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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소녀 제빵사의 꿈이 부푸는 시간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 김미승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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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당찮아 보이는 꿈이었지만, 도전하고 엎어지면서도 꿋꿋이 나아가면 뭔가 보이잖아요. 그런 일이 비단 소설 속에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그 시절의 숱한 청소년들이 그렇게 역사를 일으켜 세우며 끌고 왔어요. (2022.04.01)

김미승 저자

오늘날에도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생활을 하는 가정이 적지 않지만, 어떤 부모도 아들딸에게 단이 엄마처럼 “배부르고 등 따스운 삶이 최고다”라고 가르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에게 ‘꿈’이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다. 또 그만큼 열네 살 단이의 현실은 암담했다. ‘꿈이 뭐냐’는 질문마저 낯설다고 느낄 만큼. 엄마가 다치고 삶의 터전이었던 팥죽 가게마저 빼앗기면서 단이는 두 식구의 생계를 홀로 짊어지게 된다.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은 그런 상황에서 단이가 세상의 문턱을 넘어 제빵 경연에 참여하며 자기 세계의 문을 열어젖히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꿈을 찾은 것도 대단한데 그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단이의 캐릭터가 매력적입니다. 작가님에게 단이가 어떻게 처음 찾아왔는지 말씀해주세요.

나는 어려서부터 강단 있는 성격이 못 돼서 부모님께 자주 혼나곤 했어요. 무엇을 선택해야할 때나 문제를 해결해야할 때 뒤로 숨기 일쑤였어요. 좋게 말하면 마음이 약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물러터진 것이지요. 어른이 된 지금도 별로 변한 게 없어요. 그래서인지 마음 깊은 곳에 강단 있는 단이를 동경하면서 몰래 품고 살았나 봐요. 어느 순간부턴가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릴 때, 불안할 때, 내 안의 단이가 큰소리로 물어요. “그래서, 그만두겠다고? 넌 자존심도 없냐?”하면서요. 단이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인 거지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누구나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있어요. 청소년 여러분도 내 안의 나를 한번 만나보세요.

많은 일제강점기 배경의 작품에 등장하는 일본인은 전형적인 악인으로 일제의 강압을 대변하곤 합니다. 그런데 미우라 사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쁜 짓을 일삼았지만 마지막에는 단이의 순수한 열정 앞에 마음을 고쳐먹게 되는데요. 이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일본인들은 식민지 조선인을 엄청 핍박했지만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죠. 예전에 할머니한테 들었는데, 할머니 이웃에 살던 일본인은 참 좋은 사람이었대요.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자칫 작품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어요. 또한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전문가라면 본질을 중요하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우라 사장을 그런 사람으로 설정하면 단이의 용기와 도전이 더 높게 평가를 받고 빛을 발할 거라 생각했어요.

‘즐거움’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빵 만드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은 단이처럼 작가님도 분명 즐거움 속에서 이야기를 쓰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쓰시면서 어느 순간이 가장 즐거웠는지 독자들과 나누어 주신다면?

작가는 작품을 쓰고 있을 땐 현실의 나는 까마득히 잊고 온전히 작품 속의 인물이 되곤 해요. 이번 작품을 쓰면서 나도 단이처럼 빵 만드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좀 더 생생한 장면을 쓰기 위해서요. 단이처럼 처음엔 쉽게 생각하고 덥석 덤볐다가 빵도 떡도 아닌 괴상한 것을 만들어 놓고 헐, 혼자서 웃기도 했답니다. 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빵만 만들다가 다시 작품 속으로 들어가 날을 새기도 하고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참고로 이제 내가 먹을 빵은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을 정도는 되었답니다(웃음).

단이가 빵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정말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침을 꼴깍 삼켰어요. 앞으로 쓰실 작품을 빵에 빗댄다면 어떤 빵과 같은 작품을 쓰고 싶으신가요?

