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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집]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을 그려낸 예술 - 이호림 음악평론가

우크라이나 특집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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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광장에서 지하철역에서 음악회가 열리면서 수많은 영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은 전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2022.04.12)


채널예스에서 분쟁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의 실정을 알리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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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일 우크라이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소련의 일원이었다. 많은 우크라이나 출신 예술가들이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지만 그들을 러시아의 예술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이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러시아를 주 무대로 활동한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예술을 통해 우크라이나 문화를 담아내고자 했다. 

우크라이나 예술 문화의 대표주자는 문학이다. 19세기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이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 출신이었다는 것은 아주 유명한 사실이다. 그의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미르고르드』는 우크라이나 시골 풍경, 민속놀이, 민담 등을 다루었다. 특히 『미르고르드』에 실려 있는 우크라이나 코사크인들의 삶을 그린 소설 「타라스 불바」는 동명의 오페라 작품으로 새롭게 구현되기도 했다. 이 오페라 작곡자는 폴타바 출신 우크라이나 국민음악의 시조로 추앙받는 미콜라 리센코(1842~1912)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어로 작품을 쓴 최고의 작가이자 화가는 타라스 셰우첸코(1814~1861)다. 키이우에서 농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회화와 시 창작에 재능을 보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황실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 전 그의 재능을 아낀 사람들의 도움으로 셰우첸코는 농노의 신분을 벗어났다. 그는 1840년에 『코브자르』라는 최초의 시집을 발간했다. 코브자르는 우크라이나 민속 현악기인 ‘코브자’를 연주하는 사람을 뜻한다. 셰우첸코는 농민의 구어와 방언, 고대 교회 슬라브어를 통합한 우크라이나어로 시를 썼다. 이 작품으로 셰우첸코는 우크라이나 현대 문학의 토대를 놓은 최고의 문학인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우크라이나가 예술 문화에서 뛰어난 발자취를 남긴 또다른 분야는 음악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그 음악회에서 제일 먼저 듣게 되는 음악은 바로 우크라이나 국가이다. 현재 불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가는 우크라이나 시인 파블로 추빈스키(1839~1884)가 1862년에 작사하고 우크라이나 그리스 카톨릭 교회 사제이자 작곡가인 미하일로 베르비츠키(1815~1870)가 1863년에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은 소련 해체 후 1992년에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국가가 되었으며, 2003년부터 현재의 가사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가의 서두에 나오는 “우크라이나의 영광과 자유는 사라지지 않으리라”라는 구절은 역사적으로 주변국들로부터 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이를 용감하게 극복해온 우크라이나 민족의 결연한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소련 작곡가 중 제일 유명한 사람은 아마도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일 것이다. 그는 현재 가장 큰 격전지인 도네치크 주의 손치프카에서 태어났다. 그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자란 덕분에 수많은 우크라이나 민요를 들을 기회를 얻었다. 1939년에 작곡된 오페라 <세묜 코트코> Op.81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의 사랑이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 혁명 직후인 1918년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막에서는 우크라이나 민요 “오 겁먹지 말아요”가 사용되었고, 4막에서는 타라스 셰우첸코의 「유언」(1845)이 쓰였다. 프로코피예프는 이런 민요와 민족시인의 작품을 오페라에 집어넣음으로써 사랑과 복수, 암투에 빠졌던 당시 평범한 우크라이나인의 모습을 매우 생생하게 그려냈다. 

미술 분야에서는 19세기 사실주의 화가 중 가장 유명한 일리야 레핀(1844~1930)을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 주의 추후이브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가 모두 우크라이나 코사크 출신이었다. 레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소재로 한 유명한 그림은 <자포로자의 코사크들이 튀르크의 술탄에게 편지를 쓴다>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1880~81년 사이에 완성되었는데, 세로 2.03m, 가로 3.58m에 달하는 대형 그림이다. 이 그림의 역사적 배경은 1676년에 코사크인들이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메흐메트 4세(1642~1693)에게 모욕적이고도 불경스러운 말을 담은 편지를 쓴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코사크인들이 편지를 썼을 당시에 드니프로 강 남쪽인 자포로자 지역은 오스만 튀르크와 맞닿아 있었다. 1672~1681년에는 러시아와 튀르크 사이에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는데, 1675년에 벌어진 전투에서 코사크인들은 오스만 제국의 군대에 커다란 패배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메흐메트 4세는 코사크인들이 자신의 통치에 복종할 것을 문서로 요구했다. 이에 따라 코사크인들은 당시 헤트만(코사크의 수령)이었던 이반 시르코(1610~1680)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끝에 튀르크의 술탄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하였다. 레핀은 바로 이런 역사적 사건을 실감나는 인물 묘사를 통해 사실주의적으로 그려냈다. 고골이 쓴 소설 「타라스 불바」에도 이 그림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이 언급되어 있다. 이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제정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3세(1845~1894)는 35,000루블이라는 당시로서는 막대한 금액을 주고 이 그림을 구입했다. 현재 이 그림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러시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20세기의 유명한 우크라이나 화가로는 카지미르 말레비치(1879~1935)를 들 수 있다. 폴란드계로서 키이우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말레비치는 키이우 미술 학교에서 공부한 후 러시아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가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 것은 막상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1915년에 <검은 사각형>이라는 작품을 페트로그라드(현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전시회에 내어놓으면서 수프레마티즘(절대주의)의 탄생을 신고했다. 현재 이 작품은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이 소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광장에서 지하철역에서 음악회가 열리면서 수많은 영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은 전쟁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건물은 파괴될지언정 우크라이나의 영혼을 담고 있는 예술은 파괴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어린이 돕기 캠페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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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호림(청주외국어고 러시아어과 교사,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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