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빌 브라이슨’의 인문 로맨스 개고생 여행 이야기
『여행선언문』 이주영 저자 인터뷰
저는 이번 책이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 주시길 바라요. 『여행선언문』을 쓰는 내내 머릿속으로 영상을 떠올리며 드라마를 쓰듯이 썼거든요. (2022.04.27)
“『여행선언문』은 가치관과 문화가 전혀 다른 프랑스 남자와 사랑에 빠진 3.5차원 여인(이주영 작가)이 경험한 반강제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당신 곁에는 여러 여행서가 있겠지만,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재미와 오감으로 느껴지는 경험담을 느낄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오!” _독자 리뷰 중에서
프랑스 책벌레와의 좌충우돌 결혼생활을 유머러스한 필력으로 그리며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 불린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의 이주영이 박학다식 포복절도 여행기로 돌아왔다. 이 인터뷰는 담당 마케터가 『여행선언문』을 읽지 않았다고 가정한 채, 까칠한 인터뷰어에게 빙의 되어 현재 프랑스에 거주 중인 작가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여행선언문이라, 제목이 독특하다. 여행에 대해 무엇을 선언하는 것인가. ‘우리 모두 여행하자!' 외치는 책인지?
많은 분이 저를 여행광이라고 오해하는데, 저는 사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부추길 마음도 없고, ‘우리 모두 여행하자!’라는 청유형 문장을 외칠 마음은 더더욱 없어요.
이 책은 저희 부부가 함께한 10년간의 여행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얼핏 보면 고행이나 학술 연수, 체력 단련 훈련 같은 여행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고생스러운 여행 속에서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독자들에게 저희 부부 같은 여행을 살며시 제안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의 ‘여행선언문’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여행 때문에 제가 겪는 몸고생, 맘고생, 생고생, 개고생을 보다 못한 에디터가 남편에게 ‘선언’을 해보라고 해서,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이주영의 여행선언문’도 실었어요. 그 내용이 조금 가관이에요. 제가 왜 이런 선언을 하기까지 이르렀는지는 책을 읽으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나. 아직 코로나 시국이지 않은가?
그래서 쓰게 되었어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진 않아도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기는 해요.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점점 우울해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사는 프랑스에서는 지난 2년 동안 3차례나 외출금지령이 떨어지기도 했죠. 집에 갇혀 있어 보이니,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저조차도 어딘가 다녀오고 싶어질 지경이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께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을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며 더 많은 분이 독서에 취미를 붙이길 바라는 마음도 솔직히 컸어요.
책 홍보 문구에 ‘한국의 빌 브라이슨, 멀티링구얼 욕쟁이 이주영’이라는 문구가 있다. 빌 브라이슨이라……. 정말 대단하신 분인가 보다!
반가운 질문이네요! 저 이 문구에 대해서 할 말이 참 많았거든요. 출판사의 홍보 문구를 보고, 제가 처음 내뱉은 소리는 자타공인 욕쟁이답게 “이런! 미친!” 이었어요. 빌 브라이슨이 쓴 책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분이 글을 정말 맛깔나게 쓴다는 생각은 했어요. 어려운 주제도 그분이 다루면 쉽게 이해가 되었어요. 그런 대단한 필력의 작가를 제게 비하다니, 이건 거의 사기라고 생각해요. 바로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해서 지워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대표가 저를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빡빡 우기며 몰아세웠어요. 한국의 수많은 빌 브라이슨 작가님 팬들에게 출판사 대표를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또 빌 브라이슨 작가님과 팬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제가 애정하는 나비클럽 출판사 대표가 사기꾼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욱 내공을 키워 글을 쓰겠습니다.
남편이신 에두아르님이 무척 독특하다. 라틴어 교사에 귀족이고 책 중독자에 여행광이고, 오지랖퍼에 말도 엄청 많고 결국은 작가님께 자주 혼나는 것 같던데... 그분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먼저 질문 내용 중에 살짝 정정하고 싶은 게 있네요. 제 남편 에두아르는 귀족이 아니에요. 그의 어머니, 제 시어머니가 귀족 가문 출신뿐이에요.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 사회에 사는 저희 부부는 귀족이라는 말이 불편해요. 죄송합니다. 프랑스에 살다 보니 신분이나 인종, 계층과 관련된 일부 특정 단어에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자, 그럼 질문에 답할게요. 그분의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몰라요. 도대체 이해되지 않고 양면성을 지닌 상당히 난해한 인물이죠. 아는 게 많아 엄청나게 똑똑해 보이기도 하고 아는 것 빼고는 아는 게 정말 없는 바보 같기도 하죠. 불의를 보면 일분일초도 참지 않고 참견하고 충고하는 용기가 있지만, 그 용기 안의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함과 찌질함을 가지고 있어요. 남편보다는 친구로 지내면 아주 좋은 사람이고요. 이상적인 남편상은 아니지만, 이상적인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분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저의 전작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를 읽어 보시기를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그렇게 남편과 같이 다니는 여행이 고되다면 같이 안 다닐 법도 한데 10년간 정말 많은 여행을 한 것 같다. 알고 보면 정말 금슬 좋은 부부인 것 아닌지.
특히 한국분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아마도 문화가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극장이나 전시회장에 갈 때 보통 남편보다는 친구와 같이 가잖아요? 이곳은 남편과 가는 게 당연하다고 할까요? 친구에게 우리 집에 와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도 당연히 부부가 함께 와요. 그러니 바캉스를 따로 보내는 부부는 없어요. 만약 그런 부부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이혼 소송, 별거 중일 거예요. 제가 에두아르와 그 고된 여행을 함께 하는 건 이런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 저희가 서로 좋아 죽기 때문이 아니에요. 물론 저희 사이가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에두아르의 생각은 모르지만, 아마도 제 성격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책에 소개되지 않은 여행 에피소드가 있다면?
죄송해요. 이 질문은 패스할게요. 에피소드는 제 자산이라 다음 책에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거든요. 좀 치사한 이유라 더 죄송하네요. 저의 여행 에피소드는 전작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 너를 만났다』와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에도 나온답니다. 제가 책 영업을 하고 있네요. 주책을 떨어 죄송합니다.
작가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이 재미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에서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과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에필로그를 꼭 읽어주셨으면 해요. 저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좋아하지 않지만 에필로그에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썼기 때문이에요.
어느 독자분의 서평에서 ‘이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아무 챕터부터 펴서 읽어도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글을 읽고 아주 속상했어요. 저는 이번 책이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 주시길 바라요. 『여행선언문』을 쓰는 내내 머릿속으로 영상을 떠올리며 드라마를 쓰듯이 썼거든요. 소설과 드라마 대본을 읽듯 제가 안내하는 리듬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다 읽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주영 유머와 위트의 작가,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평을 받는다. 걸어 다니는 비교언어학자와 멀티링구얼 욕쟁이 사이를 오간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고 싸워 이겨야 한다는 교과서적 사고와 도통 맞지 않아 스무 살 이후로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았다. 고독사를 걱정하던 중 책에 미친 프랑스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정착을 꿈꿨지만 여행에도 미친 남편과 동행하느라 지금은 과로사를 염려하고 있다. 일년에 수차례 여행가방을 싸고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좌충우돌 사건을 겪었고 논쟁을 벌였다. 코로나로 여행이 멈춘 덕분에 그 이야기를 책으로 정리했다. 일본 메지로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했고 번역가와 방송,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 제1대학 ‘라사피엔자’에서 또 공부했다. 지금은 남편과 프랑스에 살며 글 쓰는 작가이자 그림 그리는 화가로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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