나는 빵을 너무 좋아하는 빵순이랍니다. 빵이라면 다 좋아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캉파뉴’ 같은 건강빵을 더 좋아해요.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씹을수록 맛있고 질리지 않는 빵이지요. 그러나 가끔 마음이 답답하거나 기분이 우울할 땐 달달한 단팥빵도 찾아 먹어요. 작가로서 내가 쓰는 작품이 캉파뉴 같은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읽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어요. 물론 단팥빵처럼 달달한 재미도 포함해야겠지요.



작품의 중심 소재인 ‘빵’ 못지않게 ‘달’도 눈에 띕니다. 달은 단이의 비밀 얘기를 끄집어내기도 하고, 경연에서 만들 빵의 모티프가 되어주기도 하는데요. 달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선택하셨는지, 또 단이에게 영감을 준 ‘달’처럼 작가님의 창작에 마중물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달은 마치 산의 능선이 그리는 파노라마처럼 우리 삶의 모습을 닮았어요. 그런 달의 이미지를 단이의 삶과 함께 달리게 하고 싶었어요. 일제강점기의 암흑도, 개인이 처한 어둠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준 거지요. 단이는 달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했고, 블러드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자신만의 빵을 만들어냈어요. 나에게도 작품을 창작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에너지원이 있어요. 바로 세 마리의 고양이예요. 6년 전 새끼 길냥이와의 첫 만남이 둘째, 셋째까지 이어지면서 행복한 집사가 되었답니다.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나를 동심으로 이끌어줘요.

정태에게 마음이 갔어요. 자기 실력이 단이나 히로세에 비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친구라서요. 나를 남과 비교하거나 내 능력의 한계를 섣불리 규정하는 건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흔히 하는 실수지요. 그런 생각이 길어지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요. 작가님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나쁜 생각이 들었을 때, 가끔 슬럼프가 찾아오려고 할 때 어떻게 극복해내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누구나 가장 힘든 게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인 것 같아요. 물론 나는 나일뿐이라고 수시로 다짐하지만 현실은 다를 때가 많죠. 작가로서 가장 힘들 때는 아무래도 집필 중인 작품이 막힐 때, 출간한 책이 독자들에게 많이 가 닿지 못할 때이지요.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다른 작가와 비교하게 돼요. 그러다보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 데도 헷갈리고 자신이 없어져요. 그럴 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어요. 나에게 자유를 주는 거지요. 사실 슬럼프라는 게 강박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아요. ‘좀 돌아가면 어때?’ 하면서 쉬어요. 나를 짓눌렀던 생각이 없어질 때까지.

‘작가의 말’에 “소설의 시대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정한 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쓰셨어요. 세상 앞에 선 청소년 독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우리 청소년들 앞에 놓인 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와 속박이라는 장애물투성이예요. 학교에서 배운 것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혀 다르고요. 갈등과 혼란이 오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기성세대로서 참 많이 미안해요. 그렇지만 좀 더 자신을 믿고 견뎌주었으면 해요. 우리 역사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단이와 정태처럼요. 처음에는 가당찮아 보이는 꿈이었지만, 도전하고 엎어지면서도 꿋꿋이 나아가면 뭔가 보이잖아요. 그런 일이 비단 소설 속에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그 시절의 숱한 청소년들이 그렇게 역사를 일으켜 세우며 끌고 왔어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단이와 정태예요. 도전하세요. 뭐든. 



*김미승

전라남도 강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민주의 성지 빛고을 광주에 살고 있다. 1999년 계간 [작가세계]에 시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어느 날 운명처럼 아동·청소년 문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5년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청소년 소설 『세상에 없는 아이』가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시집 『네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익어 가는 시간이 환하다』 등이 있고, 청소년 소설 『세상에 없는 아이』, 『저고리 시스터즈』, 『검정 치마 마트료시카』, 동화 『잊혀진 신들을 찾아서 산해경』, 『서방바위와 각시바위』, 『상괭이와 함께 떠나는 다도해의 보물, 흑산도 홍도 여행』, 『소곤소곤 설화모리』(공저) 등이 있다.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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