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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퀸 아티스트 모지민의 첫 에세이

『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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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글을 쓰고 읽으면서 적어도 어디엔가 ‘나는 있다’라고 느낀 것 같습니다. (2022.04.28)

모지민 저자 (© 전힘찬)

전무후무한 독창성을 드러내며 장르 불문, 문화 예술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는 드래그 퀸(Drag Qeen) 아티스트 모지민의 첫 에세이 『털 난 물고기 모어』가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음악과 시, 현대무용이 절묘하게 결합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영화, 뮤지컬, TV 광고 등 각종 매체에서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그가 유장한 자신의 역사를 촘촘히 써내려갔다. 산문과 시, 희곡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날것 그대로 자유로이 쓰인 글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 희귀하고 진한 개성을 내보인다. 

국내외 굴지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풍부한 예술 작업을 선보이며 소수자의 삶을 대변하는 춤사위를 수면 위로 훌쩍 끌어올렸던 모지민이 사력을 다해 털어놓은 세상만사 인간사, 희로애락의 단면이 깊은 울림을 던진다. 『털 난 물고기 모어』는 크고 작은 인터뷰와 소식지 등 여러 지면에서 편린으로 접했던 작가의 생각을 한데 모아 응축한 에세이다. 작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 및 일상 사진도 함께 실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서 시시하게 살아가는 모어(毛魚) 모지민입니다.

책을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년 동안 공연하면서 통달한 감정은 ‘나는 없다’입니다. 제가 하는 무형의 것들은 금세 사라지기 바빴습니다. 그것들은 사람들과 저의 기억 속에 존재할 뿐 어디에도 걸려 있지 않았고 언제부터인가 인간을 만나 보내는 시간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말은 전혀 귀에 들리지 아니하고 그들이 나의 생경스러운 언어를 알아듣기나 하는 것일까 의구심만 커져갔습니다. 내가 하는 무수히 많고 많은 짓(!)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혼이 빠져나간 맥없는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나는 없다’라고만 느끼는 모순된 감정을 눕힐 곳이 없어 그 오장육부 갈리는 심경을 글에 토해냈던 것 같습니다. 울퉁불퉁한 글을 쓰고 읽으면서 적어도 어디엔가 ‘나는 있다’라고 느낀 것 같습니다.

‘털 난 물고기’라고 스스로 표현하셨듯 한국 사회에서 퀴어로서의 삶은 많은 오해와 어려움을 일으켰을 텐데 과정에서 작가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너무 다른 것이구나, 깨달았을 때 절망감이 컸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고 나는 이것을 말하고자 하는데 이것이 통용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것이 더욱 나를 외롭게 하거나 궁지에 몰고 가더라도, 결코 내 색(色)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시사철 뼈가 시리는 고독을 오롯이 그저 나인 채로 버텨왔고 일찍이 누군가는 저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주기도 했습니다. 내면에서 하염없이 들끓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남편, 부모님의 사랑은 제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단순히 산문에서 그치지 않고 시, 희곡을 연상하게 하는 매우 입체적이고 자유로운 글쓰기가 돋보입니다. 영향을 받거나 좋아하는 문학 장르가 있으신가요?  

최승자 시인의 시를 너무 좋아해서 아직도 몇 편은 외우고 있고 이곳저곳에서 그녀의 시로 낭독질을 하기도 합니다.(웃음) 주로 영화나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데요. 영화에서 창자를 후벼 파는 대사가 나올 때면 화면을 정지시키고 일일이 받아 적어 가슴에 박아 둡니다. 특히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보면 저의 글에서 느닷없이 뛰쳐나오는 말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리라 봅니다. 그런 해학이 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조니 미첼(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영어는 못하지만 그녀가 뱉는 가사 하나하나가 심장을 관통해 뇌리에 박힙니다. 물론 조니 미첼의 글과 저의 글은 대단히 다릅니다.

영화, TV 광고, 뮤지컬 출연, 각종 공연, 전시, 에세이 집필 등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에너지의 근원이 궁금합니다.  

삶은 끊임없이 애를 써야만 하고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너무 하염없어서 눈물만 납니다만 똥구멍에 힘주고 코로 숨 쉬다 보면 없던 에너지도 불끈불끈 치솟습니다. 힘이 들 땐 냐하하 하고 웃고 꺄루루룩한 미소를 지어보아요.

작중에 등장하는 고양이 ‘모모’, 남편 ‘줴냐’와의 대화가 인상적인데요. 작가님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요? 

남편은 제가 예술가로 성장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 나무 같은 사람입니다. 그가 듣는 음악으로 공연하기 시작했고 삶이 휘청거릴 때, 멍청하게 앉아 있을 때, 언제든 저의 곁에서 “너는 아름답다”라고 일깨워줍니다. 

저 자신이 투영된 것만 같은 모모는 분명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각자 싸지르는 언어는 다르지만 가끔은 모모처럼 치명적인 존재로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들에 비해 저는 그저 나약한 끼순이에 불과합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글은 맥락상 이해하셔야 합니다. 제가 만들어 세상엔 없는 말들이 많기에 완벽하게 이해하려 마시고 마음이 가는 대로 젖어들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런 날도 있는 법 1, 2」는 이 말 저 말 대잔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가장 공들인 한 호흡의 글로서 언제 어디서건 아무 페이지를 펼쳤을 때, 그때그때 사정없이 뼈 때리는 글이 되었으면, 아무쪼록 저의 글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수도꼭지 틀어지거나 차라리 웃겨 디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였습니다.



*모지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낮은 곳에서 하이힐을 신고 높은 곳에서 토슈즈를 신는다. 무용과 드래그, 주류와 비주류를 종횡무진하며 꾸물거리거나 뜀박질하고 있다. 뉴욕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으로 열린 '13 Fruitcakes'와 2019 헤드윅 'The Origin of Love' 투어에서 공연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불장군상을 수상했다.




털 난 물고기 모어
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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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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