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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아이들에게 건네는 고양이의 따스한 위로

『하얀 밤의 고양이』 주애령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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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결국 단 한 편의 이야기로 압축될 텐데, 그건 바로 동화일 거예요. (2022.04.18)

주애령 저자

작은 월셋집으로 이사 오면서 아연이는 많은 것을 잃었다. 아빠는 집을 나가 어딘가를 떠돌고, 엄마는 물류 센터 야간 근무로 늘 피곤에 찌들어 있고, 좋아하는 그림책은 집에 둘 자리가 없어 버리고 왔다. 마음 둘 곳 없던 아연이는 어느 날 그림책이 빼곡 꽂힌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 발을 들이면서 비로소 안식처를 찾는다. ‘내 방’처럼 몰래 드나들던 작은 도서관에서 어느 추운 밤 눈부시게 하얀 고양이를 만나는데……. 따스한 글과 그림으로 외로운 아이의 마음을 가만가만 도닥여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한없이 외로운 아이가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만나고, 또 신비로운 고양이를 만나 위로를 얻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하얀 밤의 고양이』가 출간되었다. 오래된 유럽 동화를 읽는 듯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주애령 작가를 담당 편집자가 만나 봤다.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슬프고도 환상적인 느낌,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오래도록 남았어요. 그림책은 처음이신 걸로 아는데, 김유진 작가님과의 협업은 어떠셨는지요?

집필하면서 그림이 많이 들어가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그림책의 예술적, 심리적 효과에 감탄하고 있었거든요. 그림책의 예술성은 글과 그림 사이의 여백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얀 밤의 고양이』는 텍스트를 통해 그 여백의 느낌을 내려고 시도했습니다. 후반부에는 동시와 비슷하게 서술해 보기도 했지요. 한 작품 안에 동화와 그림책, 동시까지 모두 넣어 본 셈이에요. 독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저 스스로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출판사에서 추천해 주신 김유진 작가님의 『오늘 상회』를 보고 첫 번째 든 생각은, ‘오, 바로 이 기분이다!’였어요. 『오늘 상회』의 회화적이고 절제된 스타일이 『하얀 밤의 고양이』가 추구했던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간결함과 딱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김유진 작가님의 『비단 공장의 비밀』와 『고양이네 박물관』에도 고양이들이 아주 예쁘게 나와요. 더 이상 제가 무엇을 바라겠어요? 김유진 작가님은 제가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구현해 주셨어요. 그뿐만 아니라 미처 제가 생각지 못한 사랑스러운 디테일도 덧붙여 주셨어요. 그림을 보면 제 글에 맞추어 주시느라 고민한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어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하얀 밤의 고양이』는 『승리의 비밀』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 동화죠. 전작 『승리의 비밀』은 어른 사회 못지않은 어린이 사회의 선거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다루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분위기와 결이 사뭇 다르면서도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건드린다는 면에서 서로 통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 점을 의식하면서 이야기를 만드셨나요?

두 작품 모두 오늘날 사회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요. 『하얀 밤의 고양이』는 『승리의 비밀』이 관심을 받고 나서 새로운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쓰게 됐어요. 처음에는 도서관에 고양이가 숨어 사는데, 놀러 오는 아이들과 책도 보고 장난도 치는 명랑한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더 진행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막상 작품을 쓰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한밤중의 어두운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는 아이와 고양이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때부터 이야기가 아주 빠르게 전개되기 시작했어요. 그런 시간에 혼자 도서관에 있는 아이라면 좀 취약한 가정의 아이일 테고, 그런 환경에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간결하게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이 작품을 두고 ‘어린 시절에 읽은 북유럽 동화를 떠올리며 썼다. 알고 보니 외로움은 삶의 기본값이었다.’라고 쓰신 적이 있어요. 어린이는 외로움이란 감정을 얼마나 진하게 느낄까요? 외로움은 어린이가 피하거나 극복해야 할 감정일까요, 아니면 성장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필연적인 경험일까요?

『하얀 밤의 고양이』에 대해 인상적인 평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이 동화를 읽고 어릴 때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동생이 떠올랐다고요. 부모님께서 장사를 해서 오후와 저녁을 혼자 보냈던 동생은 어른이 되어서야 그 외로운 시간을 말할 수 있게 되었대요. 저도 하교가 빨랐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오후 시간을 대부분 혼자 보냈어요. 책을 읽거나 몰래 강아지를 방으로 들여와서 같이 놀았지요. 낮잠이 들었다가 퍼뜩 깨면 창문 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그럴 때면 왠지 슬픈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지내던 시간에 북유럽 동화를 많이 읽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어린이책이 다양하지 않았거든요. 어린이들의 여러 모습을 폭넓게 그린 한국 창작동화가 많이 나오려면 4, 5년은 기다려야 했었어요. 그때 읽었던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이나 『눈의 여왕』이 지금도 기억나요. 끝없는 눈밭을 떠올리면서 책을 덮으면 외로움에서 시작되는 한없는 자유의 가능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마치 땅 끝에서 바다가 시작되는 것처럼요. 그 바다를 책이라는 조각배를 타고 건너가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나타날 거라고 상상했어요.



