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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울스, 좋은 음악을 향한 순수한 탐구
더 보울스(The Bowls), <Blast From The Past>
'좋은 음악'을 향한 한 외골수 청년들의 순수한 탐구 정신이 빚어낸 올해의 결실이다. (2022.03.02)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행보다. 2015년, 블루스와 사이키델릭의 오묘한 결합과 함께 등장한 신인 밴드 더 보울스는 어느덧 재즈와 일렉트로니카의 호화로운 무도회를 기획하더니, 이제는 오케스트라 세션을 대동하며 대중음악이 거쳐 간 자취를 하나둘 섭렵하고 있다. 그 여느 때보다 연하고 부드럽게 귀를 감싸오는 정규 3집 <Blast From The Past>는 그간 선고했던 종착지인 '웰메이드 팝'에 당당히 정복의 깃발을 내리꽂는 순간이다.
프랑스 밴드 타히티 80의 베이시스트 페드로 레센데를 초청한 앨범은 열띤 시행착오와 교류로 국경 없는 양질의 소리를 탐구한다. 그 덕에 짜임새나 접근법 어느 하나에도 쉬이 넘어가지 않고 일격을 담아낸 12개의 트랙이 탄생했다. 능란한 연주력과 이해도로 빠르게 흡수한 거장의 궤적, 그 방대한 자료를 취합해 본인의 것으로 환산하겠다는 강한 실현 의지, 무엇보다 이론에 그치지 않고 전작들을 다리 삼아 조금씩 도입해 온 경량화가 좋은 협업자와 힘을 합쳐 빛을 발한 결과다.
시간대의 충돌을 소재로 한 동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제목처럼 작품은 찬란한 과거 유산의 현대식 변용을 그린다. 모던 록의 기법에 비틀스 'Strawberry fields forever'의 한적한 정경을 씌운 오프닝 트랙 'Mr. love'와 'Here comes the sun'스러운 청명한 스트링 도입과 수프얀 스티븐스의 쓸쓸함을 덧입힌 'Square'부터 은은한 향수(鄕愁)가 마니아들의 옆구리를 자극한다. 트랙이 거듭될수록 이들의 손끝에서는 수많은 뮤지션의 이름이 교차하고 시간을 초월한 찬사가 반짝인다.
바탕이 되는 만듦새 역시 탄탄하다. 깔끔하게 재단한 기승전결과 명료한 선율이 듣는 부담을 현저히 덜어냈고, 밴드의 리더 서건호가 제작의 중심이 되어 평화롭고 긍정적인 활기를 주입하는 것으로 전반적인 균형감을 획득했다. 진득한 복고풍의 신디사이저가 넘실거리며 신경 세포를 자극하는 'Blast from the past' 뒤로 곧장 산뜻하고 잔잔한 챔버 포크 'Pass me by'가 등장하며 양극된 작풍을 가져옴에도 몰입이 깨지지 않는 이유다.
<If We Live Without Romance>가 다양한 장르의 옴니버스 구성으로 역량을 현란하게 피력하고 번성시켰다면, 반대로 압축과 가공에 목적을 둔 <Blast From The Past>는 어쿠스틱과 소프트 록의 서정성에 빛살을 조명하여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한다. 표면적으로 젊음과 사랑의 따스한 온도를 노래한 인디 팝 음반이기에 앞서, '좋은 음악'을 향한 한 외골수 청년들의 순수한 탐구 정신이 빚어낸 올해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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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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