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특집] 키워드로 보는 과학책 트렌드
<월간 채널예스> 2022년 4월호
우리나라 독자들은 어떤 과학책을 선택했을까? 최근 10년간을 아우르는 과학책 키워드를 짚어봤다. (2022.04.04)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 과학은 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분야였다. 오죽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하루 5권만 팔려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다.”는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속설까지 있었을 정도.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과학과 그에 따라 세분화된 주제, 과학에 대한 관심 고조, 팬데믹으로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맞물려 자연 과학 도서의 출간 종수와 판매 권수는 계속 성장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독자들은 어떤 과학책을 선택했을까? 최근 10년간을 아우르는 과학책 키워드를 짚어봤다. (도움_ 김유리 과학MD)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범접할 수 없는 과학책 슈퍼스타다. 최근 5년 동안 빠짐없이 예스24 자연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5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고, 실제로 이 두 책의 1년 판매량은 다른 과학책 베스트셀러보다 월등히 높다. 재미있는 것은 소장은 하고 있지만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는 독자들의 고백이 따라붙는 책들이란 것이다. 실제로 『코스모스』는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 시청자들이 방송을 요청한 도서 1위를 기록했을 정도.
그렇다면 이 두 책은 왜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걸까? 자연 과학 분야 독자들이 이미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거쳤거나 고전으로 인정받은 책들을 꾸준히 찾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워낙 과학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신간 트렌드도 그만큼 신속히 바뀌기 마련이라, 결국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하는 책은 과학의 발판이 되는 기초 과학이나 고전일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자들이 도서 집필보다는 연구에 매진하는 편이라 과학책 저자가 다양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오랫동안 입소문 난 책들에 독자의 관심이 계속 집중되는 것이다. 이 두 책은 특히 새 학기에 더욱 무섭게 팔려나간다. 신입생 추천 도서나 교양 과목의 교재로 선정되기 때문.
『랩 걸』은 tvN 〈알쓸신잡2〉에서 유시민 작가가 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꼽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알쓸신잡2〉 방송 전에는 판매량이 높지 않았는데 방송 후 판매가 급증해 미디어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예는 2020년에 베스트셀러가 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인데, 사실 이 책은 무려 1993년에 한국어판이 나온 오래된 책이다. 〈요즘책방〉에 소개되고 갑작스레 역주행을 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미디어 추천 효과를 본다 해도 책 자체의 매력이 없다면 독자들 관심도, 판매량도 급격히 떨어진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과학책은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알쓸신잡〉의 과학자 정재승, 물리학자 김상욱이나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수학자 김민형 같은 저자의 책이 인기를 얻는다. TV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지식과 호쾌한 입담이 저서에서 훌륭한 콘텐츠로 확인이 되니 독자들이 찾고 또 찾게 되는 것. 최근에는 유튜브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겨울서점〉에서 소개되면서, 『엔드 오브 타임』은 유시민 작가가 〈알릴레오〉에서 추천해 입소문을 탔다.
과학책의 10년간 흐름을 보면, 앞서 말한 『이기적 유전자』와 『코스모스』라는 슈퍼스타를 뛰어넘어 간혹 자연 과학 분야 1위를 빼앗은 책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쉬운 과학책이라는 것. 그중 2015년의 『위험한 과학책』과 2017년의 『랩 걸』을 살펴보자. 『위험한 과학책』은 나사(NASA)에서 로봇 공학자로 일한 적 있는 미국 과학 웹툰 작가 랜들 먼로가 쓴 책인데, ‘70억 명이 다 함께 점프하면’ ‘다 같이 레이저 포인터로 달을 겨냥하면’ 등의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에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해 과학책에 관심이 없던 독자들의 호응까지 얻었다. 이 책의 팬들이 2020년 후속으로 출간된 『더 위험한 과학책』에도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 『랩 걸』은 저자 호프 자런의 유년 시절에서 시작되는 묘사가 일단 독자의 시선을 붙잡으며 술술 읽히고, 여성 과학자로서의 고군분투를 엿보다 보면 과학자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저절로 싹트는 책이다. 과학책을 한 번도 사보지 않았다는 독자들도 진입 장벽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쉬운 서술이 인기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저자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해 이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역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10년간 과학책 판매가 가장 높았던 해는 2019년이다. 예스24만 봐도 자연 과학 분야가 2018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을 정도인데, 짐작하겠지만 이 시기의 키워드는 코로나19다.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과학책 독서 욕구도 샘솟았고 더불어 계속되는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때문에 자연과 환경을 다룬 책들도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과거에 출간됐던 과학책들이 역주행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또한 팬데믹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육용으로 과학과 수학 관련 서적을 많이 구입하면서 덩달아 2019년의 자연 과학 분야 인기를 견인했다.
과학책 유행을 불러일으킨 사건을 하나 더 찾아본다면 2014년 말의 영화 〈인터스텔라〉 개봉을 들 수 있겠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현대 우주론을 소재로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관련 분야 책들이 인기를 누렸다. 이후 사람들이 상대성 이론, 블랙홀, 웜홀 등에 관심을 갖게 되어 우주 분야의 과학책들이 출간되는 계기가 되었다.
보통 문학 분야의 책들이 표지와 장정 같은 만듦새에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독특하게도 요 근래 출간되는 과학책들은 멋진 표지로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매력적인 표지와 장정은 ‘과학’이라는 분야에 진입 장벽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과학책만 보더라도 이런 사례가 여럿이다. 『다정함의 과학』은 벨벳 느낌의 표지를 사용해 ‘다정함’을 촉각으로 구현한 만듦새가 독특하고, 『미치광이 여행자』, 『빛이 매혹이 될 때』는 문학책보다 더 문학책스러운 표지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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