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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근심과 괴로움을 비우는 장자의 28가지 말

『오십에 읽는 장자』 김범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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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와 다른 타인과 함께해야 하는 일인데도 내가 타인을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면 일상이 조급해집니다. 이렇듯 타인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으면 세상과의 갈등만 심해질 뿐입니다. (2022.04.27)

김범준 저자

오십, 인생의 절반을 지나오기까지 가족을 위해, 돈과 명예를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으나 정작 나 자신은 얼마나 잘 돌보았는가? 잘 살아 보고자 했던 노력이 오히려 근심과 걱정을 쌓았으니 오십에 느끼는 우울감과 불안함은 당연한 감정일 수밖에 없다. 오십 이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오십 넘어 접한 『장자』에서 ‘비움’의 지혜를 배웠다는 김범준 저자는 방황하는 오십에게 이제 그만 치열함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최근 『오십에 읽는 장자』를 출간한 저자를 서면으로 만나 보았다. 



주로 관계에 관한 책들을 집필해 오셨는데 ‘장자’를 다룬 책을 출간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장자』도 관계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2500년 초장기 베스트셀러’인 셈이죠. 그러니 저는 이번에도 관계에 관한 책을 썼을 뿐입니다. 이를 잘 나타내는 『장자』속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장자』에는 '신도가'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신도가는 형벌로 발이 하나가 잘린 사람인데 정나라의 대신인 자산과 함께 백혼무인을 스승으로 모십니다. 그런데 자산은 신도가와 함께 스승을 모시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형벌을 얻어 발까지 잘린 전과자를 동료로 두기 거북했나 봅니다. 어느 날 이들이 함께하다가 헤어지는 자리에서 자산은 신도가에게 “내가 먼저 나갈 테니 자네는 남아 있게. 아니면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겠네”라고 말합니다. 같이 다니기조차 싫다는 말이겠죠. 그때 신도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는 본인 몸이 온전하다면서 발이 없는 나를 두고 비웃는군. 솔직히 그런 말을 들으면 발끈 성이 난다네. 하지만 스승님을 만나면 마음이 평온해지지. 그것 아는가? 스승님과 19년 동안 함께했으나 그분은 아직 내가 외발임을 모른다네.”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을 잘해야 합니다. 행동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공감이 우선입니다. 그렇다면 공감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될까요. 바로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단, 이때 규칙이 있습니다. 반드시 봐야 할 것만 보고 굳이 볼 필요가 없는 것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기도 합니다. 신도가의 스승 역시 신도가가 외발이라는 사실은 볼 필요가 없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것이 좋은 관계를 위한 기본입니다.

나이 오십이 되니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마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저는 『장자』를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중년 분들이 자신의 관계를 점검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십에 읽는 장자』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흔에 『장자』를 처음 접했다고 하셨는데요. 오십에 읽는 『장자』는 마흔에 읽었을 때와 어떻게 달랐나요?

같은 책인데 읽는 시기에 따라 마음을 울리는 무게감이 전혀 다르니 신기합니다. 또 책의 인상 깊은 구절 역시 나이에 따라 달라지더군요. 제가 장자를 처음 만난 것은 마흔 즈음에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참석했을 때입니다. 당시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빈 배’ 이야기였습니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그의 배에 부딪치면 그가 성격이 어떨지라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딪친 배에 단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마흔 즈음의 저는 진로를 고민하고 또 이런저런 좌절을 겪고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종종 차오르곤 했는데 그 이유를 ‘빈 배’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승부욕이 강했을 때라 장자가 정말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습니다. 장자는 10년 뒤에 다시 돌아온 저를 그 모습 그대로 기다리며 삶의 지혜를 알려 주었습니다.

사실 오십 정도 되면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쭉 살아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십 이후의 시간은 새로운 과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에 깨달은 솔루션으로 오십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오십의 삶은 달디 달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좌절했습니다. 그때 다시 장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번에는 ‘호접지몽’ 이야기가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장자는 나비 꿈을 꾸며 자신이 나비인지 장자인지를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여러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이것이 길몽인지 악몽인지를 고민하고 괴로워하기보다는 그저 그 상황을 넉넉하게 이해하는 지혜를 알게 되었습니다. 장자의 이야기가 오십에 해야 할 준비와, 온갖 갈등의 해결책을 알려 준 셈입니다.

『장자』를 읽고 나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마흔에서 오십까지는 인간으로서의 성숙을 완성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지만 부딪친 배들을 욕하느라 정작 소중한 저 자신은 돌보지 못했습니다. 세상이 빈 배처럼 보이지 않으면 나 자신이 빈 배가 되면 되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고 텅 비우지 못했기에 일상 하나하나가 해(害)로, 악(惡)으로 돌아오는 것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장자』를 읽고 나니 그냥 걷고 있는 나 자신을 느낄 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도 덜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삶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세상의 순리를 따르고 받아들이는 것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결정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관찰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 것도 큰 변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상을 평온하게 즐기며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장자』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었다. 7일 만에 혼돈이 죽었다. 

