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생강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 소설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박생강 저자 인터뷰
소설, 대중문화 칼럼, 프리랜서 기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박생강 작가가 첫 청소년 장편소설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를 들고 왔다. 신작 소설 이야기와 함께 박생강 작가는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2022.03.21)
박생강 작가의 신작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는 2006년에 이민을 떠난 재미 교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장편 소설이다. 싸이월드의 전성기, 조기 유학 바람이 솔솔 불던 시절의 미국 서남부 오렌지카운티가 배경이다. 소설에는 그 시절 조기 유학생들의 외로움과 고민, 짝사랑은 물론 낯선 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생존기가 주인공 태조의 어조로 코믹하면서도 씁쓸하게 담겨 있다.
3월에 첫 청소년 장편 소설과 두 번째 청소년 소설을 출간하시는데요.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우연찮게 출간 시기가 겹치면서 두 청소년 장편 소설을 3월에 출간하게 됐습니다.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와 『환상박물관 술이홀』은 청소년 소설이라도 스타일은 달라요.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가 고교시절 이민 갔던 MZ세대 친구를 인터뷰해서 쓴 현실적 이야기라면, ‘환상박물관 술이홀’은 파주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입니다.
다만 두 작품 모두 특정 청소년 시기의 고민을 집중해서 담은 소설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다들 10대 시절 고민 많은 시기를 거쳐 왔잖아요. 그렇기에 청소년이건 성인이건 모두 공감하면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청소년과 학부모가 이 소설들을 두고 함께 대화의 물꼬를 터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요.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는 고교시절에 이민을 떠났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재미 교포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작업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대한민국 수사전문지 <수사연구>의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 지가 벌써 5년이 됐는데요. 수많은 형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제가 남의 말을 듣고 기록하는 인터뷰를 꽤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도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차에 마침 이태원에 있는 작업실 2층에 거주하던 30대 초반의 재미 교포 M군과 친해지게 됐어요. 그 친구가 판타지 소설가 지망생이어서 같이 할 이야기 많았죠. 그러다보니 미국 이민 시절에 대해 대화를 종종 나누게 됐어요. 그 친구가 강한 의지가 있어서 조기유학을 떠난 게 아니라, 평범한 고교생이 어느 날 갑자기 이민 때문에 미국의 고교생이 된 점이 뭔가 코믹하고 특이했어요. 영어도 잘 모르는 평범한 고교생이 준비 없이 맨땅에 헤딩해서 적응해 나가는 거잖아요. 그 과정의 에피소드가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의 밑밥이 됐죠.
재미 교포 M군과의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출간된 소설을 읽은 M군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일단 저는 날로 먹고 싶지는 않아서 그 시절의 경험IP를 약간의 돈을 주고 구매했고요.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모르는 세계들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함께 그려갔습니다. M군도 자기 이야기가 소설화 된다는 것에 재미있어 했어요. 나중에 인터뷰 횟수가 늘어나자 약간 짜증을 내긴 했지만요. 그래도 직접 소설 속 영어대사 부분을 영역해 주기도 했답니다.
다만 완성된 원고를 보고는 ‘어, 이거 내 이야기 아님.’ 이런 반응이었죠. 솔직히 감동하지는 않는 눈치였죠. 자기 경험이 뼈대인 것은 분명한데, 그 시절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M군과 주인공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했어요. 저는 그 점을 좀 노렸기 때문에 좋았죠. M군의 삶이 기반이지만, 주인공 이태조는 또 전혀 다른 소설 속의 아이니까요.
주인공 태조에게 애정이 많이 있으실 텐데요. 그 외에도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에서 애착이 가는 인물을 꼽자면 누구인가요?
남동생과 함께 조기유학 온 민희라는 친구가 있어요. 다른 유학생들과는 거리를 두고 공부에만 매진해 1등을 놓치지 않아요. 굉장히 냉정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로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죠. 태조와의 관계는 남녀관계라기보다 타고난 ‘아싸’들의 동질성 코드 같은 느낌? 민희가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를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요.
박생강 작가님의 작가생활 생존기는 어떻게 이어가고 계시나요?
최근 들어 나는 혼자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여러 협업 작업을 통해 소설이 만들어졌거든요. 일단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는 실제 재미 교포 M군과의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졌고요. 『환상박물관 술이홀』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파주시중앙도서관과 함께 했어요. 파주의 오승민 그림작가께서 참여하셨고, 처음부터 1인출판사 달달북스와 소설 내용, 마케팅 등을 공유하고 다듬어가면서 작업을 해나갔어요. 그 과정들이 제게는 소중했고, 약간 소설 콘텐츠 크루 방식으로 생존해 가는 느낌이라 재밌었죠.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싶으세요?
저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이번 두 소설도 각각 이태원과 미국 서남부의 오렌지, 파주가 주요한 배경이죠. 최근에 우연히 파주 파평면의 한 카페에 간 적이 있어요. 오래된 면사무소와 보건소였던 곳을 카페로 바꾼 곳이었죠. 어쩌면 내가 소설로 보여주고 싶은 세계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어요.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상상력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시끌벅적하게 만들어 독자들을 초대하죠.
박생강 작가님은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최근에 문득 저와 사주가 같은 작가가 있을까 호기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러 방식으로 서치해 봤더니 있는 거예요. 1917년에 태어난 허츠너(A.E Hotchner)라는 미국 작가로 해밍웨이의 아들 같은 ‘절친’으로 유명했죠. 폴 뉴먼과 사업도 했고, 100살이 넘을 때까지 장수하면서 계속 글을 썼죠. 신기하게도 잡지사 기자 출신에 엔터 쪽 글을 쓰는 것도 좀 저와 비슷했어요. 이 작가 분의 글이 궁금해서, 책을 구입하고 싶은데 번역된 것이 없더라고요. Yes24를 통해 원서를 주문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저와 문체가 비슷할지 궁금해서요.
허츠너는 작가인 동시에 헤밍웨이 등 유명인의 친구로 더 명성을 날렸습니다. 제가 최은미 소설가의 친구이거나, 정재민 작가의 친구인 것과 비슷한 걸까요? 두 분 더 유명해지시길 바랍니다. 하여간에 허츠너처럼 100살까지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늘 현재의 감각으로 독자들이 즐겁게 읽는 뭔가를 쓰는 작가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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