『승리의 비밀』 주인공 정민이가 구김살 없이 당차고 발랄한 아이었다면, 『하얀 밤의 고양이』의 아연이는 부서질 듯 약해 보이고 상처투성이인 아이입니다. 주인공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아연이는 겁이 조금 있지만 영리한 아이입니다. 부모님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일찌감치 적응을 선택하지요. 그렇지만 원하는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몰래 들어가는 적극성도 있어요. 아연이가 안정된 환경에서 자랐다면 『승리의 비밀』에서 부회장으로 출마하는 민서 같은 아이가 되었을 거예요. 책을 좋아하니 연설문이나 선거 구호를 쓰겠다고 나설지도 모르죠. 저는 가끔 정민이, 민서, 유림이, 용진이가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는 학교 교문으로 재빨리 지나가 버리는 아연이의 모습을 상상한답니다. 모두들 저의 세상 속에 있는 아이들이죠. 가끔 얼마나 자랐나 궁금하기도 해요.

역시 아연이에게도 정민이에게도 작가님의 모습이 조금씩 녹아들어 있군요. 작가님의 이력이 참 흥미진진한데요. 근대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문학 평론과 대중문화 평론, 영화소설, 교양 도서 등을 쓰셨고, 외국인인권지원센터 연구위원도 하셨고, 작은 도서관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셨지요. 또 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아슬아슬하게 낙선한 경험도 있으시다고요. 탱고를 즐기고 고양이 집사로 지내며 유쾌하게 삶을 꾸려 가시는 작가님의 다양한 관심사 가운데 동화란 무엇일까요? 동화를 쓸 때의 마음가짐이란 어떤 것일까요?

지금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매 학기 말 학생들에게 추천 도서 목록을 배부해요. 거기에 꼭 아동문학 작품을 넣어 주지요. 아동문학을 추천해 줘서 고맙다는 학생들도 제법 있어요. 예전에 우연이 이어져서 대중음악 평론과 영화소설도 썼는데, 저는 작가라면 시나 각본 같은 다소 특수한 형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문을 쓸 수 있다고 봐요. 디킨스도 오페라 대본을 썼다고 해요. 지금도 이론서를 구상 중인데, 그동안 공부를 던져 둬서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어요. 사실은 동화 쓰기가 너무너무 재미있거든요.

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는 다문화 사회 현상을 전래동화와 고전 아동문학 읽기로 풀어 주는 내국인 대상 강의를 진행했고요, 아파트의 작은 도서관은 지역 활동가에게 권유받아 열게 되었어요.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 운영은 안 그래도 어려웠는데 팬데믹으로 거의 다 휴관하게 되었어요. 저는 학교나 작은 도서관이 지역 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운영에 여러 모로 안타까운 점이 많아요. 지역 인구 고령화도 무시 못 할 문제이고요.

이런저런 관심사를 넓히고 있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이야깃거리를 찾아 헤매는 것 같아요. 요즘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요. 동화가 소설 등의 다른 서사문학과 다른 점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간결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봐요.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소설은 확장되지만 동화는 간결해지고 짧아지지요. 그때 동화가 신화와 전설의 세계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해요. 모든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결국 단 한 편의 이야기로 압축될 텐데, 그건 바로 동화일 거예요.



『하얀 밤의 고양이』가 아연이의 다음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로 구상 중인지 살짝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아연이네 집 형편에 변화가 생겨요. 그래서 아연이는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도와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뜻밖의 도움을 주는 아이도 나타나고요. 그래도 아연이는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 가느라 안간힘을 써야 해요. 2편을 쓰고 나서 든 생각인데요, 어릴 때에는 ‘세상에 나 혼자야. 슬퍼.’라고 생각했지만 나 모르게 지켜봐 주고, 여차하면 팔 걷고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아이 스스로 이겨 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죠. 물론 하얀 고양이도 나옵니다! 2편에서는 고양이가 훨씬 멋져 보이도록, 신경 써서 묘사했는데요. 음, 그림 작가님께서 다시 고생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하얀 밤의 고양이』는 배경 설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연이 개입했어요. 처음에 구상할 때는 겨울 배경도, 하얀 고양이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집필 기간이 한여름이라서 너무너무 더웠어요. 그래서 독자님들이 읽으실 때 기분이라도 시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덕분에 배경은 겨울이 되었고 눈처럼 새하얗고 털이 풍성한 고양이가 나오게 된 거랍니다. 저는 창작에 우연적 요소가 개입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마치 창작의 여신 뮤즈가 작품을 보호해 주는 것 같거든요! 이런 특별한 기분을 독자님들과 나누고 싶어요.



*주애령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며 열다섯 살 난 샴고양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장편동화 『승리의 비밀』과 고전 아동문학 교양서 『동화, 영혼의 성장』이 있습니다. "홀로 보냈던 외롭고 고독한 시간들이 글과 책으로 빚어질 때마다 사랑하는 내 주위의 존재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냅니다. 세상에 나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펴는 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얀 밤의 고양이
하얀 밤의 고양이
주애령 글 | 김유진 그림
노란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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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하얀 밤의 고양이

<주애령> 글/<김유진> 그림13,050원(10% + 5%)

“너는 서리처럼 작고 눈처럼 부드러워. 겨울이 추워질수록 얼음처럼 단단해질 거야. 햇빛이 너를 비추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겠지.” 고양이와 그림책이 외로운 아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의 선물! 작은 월셋집으로 이사 오면서 아연이는 많은 것을 잃었다. 아빠는 집을 나가 어딘가를 떠돌고, 엄마는 물류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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