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기자가 말하는 돈 공부
『우울할 땐 돈 공부』 조성준 작가 인터뷰
빠르게 큰돈을 벌고 싶은 조급함이 모든 원칙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재테크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지만, 투자에 관한 대원칙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이것을 망각하지 않으며 무던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2022.03.29)
『우울할 땐 돈 공부』는 경제신문사 기자가 쓴 돈 공부 입문서로, 차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경제의 기본 원리와 필수 지식들을 담았다. 2021년 한 해 동안 《엘르》에 연재한 글들을 엮어 수정, 보완한 이 책은 MZ세대 및 사회 초년생부터 재테크를 전혀 모르거나 처음 시작한 사람, 투자에 실패를 겪어본 유경험자까지 두루 읽기 좋도록 쉽고 재밌게 기술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은 최신 경제 이슈를 발 빠르게 다루는 현직 기자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분석을 담고 있다.
저자님은 언제부터 '돈'과 친하셨나요? 사회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돈'과 친해지셨나요? 돈 공부 선생님으로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2014년부터 경제신문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제지라고 해서 꼭 돈에 관한 뉴스만 다루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일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득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직접 투자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그렇듯 저 역시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사면서 투자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돈 공부’라는 여정을 시작한 겁니다. 이 기나긴 여정 중 운이 좋게 이렇게 책을 내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걸어야 할 길은 많이 남았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반드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찾아야 한다.' 초반부에 수록된 작가의 말이 말 그대로 뼈 때렸는데요. 시작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요. 여전히 돈 공부가 어렵고, 두렵게 느껴지는 돈 공부 초보자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돈을 많이 버는 삶 VS 돈을 적게 버는 삶’ 두 개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10명 중 10명은 당연히 전자를 택할 겁니다. 돈은 인간에게 중요합니다. 더 이상 돈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긴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돈이 많기 때문에 돈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반면 돈이 부족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듭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결정 앞에서도 돈 걱정부터 해야 합니다. 어린 나이의 자녀가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유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상상해볼까요?
전문가들도 “이 재능을 묵히기엔 아까워요”라고 말할 정도라고 가정해봅시다. 어떤 부모는 기꺼이 자녀의 재능이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죠. 반면 어떤 부모는 비싼 예체능 교육비를 걱정하며 애써 자녀의 재능을 못 본 척할 겁니다. 잔인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돈 공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재테크를 시작한 시점은 언제인가요? 재테크를 시작하고 나서 생활의 어떠한 부분이 바뀌었나요? 이전보다 삶이 분명하게 윤택해졌을까요?
소득은 크게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분류하죠. 노동소득은 말 그대로 내가 노동을 통해 버는 돈입니다. 월화수목금 내내 회사에 가서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주고 월급으로 교환을 하는 거죠. 자본소득이란 인간 대신 자본이 스스로 돈을 버는 소득을 말합니다. 주식을 보유하며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거나, 세입자에게 받는 월세가 대표적인 자본소득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재테크를 시작한 건 자본소득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부터입니다. 노동소득, 자본소득 모두 중요하지만 자본소득 도움 없이 오직 노동만으로 경제적 불안에서 해방되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대략 40%입니다. 대한민국 경제 위상을 고려하면 처참한 수치입니다. 10명 중 4명은 직장에서 은퇴하는 순간 경제적으로 위기에 몰린다는 겁니다. 과연 이 40%가 인생을 열심히 안 살았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오직 노동소득에만 의지하면 노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됐을 때 분명히 문제가 생깁니다.
자본소득 구축을 위해선 재테크를 해야죠.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재테크를 시작한 이후 삶이 윤택해졌냐는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죠. 투자를 오래 하기 위해선 절제가 필수입니다. 수시로 호캉스에 돈을 지불하며 소확행을 누리거나, 파인다이닝에 가서 와인과 함께 실험적인 음식을 즐기는 욜로 라이프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투자도 열심히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건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에 재테크 때문에 곤란했다거나 힘들었던 경험도 있을 것 같아요. 재테크를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들을 짚어주신다면요?
재작년이나 작년처럼 증시 분위기가 좋을 땐 주식투자를 안 하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할 정도였죠. 평생 주식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도 분위기에 휩쓸려 부랴부랴 증권 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어떤가요? 인플레이션, 전쟁, 금리 인상 등 거대한 이슈들이 태풍처럼 증시를 강타했습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를 자처하며 주식투자를 하던 많은 사람이 겁을 먹고 증시에서 돈을 빼 은행으로 달려가는 중입니다.
즉, 투자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폭탄이 이곳저곳에서 터지고, 곳곳에 지뢰도 숨겨져 있습니다. 전쟁을 무사히 잘 치르려면 제대로 무장해야 합니다. 투자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공부는 필수입니다. 이런 준비 과정 없이 막연하게 내 돈을 어딘가에 맡기면 탈탈 털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울할 땐 돈 공부』는 경제경영 초보자, 입문자가 읽기에 제격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각종 경제 용어도 친절하고 쉽게 설명되어 있고 친숙한 브랜드가 대거 등장하는 데다가, 꼭 알아야 할 최신 이슈도 적절히 언급되어 진입 장벽이 낮게 느껴지거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책이 다른 수많은 경제경영서와 차별되는 지점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경제경영서이면서 동시에 에세이입니다. 금융, 경제, 주식, 블록체인 등 듣기만 해도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주제를 최대한 가볍게 풀어내려 했습니다. 이건 신문기자라는 저의 직업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신문엔 암묵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중학생 수준의 독자가 읽어도 충분히 이해하도록 쉽고 명료하게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쓸 때 사회초년생은 물론 10대가 읽어도 무리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주말 낮에 커피 한잔 마시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에세이처럼 이 책을 받아들여도 충분하리라 봅니다.
후반부에 부록처럼 들어간 '예술가들의 재테크' 파트도 흥미로웠어요. 이 주제를 살려 또 다른 단행본으로 엮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작가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더불어,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한때 예술가의 삶에 대해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물을 모은 책이 작년에 출간한 『예술가의 일』입니다. 예술가들의 삶과 기업인의 삶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성공한 예술가와 기업인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앤디 워홀이 예술가이자 사업가였으며, 스티브 잡스가 예술적 면모가 가득한 기업인인 것처럼요. 준비하는 차기작 역시 『예술가의 일』처럼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긴 예술가의 삶을 다루는 책입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국내에 출간된 지가 20년이 지났습니다. 경제경영서 중 손에 꼽는 베스트셀러죠. 이 책은 현재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종종 이름을 올립니다. 20년 전 ‘부자 아빠’가 되기 위해 이 책을 읽었던 아빠들의 자녀들 역시 ‘부자’가 되기 위해 같은 책을 읽는 겁니다. 부에 대한 욕망 자체에는 세대 차이가 없습니다. 당연히 좌우도 없고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겁니다.
이 욕망을 잘 다스리며 차근차근 충족해야 합니다. 처음엔 누구나 좋은 주식을 꾸준히 사며 오랫동안 투자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 다짐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집니다. 왜 그럴까요? 초조하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큰돈을 벌고 싶은 조급함이 모든 원칙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재테크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지만, 투자에 관한 대원칙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이것을 망각하지 않으며 무던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성준 ‘재테크도 예술이다’라고 주장하는 경제신문 기자. “돈 버는 것도 예술이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을 섬긴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 신문사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예술가의 일』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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