日鑿一竅 七日而混沌死(일착일규 칠일이혼돈사)”

제 인생 문장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 사물과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은 다음의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남해의 임금 ‘숙’과 북해의 ‘홀’ 그리고 그 가운데를 다스리는 임금 ‘혼돈’이 있습니다. 숙과 홀은 수시로 혼돈의 땅에서 만납니다. 그때마다 혼돈은 숙과 홀을 잘 대접했고, 숙과 홀은 혼돈의 덕에 보답하고자 의논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에겐 그것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구멍을 뚫어 주자.” 숙과 홀은 하루에 구멍 하나씩을 뚫습니다. 그러자 7일째에 혼돈은 죽습니다.

이 글을 다시 쓰면서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냥 놔두지를 못해서 파멸로 향하는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너무나 흔하게 겪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잘 지내고 싶지만 그를 그냥 놔두지 못해서 파멸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에게 기대하고 그 기대를 관철하려고 애쓰기 때문입니다. 이 기대는 결국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끝이 납니다. 나의 노력과 헌신이 한순간에 관계를 끝으로 몰고 갈 수 있다니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요?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다면 꼭 기억해야 할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자』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들도 많은데요.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오십에 읽는 장자』를 읽으세요. 그러고 나서 『장자』와 함께 읽는 것도 좋습니다. 『오십에 읽는 장자』에서 마음에 드는 한 꼭지를 읽었다면 『장자』에서 전문을 찾아 읽어 보세요. 장자의 이야기는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구체적이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전문을 읽다 보면 당연히 제가 해석한 것과 다른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그게 바로 자신의 것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책을 읽었고 그렇게 『오십에 읽는 장자』를 써 나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에 따라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이야기부터 하나하나 읽어 가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장자 책을 쓰신 많은 저자 선생님의 학은(學恩)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강남 선생님의 『장자』, 안동림 교수님의 『장자』, 김창환 선생님의 『장자』 등을 통해 『장자』 원문에 대한 해석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명로진 선생님의 『시나리오로 고전 읽기』, 장길섭 선생님의 『깨달음으로 읽는 장자』, 강신주 선생님의 『망각과 자유』로부터는 장자 철학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오십에 읽는 장자』는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책 제목 그대로 오십에 읽으시면 좋습니다. 마흔에 읽는다면 인생에 대한 선행 학습이 되겠죠. 서른에 읽어도 좋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오십과 그 이후를 살아갈 때 읽어야 제 맛이 아닐까 합니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우리가 인격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더 이상 변화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관계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가 어려운 나이입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기보다는 굳어진 자신의 편견으로 상대방을 옭아매기도 합니다. 그러면 주위에 사람이 점점 보이질 않게 됩니다.

슬프지만 오십이라는 나이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을 주는 대상이 되어 버렸더군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줄여 여백을 만드는 일입니다. 여유 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모습을 보면 쉽사리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여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자신에게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연을 즐기며 여유롭게 보내 보자는 겁니다.

세상과 마주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헛발질이 시작됩니다. 그러니 세상과 화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겠습니다. 내가 옳고 네가 틀리다는 시시비비를 멀리하세요. 그러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나이가 드니 어느새 노안이 와서 가까운 곳도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오르려면 무릎이 편치를 않고요. 염색하는 주기는 석 달에서 두 달, 한 달로 짧아졌습니다.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가니 오십견이라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픈 것은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상과 겨루느라 닳고 닳은 영혼은 이제 그 임계점에서 비명을 질러댑니다. 잘 살아 보고자 노력했지만 이 나이에 드는 우울감과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인생은 나와 다른 타인과 함께해야 하는 일인데도 내가 타인을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면 일상이 조급해집니다. 이렇듯 타인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으면 세상과의 갈등만 심해질 뿐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습니다. 많이 힘들고 답답하시죠? 괜찮습니다. 앞으로는 텅 빈 사람이 되십시오. 다른 사람과 편안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나부터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고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웃어 주십시오. 『오십에 읽는 장자』가 독자 여러분의 일상을 평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김범준

1968년생. 20여 년간 일과 공부를 쉬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에서 코칭과 리더십을 공부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기업 인권에 관심을 갖고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였고 현재까지 기업과 사회, 사람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읽고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소문난 다독가이다. 인생에서 네 번의 고시 실패, 학교와 직장 동기들과의 경쟁에 밀려 낙담의 시기를 보낸 탓인지 직장을 다니면서는 성과와 승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나 『장자』를 정독하고 오십이 되고부터 ‘비움’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속도와 명예에 얽매이거나 초조해하는 대신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통찰을 얻게 되었다.




오십에 읽는 장자
오십에 읽는 장자
김범준 저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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