도 달콤하단다.
그래서 너도 뻔뻔하게 죽음에 대항해서 싸웠고,
정해진 운명을 넘어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여인을 죽게 만들고서! 그러고는 나의 비겁함을
지적하느냐, 오, 누구보다 더 비겁한 자여, 여자보다도 못한 주제에?
그녀는 이 훌륭하고 젊음 넘치는 너를 위해 죽었는데?
너는 현명하게도 결코 죽지 않을 방도를 찾아낸 셈이로구나,
매번 그때의 아내로 하여금 너를 위해 죽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고도 너는 그걸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을 비난하느냐, 너 자신은 비열한 자이면서?
입을 다물어라. 그리고 생각해 보아라, 네가 너 자신의 목숨을 사랑한다면,
다른 모든 이도 제 목숨을 사랑하지 않을지. 그런데 네가 우리에게
욕설을 퍼붓는다면, 너는 거짓이 아닌 많은 나쁜 말을 듣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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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 저/<김기영> 역10,8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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