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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고 싶은 집, 어떻게 만들까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소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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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공간을 만들려면 그 공간만큼은 스스로 쓸고 닦으며 자기 취향대로 꾸며야 해요.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대접하듯 좋은 곳에 앉히고 편한 곳에 눕히며 어떤 느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면밀히 살펴보세요. (2022.02.28)

소형 저자

바쁜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통장 속 1천만 원을 다 쓰면 다시 일하자는 생각으로 입시 미술학원을 그만두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온종일 집에 있어야 하니 이 집을 쉬기에도 편하고 일하기에도 좋은 곳으로 가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 안을 조금씩 정리 정돈하며 생활 루틴을 하나씩 세웠고, 일과를 마치면 그날의 기록을 그림일기로 남겼다.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의 저자 소형의 이야기다.



통장 속 1천만 원을 다 쓰면 다시 일하자는 마음으로 직장을 그만두셨다고요. 불확실한 미래 속으로 뛰어드는 게 두렵지 않으셨나요?

비상금 통장에 1천만 원이 모여 있더라고요. 늘 놀고 싶어 하는 저는 ‘이거 몇 달 놀아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1천만 원을 다 쓰기 전까지 내가 가진 능력으로 삶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서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직장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계속 다닌다고 해서 확실한 미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결국 직장에 다녀도, 직장을 나와도 불안을 참고 달래며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건 (월급이 적어) 적은 돈으로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요령을 키워 둔 덕도 큰 것 같아요. 

지금은 그림작가이자 정리 수납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이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그림만 그렸어요. 직업도, 취미도, 특기도 그림이었죠. 그렇게 한 가지에 올인하게 되면 그것에 삶을 의존하게 되고, 뭔가 돌려받기를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저의 그림이 삶의 무게에 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사랑하는 그림의 부담을 좀 덜어주고 싶었죠. 그러던 중 “한 분야에서 1%가 될 수 없다면 2~3분야를 동시에 공부해라. 그 두 가지를 합치면 독특한 이력을 만들 수 있다”라는 내용의 강연을 들었어요. 그래서 평소 관심 있던 정리 분야를 발전시켜 그림 이외의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 결과 그림과 정리법을 합친 책을 내게 되었네요!

1년이 넘도록 매일매일 그림일기를 그려 블로그에 올리셨다고요. 그림일기를 그리는 데 시간이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그림일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작업 과정도 궁금해요.

정확히는 매일매일 그린 건 100일이고, 그 후로는 한 주에 2~3일씩 그렸어요. 그림일기 그리는 데는 2~3시간 정도 걸려요. 하루 동안 그릴 내용을 구상하고 있다가 저녁때 종이에 펜으로 그리죠. 그걸 에버노트로 촬영하면 깨끗하게 보정돼요. 라인에 색을 칠하는 건 포토샵으로 작업했어요. 그림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수집 욕구인 것 같아요. 저는 물건에는 수집 욕구가 없는데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사람에 대한 생각은 수집하고 싶어 해요. 일상을 수집하는 수단으로 그림일기가 딱 좋은 형식이었죠.

매일 ‘정리해야지…’ ‘청소해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해야 해? 사는 데 아무 지장도 없는데’ 욱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정리 정돈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리를 안 해도 마음이 편하다면 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정리하는 법을 배웠어요. 한번 정리해 두니 그다음부터는 유지만 해도 되더라고요. 무언가를 미루는 데서 오는 답답한 마음이 개운해졌고, 물건 찾느라 낭비하는 시간이 사라졌어요. 예전에는 늘 밀려 있는 숙제 같은 집안일에서 도망치고 싶어 카페나 도서관으로 향했는데, 정리가 습관이 되니 집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더라고요. 코로나로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기 부담스러워진 요즘에는 집이 정리되니 사람들을 선뜻 초대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는 제목 그대로 나에게 꼭 맞는 삶을 가꾸기 위해 매일 조금씩 좋은 습관을 붙이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런 습관 붙이기가 힘들진 않으신가요? 어쨌든 어느 정도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이잖아요. 

정말 힘들어요. 작심삼일을 수십 번 반복했어요. 지금도 저는 습관이 잘 안 붙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나쁜 습관이나 중독도 잘 안 붙어서 다행이지만…. 불규칙적이고 충동적인 저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잘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이고 성실한 사람들을 동경했어요. 의무가 되면 하게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래도 잘 안 되더라요. 매번 지각하고 툭하면 직장을 그만두었어요. 결국 오후에 출근하는 학원 강사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죠. 경력이 없으면 작은 능력이나마 있어야 하는데, 이 능력을 키우려면 습관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꾸준히 노력했어요. 습관이 아닌 의지력이나 기세로 해내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한 번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적은 편이고 내향적이라 능력을 키우려면 습관을 붙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책 속에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누군가가 무심하게 던진 불쾌한 말이나 적의, 심지어는 기분이 좋아 들뜨는 감정까지도 가라앉힌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집과 휴식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상적인 집은 ‘휴식과 창조를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이상적인 휴식은 ‘평온함’이죠.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며 앞으로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 밖에서와 집에서의 상태를 분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집에 오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사라져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감정을 가라앉히는 거지, 억누르는 게 아니라는 점! 감정이 있다는 건 소중하게 보호할 무언가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 저는 감정이 요동치는 날이면 공원이나 동네를 산책하며 감정을 풀어요. 혼자 공원에 앉아서 우는 사람이 있다면, 저일지도 몰라요!

코로나로 집이라는 공간을 다시 인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공간과 생활을 돌보려는 독자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가족과 함께 쓰는 집이라도 자신만의 공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상 하나라도 말이에요. 자신의 공간을 만들려면 그 공간만큼은 스스로 쓸고 닦으며 자기 취향대로 꾸며야 해요.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대접하듯 좋은 곳에 앉히고 편한 곳에 눕히며 어떤 느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면밀히 살펴보세요. ‘아, 이 공간 괜찮은데?’ 하고 느낄 때 자신의 진짜 모습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 거예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유인해 내는 공간에서 당신에게 맞는 삶을 가꿔 나가시길 바랍니다.




*소형

그림 작가. 정리 수납 전문가. 더 소유하기보다는 더 존재하는 삶을 꿈꾸고, 불안해서 하기보다는 사랑해서 하는 삶을 추구한다.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소형 저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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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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